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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회사의 목적 분명히 할 때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9-07 12:46:34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7일 12:4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NH투자증권 이사회는 옵티머스 펀드 피해 고객들에게 원금의 최대 70%를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회사가 법률적 책임은 없지만 자본시장 생태계 보전에의 기여라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고객가치를 존중, 보전하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부 사외이사가 사퇴하는 등의 진통도 수반되었다. 우리 기업들의 이사회가 아직 회사의 목적에 대한 방향 설정을 명확히 하고 있지 못함을 방증한다.

회사의 목적이 자본을 제공한 주주들의 이익 증진인지 주주들뿐 아니라 종업원, 고객, 협력업체, 환경 등 다른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익도 포함되는지는 100년을 넘은 논쟁거리다. 역사적 시기에 따라 결론이 달랐는데 현재는 주주이익에서 사회적 가치 쪽으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 회사의 목적에 사회적 가치 창출이 큰 비중으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2018년 초 블랙 록 래리 핑크 회장의 투자대상 회사 경영진에 대한 서한으로 큰 획이 그어졌고 2019년에는 미국 대기업 CEO들의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table: BT)이 그에 호응했다.

회사의 목적을 무엇으로 정하는가에 따라 회사 이사회와 경영진의 의무와 책임 내용이 결정된다. 주식회사가 설립과 운영 목적에 관해 어떤 이념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는 원칙적으로 회사의 정관을 통해 외부로 표출된다. 법률이 그에 대해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정관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회사의 경영이념 차원의 목적에 대해 직접적인 규정을 두는 유형과 직접적인 규정을 두지는 않는 유형이 있다. 후자의 경우 해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최대의 회사인 삼성전자는 정관 제2조에 총 29개 항목을 두어 그 항목에 열거된 사업을 경영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부칙에 회사가 “적당한 시기에 육영문화사업을 할 수 있다”는 규정도 둔다. 즉, 삼성전자는 회사 경영의 이념적 차원에서는 명문으로 그 목적을 밝히고 있지 않다. 다수의 회사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 같다.

SK텔레콤은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한다. SK텔레콤 정관 제2조는 총 21개 항목의 사업 영위를 회사의 목적으로 규정함과 동시에 “회사는 전기통신사업의 합리적 경영과 전기통신기술의 진흥을 도모하며 국민의 편익을 증진하고 공공복지의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SK텔레콤 정관은 특이하게도 전문을 두는데 전문에는 “구성원은 주주의 장기적 가치와 이해관계자의 행복이 지속가능하도록 기여한다”고 밝혀져 있다.

하버드 로 스쿨 루시언 벱척 교수팀의 최신 연구논문에 따르면(Cornell Law Review 게재 예정) 기업의 경영에 있어서 모든 이해관계자 이익을 배려하겠다는 BT의 사회적 책임경영 원칙은 보여주기에 그쳤다. 연구팀의 조사 결과 BT의 새 원칙에 서명한 대다수 회사가 정관의 규정은 고사하고 새로운 방침에 대한 이사회 승인도 받지 않았다. 이 문제가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알려준다. 주주들은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경영진 인센티브가 결정되는 주가를 좌우한다. 또, 주주는 이사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경영자가 주주 이외의 이해관계자 이익을 배려하는 것과 그를 공식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연구팀은 아직도 경영자들이 주주이익 중시 철학에 경도되어 있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를 기초로 연구팀은 사회적 가치 배려는 아직도 장기적인 주주이익 창출의 방법론일뿐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대기업들의 거의 전부가 사회적 가치 창출을 회사의 목적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 비중과 방법에 차이가 있을뿐이다. 최근에 삼성도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관계자 이익 존중을 표방하고 있다. 방법론으로는 SK텔레콤의 경우처럼 회사의 정관에 명시적인 규정을 두는 방법이 가장 진전된 것이다. 상반된 입장으로 여겨지는 주주들의 승인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아니라 해도 이사회 중심 경영을 표방한다면 이사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사회적 가치를 회사의 목적에 포함시키는 결의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주들은 주주총회나 주식시장을 통해 그에 대한 입장을 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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