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9월 07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개발 기업의 재무제표 해석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인 제조·유통·서비스 기업과는 달리 보이는 숫자만으로는 상황을 절대 파악할 수 없다. 일단 '적자'는 기본이다. 적자 속에서 돌아가는 신약 파이프라인들의 가능성을 읽어내야 한다.'가능성'을 숫자로 나타내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문제는 실질적인 성과 조차도 정확한 수치로 연결짓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기술수출'이다. 글로벌 빅파마와 대규모 기술수출을 이루고도 매출 확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계약금 규모가 적은 경우도 있지만 적은 계약금 조차도 수익화 되는지가 불분명하다. 그결과 세계적인 기업에 신약 기술을 넘기고 반환의무가 없는 현금을 지급받은 곳도 계약 체결 후 주가가 특별히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까지 생긴다.
현행 회계기준에 따르면 계약금이 들어와도 무조건 전부 매출로 잡을 수는 없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3년 내에 나눠잡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수백억대 계약금을 받아도 분기별 관련 매출은 10~20억원대에 그친다.
기술계약 수익 회계기준은 계약의 '수행 의무'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계약 체결 후 추가 이행 의무가 있다면 그동안 수익을 나눠 잡아야한다. 하지만 기술계약 조건이 복잡하다보니 남은 의무의 성격을 정의내리고 그에 맞춰 수익을 잡기가 애매하다. 기술이전 자체가 주된 목적이자 사업 활동인 신약개발 기업의 실질을 보여주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모호한' 기준에 복잡한 계약구조를 끼워맞추려다보니 정답이란 게 있을 수 없다. 재무제표 작성 당사자인 기업도, 감사하는 회계법인도 답답하다. 기업은 회계법인을, 회계법인은 감독원의 눈치를 보는 실정이다.
신약개발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해석과 예측은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간다. 글로벌기업과의 기술계약 공시는 계약금이나 계약 상대방까지도 비공개인 경우가 많은데 이를 수치화하는 기준마저 모호하니 기술이전 발표가 뜬구름처럼 여겨질 만하다.
한때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자산화 회계 이슈가 업계 발목을 잡은 적이 있다. 신약개발의 새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관련된 회계 경험이 미숙했던 기업들, 과도기적 규제가 엉켜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한바탕 소동 후 제약바이오에 맞춘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기술이전 성과들이 점차 늘어나고 다양해지면서 이번에는 '수익' 해석의 허점이 수면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 회계 담당자의 이해와 노련함도 필요하겠으나 관련 가이드라인이 기업 실질에 맞게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제약바이오 기업을 바라보는 이해의 폭도, 투자 근거도 실질에 맞게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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