한진, 신용도 방어 '힘'…레버리지 부담 완화 [Credit&Equity]재무구조 개선 효과 크지 않을 듯, 대한항공 위기 속 '위안'
이지혜 기자공개 2020-08-10 14:24:27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7일 17: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이 신용도를 방어하는데 청신호가 켜졌다. 20년 만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다. 2023년까지 택배부문 등 주력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재원을 마련한다.한진은 그동안 차입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규모 투자계획은 이런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수년 동안 자산을 매각해 재무안정성을 유지해왔지만 그만큼 재무융통성이 저하됐다. 이번 유상증자는 투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돌파구로 여겨진다.
◇유상증자, 투자부담 완화 효과
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진이 유상증자를 마치고 나면 투자부담을 한결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효과보다 투자부담을 줄인다는 데 좀더 의미를 둘 수 있다"며 “일단 시설투자에 모든 자금을 쓰겠다고 밝혔지만 재무구조 개선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두느냐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진은 2023년까지 4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택배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대전에 메가허브터미널을 짓고 주요 거점 지역에 택배터미널을 새로 짓거나 증축하며, 자동화설비도 도입한다. 이밖에 인천공항에 GDC(Global Distribution Center)를 개장하는 데에도 자금을 투입한다.
한진의 재무구조에 무거운 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레버리지 등을 지적받는 상황에서 투자부담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한진이 영업현금흐름을 개선했지만 손익구조가 미흡하고 차입부담이 과도하다”며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지표가 열위하다"고 분석했다. 한진은 1분기 말 연결기준 차입금이 1조9000억원에 이르며 부채비율은 239.6%, 차입금의존도는 54.5%다.
한진은 차입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진은 2018년까지 자산을 끊임없이 매각하고 신규 재무적 투자자의 자금도 유치하면서 재무지표를 일부 개선했다. 그러나 지난해 리스 회계처리 변경으로 9100억원의 리스부채가 추가 반영돼 순차입금이 다시 증가하고 재무레버리지도 저하됐다.
이에 올해 4월 600억원 규모로 렌터카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3000억원 규모로 범일동 부지까지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소비가 증가하면서 택배부문 실적이 늘긴 했지만 투자계획이 영업현금창출력을 넘어선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금흐름도 나빠질 것으로 한국기업평가는 바라봤다. 한진은 추가로 범일동 부지 외에도 900억원의 자산매각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수년간 보유자산을 매각하면서 재무융통성마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유상증자는 한진의 투자부담을 줄여줄 수단으로 여겨진다. 이번 유상증자는 1000억원(297만2972주) 규모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최종발행가액은 10월 23일 확정된다. 신주납입일은 11월 5일, 신주 상장은 11월 18일 진행된다. 유상증자가 끝나면 한진의 전체 발행주식은 1197만4656주에서 1494만7628주로 늘어난다.
◇신용도 방어 청신호?
신용평가사들은 한진이 이번 유상증자로 신용도를 방어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본다. 한진이 신용도 제고 효과를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아소 아쉬울 수 있는 지점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진 신용도를 가르는 핵심요인으로 차입부담이 꼽혔다”며 “향후 수년 동안 대규모 투자까지 계획하면서 신용도 하향 압박이 커지고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유상증자는 신용도를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는 총차입금/EBITDA, 차입금의존도, 순차입금/EBITDA 등을 그동안 신용등급 변동 요건으로 제시해왔다. 이번 유상증자를 진행하고나면 일단 차입금 관련 재무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증자와 함께 향후 실적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일단 올해 상반기까지는 호실적을 내는 데 힘입어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택배부문에서도 인프라투자를 지속하는 데 힘입어 2019년 연간 물동량 기준 업게 3위에 올라 있어 사업안정성도 좋다는 평가다.
그러나 수익성이 추가 개선될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기업평가는 “택배 단가 인상 지속 여부, 장기 터미널 이용계약 연장조건 등 주력부분 사업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육운, 국제부문은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진이 신용도를 견고하게 지키는 것은 한진그룹에 있어서 작은 위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에서 절대적 존재감을 보이는 대한항공이 흔들리면서 그룹 전반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라며 “비록 대한항공만큼 영향력이 크지는 않지만 한진만이라도 제자리를 지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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