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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업 온실가스 점검]LG화학, EV 호재에 웃지만 탄소배출권은 '한숨만'400억 규모 구매 비용…지속경영보고서에서 '리스크'로 인식

구태우 기자공개 2020-08-14 08:05:19

[편집자주]

내년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3차 시행기간에 들어간다. 정책 방향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할수록 더 많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유화업계는 제도 시행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업종이다. 더벨은 배출권 거래제로 인한 재무적 영향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1일 1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은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를 만드는 업체다. 올 상반기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체가 만든 전기차에 LG화학이 만든 배터리가 들어간다. 그렇다면 친환경인 전기차의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은 친환경적인 회사일까.

먼저 친환경 기업은 영업 활동에서 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해 온실가스 배출 및 환경오염 발생을 최소화하는 기업을 일컫는다. 이외에도 친환경 제품을 생산해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는 기업도 친환경 기업에 해당된다.

이 같은 요건을 LG화학에 적용하면 친환경기업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LG화학은 전기차의 배터리를 생산해 전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기여한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연간 수백억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LG화학은 2017년 8월 녹색기업 지정을 자진 반납한 이후 현재까지 재인증을 못받고 있다.


◇LG화학, 최소 탄소배출권 90만톤 부족

LG화학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58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처음으로 1000만톤을 넘게 배출했다. 이는 502만톤의 간접 배출량을 합산한 수치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과 첨단소재 사업, 전지사업 등 중후장대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매출 규모가 커진 만큼 생산량이 늘었고,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증가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28조원(영업이익 8956억원)의 매출을 냈다. 매출 규모는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2010년 매출 규모는 19조원에 달했는데, 지난 10년 간 매출은 9조원 넘게 커졌다. 이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LG화학의 '리스크'로 부상했다.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면서 온실가스 초과배출량은 시장에서 구입해야 한다. 정부는 온실가스 규제 대상 기업에 무상할당량을 지급하고 있다. 할당량을 초과하면 비용이 들고, 남을 경우 매각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LG화학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재무적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LG화학은 1591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평균 795만톤을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LG화학이 '배출권 거래제 2차 계획기간(2018년 ~ 2020년)' 동안 받은 무상할당량은 약 2200만톤으로 추정된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786만톤, 747만톤을 받았고, 올해 758만톤의 무상할당량을 배정했다. 이를 합한 수치다.


올해 평균치만큼 배출할 것으로 가정할 경우 94만톤의 부족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지난 2년 간 23만톤의 탄소배출권을 계열사에서 구입했다. 탄소배출권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추가분을 확보한 것이다.

올해는 2차 계획기간이 끝나는 해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초과 배출량을 산정해 탄소배출권 부족분을 구매해야 한다. LG화학은 70만톤 안팎의 배출권을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간 쌓은 배출부채 251억, 이자비용보다 큰 온실가스 비용

LG화학은 지난해 251억원을 탄소배출권 추가 구매로 반영한 부채로 인식했다. 통상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부족분으로 인한 비용을 충당부채 항목에 반영한다.

충당부채는 지출의 시기와 규모가 불확실하지만 현금 유출이 확실한 경우 회계에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항목이다. 통상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부족분을 한국거래소 또는 계열사에서 구매하는데, 3년치 부족분을 합산해 구매하는게 일반적이다.

LG화학은 2018년 117억원의 충당부채를 인식했고, 지난해 134억원을 추가로 반영했다. 2년 간 탄소배출권 추가 수요로 인한 비용은 251억원이다. 올해 부족분을 합산할 경우 배출부채는 약 400억원 규모에 달할 것 전망된다.


LG화학 연간 이자비용은 300억원 안팎이다. 이는 약 5조원에 달하는 총차입금에 대한 금융비용이다. LG화학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3개년 탄소배출권 구매비용은 연간 이자비용을 넘어섰다.

내년부터 배출권 거래제 3차 계획기간(2021년~2025년)이 시행되는데, 탄소배출권 수요 증가로 배출권 가격은 인상될 전망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이 치뤄야 하는 비용도 커진다.

이 때문에 LG화학은 온실가스를 '재무적 리스크'로 분류했다. LG화학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배출량 산정과 구매 프로시스템을 구축해 재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비용을 넘어 리스크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LG화학은 3차 계획기간을 앞두고 대응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다. LG화학은 "배출량 규제 강화에 대비해 규제 관련 위험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LG화학이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담겼다.

LG화학은 '에너지 및 온실가스 관리 시스템(GEMS)'를 구축해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배출권 회계처리 시스템을 통해 배출권 구매 예상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진행하는 모든 투자에 온실가스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업계는 앞으로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입증하기 위한 절차인데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은 납품 관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LG화학은 배출량 증가에 대비해 해외 배출권 선도거래와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추진해 배출권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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