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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차등감자, 산은 vs 금호산업 '평행선' "박삼구 회장 경영진, 작년부터 자본잠식", "불가항력 코로나 악재 책임경영 묻는건 가중처벌"

박상희 기자공개 2020-09-16 09:55:45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4일 10: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합병(M&A) 무산으로 6년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차등감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해 부실 경영 책임을 물어 대주주 차등감자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실패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대주주에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M&A 결렬을 공식 선언한 11일 '온라인 이슈브리핑' 형식의 기자 간담회간담회에서 차등감자 관련 "영구채 지분 전환이 핵심인데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연말 재무상태와 채권단 관리상황을 고려할 것"이라면서 "M&A 재개 여부에 따라 종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차등감자 이행을 단언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산업은행이 향후 영구채 출자전환을 통해 1대 주주가 된 후에는 기존 대주주인 금호산업에 감자를 요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5000억원, 올해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했다. 이를 출자전환하면 산은의 지분율이 단숨에 36.9%로 뛰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이 경우 금호산업은 최대주주 자리는 내주지만 2대 주주 자리는 보전할 수가 있다. 아시아나항공 M&A가 재개될 경우 구주매각을 다시 노려볼 수 있다. 산업은행으로선 마뜩잖은 시나리오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에 나서면 1대주주가 될텐데, 그 작업과 맞물려 차등감자가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통상 차등감자는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할 때 따라 붙는 조건이다. 기업 부실책임의 경중을 따져 대주주 지분만 높은 비율로 감자하는 것을 말한다. 차등감자를 할 경우 대주주의 보유 자본총액이 줄어들고 지분율도 크게 떨어진다.

산업은행은 과거에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기업에 대해 차등감자를 요구한 사례가 있다. 2016년 7월 산은은 지난 2016년 현대상선 대주주의 7대1 무상감자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현정은 전 현대상선(현 HMM) 회장은 지분율이 22.64%에서 3.64%로 낮아져 대주주 지위에서 물러났다. 산업은행은 2013년 STX조선해양, 2014년 동부제철의 경우는 대주주의 100대1 차등감자를 요구했었다.

반면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M&A 거래 불발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 책임을 금호산업에 묻는 것은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2019년 4월 추진됐다. 당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등 경영에서 손을 완전히 떼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이후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산업은행 주도로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마음을 돌리는데 실패했지만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도록 회유와 압박에 나선 것도 산업은행이었다. 지난해 말 매매계약까지 체결하며 순조롭게 진행되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딜 클로징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닥뜨리면서 '노 딜' 선언에 이르렀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없었다면 M&A가 잘 마무리 됐을 것"이라면서 "금호산업도 선의의 피해자인데 차등 감자로 또다시 대주주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가중 처벌로 부당하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 전 회장은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그가 선임한 경영진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등기이사로 경영을 이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책임 경영을 충분히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은 박 전 회장을 수십년 간 보필한 '금호맨'들이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는 자본잠식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주주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소지가 크다는 반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지난해 영구채 형식으로 5000억원을 지원했는데 영구채 지원 이전부터 아시아나항공은 자본잠식 상태였다"면서 "코로나19로 경영이 급악화되기 이전 상황만으로도 대주주에 부실 경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금호산업이 차등감자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과거 경험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차등감자는 아픈 기억이다. 금호산업은 2010년 지배주주에 대해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100대 1 비율로 차등감자를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도 금호산업 때와 마찬가지로 최대주주의 보유 주식을 최대 100대 1의 비율로 감자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M&A 실패와 경영 악화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차등감자에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아시아나항공은 물론이고 그룹 전체의 자금줄을 사실상 산업은행이 쥐고 있기 때문에 결국 산은이 원하는 방향대로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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