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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구조조정]약속지킨 박정원, 채권단 신임 속 구조조정 '가속도'①5개월만에 자구안 절반 이행, 오너 일가 사재출연도 뒷받침

이아경 기자공개 2020-09-09 08:24:06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7일 14:1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중심의 자구 계획을 신속하게 이행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있는 쌍용차나 사실상 무산된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을 감안하면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은 채권단의 마음을 꿰차기 충분한 속도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 4월 13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두산중공업이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갖출 수 있도록 3조원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자구안을 제출했다. 쉽게 말해 자구안으로 마련한 3조원을 두산중공업에 쏟아붓겠다는 내용이다.

자구안 검토를 마친 채권단은 연내 4조원이 넘는 채무를 갚거나 차환해야 하는 두산중공업에 총 3조6000억원을 지원해줬다. 이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중공업의 3조원 이상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연내 1조원 규모 유상증자와 자본확충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5개월 만에 초과 달성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8월 초 운영하던 골프장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팔아 차입금 상환에 1200억원을 먼저 썼고, 지난 4일에는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올해 안에 총 1조4200억원을 채무 상환에 투입하는 셈이다.

두산중공업 지주사인 ㈜두산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할 재원을 만들기 위해 자산을 잇따라 매각했다. 지난달 네오플럭스를 시작으로 최근 두산솔루스와 두산모트롤사업부에 대한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대금은 총 1조2246억원에 달한다.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도 이뤄졌다. 주주배정 방식인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만 따지면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의 지분율은 0.11%, 0.08%로 출혈이 크지 않다. 대신에 높은 지분율을 가지고 있던 두산퓨얼셀의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하기로 했다. 지난 3일 종가 기준으로 약 5740억원 규모다.

지난 2분기에는 임원들의 급여도 크게 줄었다. ㈜두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1분기 6억3800만원을 받았으나, 2분기에는 임원 급여 반납을 반영해 2억3200만원을 수령했다. 두산인프라코어에서는 박용만 회장이 1분기에 5억6000만원을 받았으나 2분기에는 1억4200만원에 그쳤다. 지난 4월 두산그룹 전체 임원은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해 급여의 30%를 반납하기로 했었다.

두산그룹은 자구안의 절반을 더 이행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많다. 속도감 있는 자산 매각부터 "팔 수 있는 건 다 팔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매물로 내놓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채권단 안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달리 두산그룹은 약속한 것은 무조건 지킨다"는 믿음이 깔려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두산그룹이 OB맥주를 버리고 중공업과 기계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낸 만큼 이번에도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또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실제 산업은행도 현재 두산그룹 구조조정에 긍정적인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6월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박 회장이 만났다고 소개하며 "전적으로 신뢰관계에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산에서 제시한 자산매각이 잘 진행된다면 조기 정상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은 매각 대상은 ㈜두산이 소유한 두산타워와 두산중공업이 가지고 있는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등이다. 최대한 자구안에 맞추기 위한 금액 협상을 위해 매각 성사는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채권단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산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두산그룹 정상화와 관련해서는 3년 정도의 스케줄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언제까지 자구안을 이행하라고 못박은 적은 없다"며 "남은 일정도 차질없이 진행해 최대한 빨리 정상궤도에 올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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