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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家에 불어닥친 'ESG 경영' 열풍 [thebell desk]

안영훈 산업3부장공개 2020-08-25 07:32:42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1일 08:2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앞으로는 착한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생존방안을 묻는 질문에 식품업계 한 고위 임원이 한 말이다. 첫 대답을 듣고 느낀 생각은 무슨 뜬금없는 말인가였다. 질문을 제대로 듣기는 한 것인가란 생각도 들었다. 기업의 본질은 영리 추구인데 갑자기 착한 기업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뒤이은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말한 착한 기업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경영 화두 중 하나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표현한 말이다.

기업이 생존, 성장하기 위해선 소비자와 투자자로부터 지속적으로 선택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제품의 품질, 가성비가 선택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선택을 위해 그 이상이 필요하다.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으로, ESG는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다.

ESG 경영의 사례는 멀지 않은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커피시장 최강자인 동서식품을 유일하게 긴장시켰던 남양유업의 몰락, 노사갈등의 후유증으로 학습지 빅4의 타이틀을 반납한 재능교육은 식품, 교육업에서 매번 회자되는 실패사례다. 이들은 훼손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수년간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

반대로 비정규직 제로, 각종 사회공헌 활동 등이 알려져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은 오뚜기는 소비자들의 호감이 제품 구매로 이어졌고 현재 진라면은 국민라면이라 불리는 농심 신라면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비단 제품 구매에서만 ESG 경영의 효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걸음마 단계지만 해외 투자 시장에선 ESG가 이미 투자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테슬라의 주가는 얼마전 1800달러 고지를 넘어섰는데 전문가들은 그 뒤엔 ESG펀드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전세계 ESG펀드에는 수십억달러의 자금이 몰렸고 이 자금 중 일부가 친환경 기업으로 꼽히는 테슬라로 유입됐다.

국내에서도 최대 투자자 국민연금이 ESG 운용원칙을 만들었고 이를 감안하듯 그 어떤 산업보다 보수적인 유통가에서도 최근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가의 맏형격인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가 환경에 대한 책임을 우선순위로 고려하는 '2020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아예 2018년 사회공헌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일찌감치 ESG경영 강화에 나서 최근 식품업계 최초 4년 연속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등급 획득이라는 명성을 쌓았다. 풀무원, 한샘, CJ프레시웨이 등 각 영역에서 선두에 나선 기업들도 자신들만의 ESG 경영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결국 앞서 '착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한 임원의 말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경영 트렌드를 설명한 말인 셈이다. 뜻을 이해하니 이제는 지켜볼 일만 남았다. '기업들은 얼마나 더 착해질 수 있을까'란 작은 기대감을 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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