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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티웨이, 유증은 선택 아닌 '필수'...정창희 CFO '첫 시험대''지급유예' 카드 이미 소진, 현금 바닥

유수진 기자공개 2020-09-16 13:27:50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4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주어진 임무 중 하나는 '적기 자금 조달'이다. 제때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활동이나 금융거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양한 재무적 옵션 중 가장 유리한 선택지를 골라 이익 극대화를 꾀하는 게 CFO의 주된 역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이 유상증자 재도전에 뛰어들며 CFO인 정창희 재무본부장(상무)에게 눈길이 쏠린다. 재무·자금·회계 총괄자로서 이번엔 기필코 성공으로 이끌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6월 유증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자본확충을 추진한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급하다는 의미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현재 보유현금이 바닥나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상태로 파악된다. 하루 빨리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항공업계에서는 지금 티웨이항공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증자 외에는 없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6월 말 기준 티웨이항공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021억원이다. 금융기관 대출과 전환사채 발행 등을 모두 합한 총차입금은 3968억원으로 리스부채(3392억원)를 제하더라도 576억원이 남는다. 이를 종합하면 현금성자산에서 차입금을 뺀 445억원의 보유현금이 있는 것으로 읽히기 쉽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금성자산 중 472억원은 사용이 제한된 상태다.

티웨이항공의 예금 일부와 단기금융상품 전체는 현재 담보와 보증 등으로 묶여있다. 임직원의 우리사주 취득 관련 대출과 항공기유지부품 등 해외매입거래를 위해 정기예금 등을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항공기 중정비를 위한 금융기관 신용장(L/C) 개설과 관련해 질권설정도 해놓았다. 이를 고려하면 실제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기현금은 마이너스(-)21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티웨이항공 현금성자산 중 사용 제한 내역. (출처:전자공시시스템)

특히 코로나19로 현금유입이 막히며 지난 3월부터 6개월째 리스료와 유류비 등을 납부유예하고 있다. 고정비를 줄여 정부 지원이 나올 때까지 버티기 위해서다. 이는 지금보다 더 유동성이 경색됐을 때 꺼내들 수 있는 '예비카드'가 없다는 의미다. 티웨이항공의 리스료는 28대 기준(반납예정기재 1대 포함) 매달 약 83억원(700만 달러) 가량이다. 이 중 실제 지급한 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항공업계에서는 티웨이항공의 재정상태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리스료 유예 등은 국내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특수한 경우다. 추후 코로나19 장기화로 운항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예가 중단될 경우 일시에 납부 압박을 받게될 수 있다. 만약 리스료가 연체되면 임대사는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기재 반납도 요구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리스료를 유예했다는 건 언젠가 부담이 크게 넘어온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을 길게보고 비용을 조절하며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리스사나 정유사도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유예를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티웨이항공의 이번 유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하기 보다는 당장의 유동성 확보 목적이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리스료와 유류비, 정비료 등 영업활동을 위한 운영자금을 대고 정부 지원을 위한 선행조건인 자구안 이행 차원이라는 뜻이다. 정부는 하반기 LCC 금융지원을 예고하며 항공사 차원의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전제로 깔았다.

같은 이유로 경쟁사인 진에어 역시 1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상황은 다소 다르다. 진에어는 6월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1292억원이고 단기차입금은 400억원(리스부채 제외)이다. 마찬가지로 담보와 보증 등 사용 제한이 걸려있지만 규모가 28억원에 그친다. 실질적인 자기현금이 864억원으로 여유가 있는 셈이다.

특히 진에어는 현재까지 유예하고 있는 비용도 없다. 추후 유동성 확보가 급할 때 거래처와 협의를 거쳐 지급유예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이번 유증 목적이 당장의 현금 확보가 아니라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비 차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반면 티웨이항공은 반드시 유증에 성공해야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따라서 CFO인 정 상무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동시에 정 상무가 제대로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970년생인 정 상무는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과 대성회계법인을 거친 전직 회계사다. 작년 9월 조직개편으로 경영본부 아래 놓여있던 재무조직이 재무본부로 격상되며 수장 자리에 앉았다. 회계와 자금 등 재무 전문성을 기존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CFO 부임 이후 보이콧 재팬과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 전반이 침체일로를 걸으며 별다른 재무적 이벤트가 없었다. 보수적인 재무기조를 이어오다 지난 6월 유증을 추진했지만 실패로 끝나며 체면을 구겼다. 이번엔 반드시 성공적으로 자본확충을 마무리하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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