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퓨얼셀 무상증여, 재무건전성 강화 '새 카드' [Rating Watch]유증 1.3조 단행 포함, 신용도 개선 주효…오너 결단, 지주사 가치 증대 '선순환'
양정우 기자공개 2020-09-10 13:22:02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9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룹 오너의 상장 계열사 무상증여가 재무건전성 강화의 새로운 카드로 부상할 것인가. 두산중공업은 1조3000억원 유상증자와 듀산퓨얼셀 무상수증으로 신용도에 숨통을 틔우는 데 성공했다. 'BBB-' 등급에 '부정적' 아웃룩이 달려있으나 재무구조 개선 시도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크레딧 관점에선 유상증자가 신용도를 보강하는 데 최상의 조달책이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증은 단연 신용도를 개선한다. 눈에 띄는 건 오너 일가가 결단한 듀산퓨얼셀 무상증여다. 주가 랠리 시기에 증여를 일단락하면 자본규모를 단번에 6000억원 가까이 늘릴 전망이다. 오너 입장에선 사재 출연이지만 그만큼 지주사의 가치를 늘리는 선순환을 노릴 수 있다.
◇'1.3조 유증+퓨얼셀 수증' 자본 확충안…이목 끈 증여, 별도·연결 재무구조 강화
두산그룹은 유상증자와 지분출자 등을 통한 두산중공업의 자본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두산중공업은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이어 지주사 ㈜두산의 대주주인 오너 일가가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하기로 했다. 두산퓨얼셀은 별도로 34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증은 두산중공업의 재무건전성을 단번에 뒤바꿀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 추산하면 별도기준 자본규모가 지난 2분기 말 2조8899억원에서 4조1899억원으로 껑충 뛴다. 유증 대금을 차입 상환에 투입하면 30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이 200% 아래로 낮아질 전망이다. 유증은 절차가 까다롭고 조달 비용이 크지만 크레딧 측면에선 자본만 늘리는 최상책으로 꼽힌다.
유독 눈길을 끄는 건 두산퓨얼셀 무상증여 대목이다. 오너 일가가 공시일자(지난 3일 종가) 기준 5744억원 규모의 지분을 두산중공업에 무상으로 넘기기로 했다. 증여일(취득예정일자 오는 12월 31일) 주가를 당시 주가로 가정하면 한번에 5700억원 수준의 영업외수익을 계상하는 이벤트다.
영업외수익은 빠짐없이 이익잉여금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두산중공업의 자본총계가 확연히 늘어난다. 조 단위 유증과 비교해도 작지 않은 파급력이다. 두산중공업은 별도기준 투자자산을 원가법으로 계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증 후 두산퓨얼셀의 주가 흐름에 따른 가치 재정산과 무관하게 자본규모를 견고하게 뒷받침할 전망이다.
연결기준 재무건전성을 고려해도 만반의 채비를 다한 흔적이 드러난다. 두산중공업은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수증할 경우 ㈜두산(지분율 16.78%)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거듭난다. 물론 2대 주주인 ㈜두산과 지분율 격차가 작아 듀산퓨얼셀을 종속기업으로 회계 처리할지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종속기업으로서 듀산퓨얼셀의 재무상태를 연결기준에 합산해도 두산중공업의 재무건전성이 약화될 여지는 없다. 두산퓨얼셀이 3420억원 규모의 자체 유상증자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퓨얼셀은 자본(1725억원)보다 부채(4323억원)가 많아 연결 합산시 두산중공업이 불리한 처지다. 3420억원의 유증이 자본에 추가되면 이런 여건은 단번에 뒤바뀐다.
◇퓨얼셀 지분, 오너 일가 인적분할 확보…알짜 사업부, 손바뀜 후 재무개선 카드
두산그룹 오너 일가가 내놓은 무상증여 카드는 국내 그룹사의 재무구조 개선책에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물론 사재 출연이라는 결단이 필요하지만 과거 수순까지 짚어보면 부담을 완화할 여지도 있다.
당초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두산의 사업부였다가 별도법인으로 인적분할한 계열사다. 현재 오너 일가가 무상증여할 지분은 따로 재원을 투입해 출자한 게 아니라 인적분할에 따라 거머쥔 주식이다. 물적분할은 '모회사→자회사' 관계로 나뉘지만 인적분할은 주주가 '신설-존속' 회사를 본래 지분대로 보유하는 형태로 분리된다.
그간 ㈜두산의 그룹 리스크에 가려져 있던 사업부는 두산퓨얼셀로 변모한 뒤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았다. 그린뉴딜의 정책 훈풍까지 겹치면서 올들어 주가는 10배 이상 급등했다. 주식시장에서 수요가 폭발한 사업부를 떼어내 가격을 매긴 후 재무개선이 필요한 계열사의 자본 확충에 쓴 형국이다.
무상증여에 나선 오너 일가는 인적분할로 확보한 두산퓨얼셀 지분을 잃었지만 보유 주식은 모두 두산그룹 안에 묶여있다. 두산중공업이 무상수증한 지분의 가치는 결국 그룹의 정점인 ㈜두산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오너 입장에선 직접 소유한 두산퓨얼셀을 증여했으나 향후 이들이 보유한 ㈜두산의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퓨얼셀이 두산그룹 오너와 계열사의 손바뀜을 거치면서 제대로 쓰이고 있다"며 "향후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국내 그룹사가 활용해볼 만한 카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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