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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견제의 역사' 끝내야 thebell note

최필우 기자공개 2020-08-11 08:19:01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0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출입처가 증권사에서 이동통신사와 유료방송사로 바뀌면서 행동 반경이 넓어졌다. 사옥이 여의도에 몰린 증권사와 달리 을지로(SK텔레콤), 광화문(KT), 용산(LG유플러스), 상암(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서울역(SK브로드밴드), 강남(딜라이브) 등에 퍼져 있다.

사옥 간 거리 만큼이나 각사 관계자간 심적 거리도 상당하다. 업계 동료가 아닌 경계 대상에 가깝다. 경쟁사의 같은 직군 종사자를 가까이 하는 증권가와 사뭇 다르다. 인사차 만난 한 유료방송사 직원은 이런 분위기가 '견제의 역사'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서로 경쟁사 발목잡기에 힘쏟는 탓에 편히 얼굴 볼 사이가 못된다는 얘기다.

KT스카이라이프를 자회사로 둔 KT는 대표적인 공공의 적이다. 2012년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 신호를 인터넷망으로 전달하는 DCS 서비스를 내놓았다. 경쟁사들은 위성사업자가 유선망을 써 KT 점유율을 높인다며 반발했고 이 서비스는 3년 후에나 재개됐다. 콘텐츠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금 돌이켜보면 그리 생산적이지 않은 논쟁이다.

옛 CJ헬로를 놓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벌인 신경전도 회자된다. SK텔레콤이 2016년 CJ헬로를 인수하려 할 때 나머지 사업자들은 이통3사를 견제할 알뜰폰 1위 업체가 사라져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3년 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했는데 SK텔레콤으로부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과잉 마케팅도 고질적 문제다. 이통3사는 보조금과 각종 경품 행사로 상대 고객을 뺏는 데 사활을 건다. 지난 2분기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영향으로 대면 마케팅을 자제할 수 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SK텔레콤(-1291억원), KT(-2756억원), LG유플러스(-1861억원) 모두 영업비용이 줄었다. 그럼에도 매출에는 별 영향이 없어 영업이익은 늘었다. 과잉 마케팅의 허망함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내 사업자들이 이전투구식 점유율 싸움을 벌이는 사이 글로벌 이동통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업계는 업권을 넘나들며 천지개벽했다. 미국 최대 이통사 AT&T는 HBO를 품에 안았고 영화사 디즈니는 OTT 서비스를 출시해 콘텐츠 경쟁력과 플랫폼을 확보했다. 콘텐츠 투자액을 연 20조원까지 늘린 넷플릭스는 이제 국내 유료방송 판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국내에도 변화 조짐은 있다. 기술 수준이 엇비슷해졌고 유료방송 M&A 매물은 딜라이브, CMB만 남았다. 두 곳의 새 주인이 정해지면 공고한 3강 체제가 구축되면서 콘텐츠와 품질에 몰입할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젠 이통사와 유료방송사가 견제를 멈추고 경쟁의 역사를 시작하길 바란다. 넷플릭스 성장 비결은 영화관, 방송사 발목잡기가 아닌 서비스 혁신이다. 업계가 줄기차게 외쳐대는 '한국형 넷플릭스'도 서비스 경쟁에 몰입할 때 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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