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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은 회장 연임, 구조조정·정책 '연속성' 살리기 아시아나 M&A 해결사, 기안기금 등 컨트롤 적임자 평가

고설봉 기자공개 2020-09-11 07:25:01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1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1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3년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스스로 연임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 사례가 촉발될 수 있다는 정부 차원의 위기감도 이 회장을 연임시킨 이유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M&A 불발, 코로나19발 위기감…산은 역할 중요한 때

산업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동걸 회장은 11일부터 임기 3년의 제39대 산업은행 회장으로 연임됐다"고 밝혔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지난 9일 금융위원장은 청와대에 이 회장의 연임을 제청했고, 지난 10일 대통령이 임명하면서 이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이번에 이 회장이 연임하면서 산은은 26년 만에 연임 수장을 맞는다. 산업은행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은 이 회장이 네 번째다. 다만 과거 ‘총재’ 시절 연임한 사례는 세 차례 있었지만 직함이 회장으로 바뀐 2008년 이후 연임한 건 이 회장이 처음이다. 1950년대 구용서 초대 총재, 1970년대 김원기 총재, 1990년대 이형구 총재가 각각 연임했다.

이 회장의 연임은 정부 차원의 요구와 이 회장 본인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회장은 지난 3년간 금호타이어, 한국GM 등 산은의 골칫거리였던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정부로부터 신뢰를 쌓았다.

금호타이어 매각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은 그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거론된다. 과거 채권단간 협의점을 제대로 찾지 못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 끌려다니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 회장은 맺고 끊음을 명확히 한 덕분에 이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M&A 무산과 대우조선해양 매각 지연 등 매듭지어야 할 현안이 아직 많이 남았다. 미처 완료하지 못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이 회장이 스스로 연임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도 기업 구조조정 작업의 연속성을 위해 이 회장에게 중책을 한 번 더 맡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M&A 및 향후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이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해 이 회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아시아나항공 M&A를 설득했고,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을 골자로 하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직접 설계했다.

아시아나항공 M&A가 무산된 현 시점에서 '플랜B'를 현실화 하는데도 이 회장의 역량과 역할이 꼭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감축자본(감자)과 기안기금 투입, 영구채 주식 전환 등 추진 과정에서 외풍과 잡음을 차단하고 구조조정 원칙에 따른 경영 정상화 계획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인물은 이 회장 뿐이란 평가다.

더불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기업 유동성 지원 등 산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서 이 회장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안팎의 평가다. 이것이 정부가 그의 연임을 결정한 핵심 이유로 꼽힌다. 특히 산은이 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안기금) 운용을 전담하고 있는 만큼 산은 회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관계자는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M&A를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시아나항공 외에도 현재 다양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코로나19로 산은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서 회장을 연임하는 게 업무의 연속성 및 효율성을 차원에서 더 좋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칙주의 경제학자, 현 정부와 깊은 인연…산은 회장 적임자

이 회장의 연임은 현 정부와 오랜 인연을 비롯해 정책 철학이 맞아떨어진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현 정부의 근원으로 볼 수 있는 노무현 전 정부 당시 관가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당시부터 금융기관 어딘가에서 쓰임이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1953년생인 이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98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맡으며 현 정부와 첫 인연을 맺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인수위원회 경제분과위원을 맡았고 2003년에는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 전신) 부위원장으로 올라섰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 이후에는 한림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교수로 지내다가 3년 전 산업은행 회장으로 왔다.

재벌개혁을 오래 전부터 외쳤던 '원칙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는 이 회장은 2017년 9월 산업은행 회장 부임 후에도 뚜렷한 소신에 입각해 각종 기업 구조조정을 안정적으로 잘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외부의 숱한 공격에도 크게 굴하지 않은 꼿꼿한 자세를 보여준 것도 내부 직원들이 높이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다.

산은 관계자는 “이 회장은 예나 지금이나 '원칙주의자'란 딱딱한 별칭이 따라 붙는다”며 “그만큼 힘 있는 자세로 방패 역할을 잘해준 덕분에 외부 눈치를 보지 않아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는 산업은행 사람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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