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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수협중앙회, 은행장 임기단축 실험 '배당금 늘리기' 목적CEO 성과평가 '3→2년' 고삐…공적자금 상환재원 부담 영향

손현지 기자공개 2020-09-18 07:37:02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7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은행이 은행장(이동빈)의 임기를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을 최근 완료했다. 이번 개정은 수협중앙회가 완전 자회사인 수협은행이 직접 짊어져야 할 공적자금 상환의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단행한 일로 풀이된다.

실제 정관개정은 수협중앙회 주도로 추진됐다.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해 배당도 축소되는 양상이면 수협은행장도 서둘려 교체하겠다는 의도다.

수협은행은 지난 2001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1조1581억원을 지원받았다. 상환액의 70%에 달하는 8533억원이 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채무상환은 수협중앙회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협은행의 배당성향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 성과가 필요하다. 수협은행이 배당여력을 확대하려면 이익잉여금을 늘려야 하는데 현재 손익 상황이 좋지 않아 배당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CEO 경영성과를 2년마다 재평가해 연임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경영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익 성과 개선은 곧 수협중앙회을 향한 배당금 확대를 부르는 일이다.

임기 중 책임경영을 도모하기 위한 또 다른 조항도 추가했다. 불확실한 규정이었던 '연임'에 대해 명문화했다. 기존에는 '은행장의 임기는 3년으로 한다'고만 적시했던 것을 2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토록 수정한 셈이다. 역대 장병구 전 수협은행장만이 유일하게 연임한 케이스다.


이번 정관 개정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장관, 예금보험공사 등 이해당사자 기관들 사이에 정무적인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던 탓이다. 정관개정 안건이 올라온 지난 7일부터 이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했다는 전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수협중앙회의 주도로 정관개정이 이뤄진 탓에 정부 측 이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며 "수협은행이 분리 독립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회가 경영간섭을 깊숙이 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내비치기기도 했다.

현재 수협은행 이사회는 총 7인으로 이뤄져있다. 구성원은 이동빈 수협은행장을 필두로 사외이사 4인(금융위, 해수부, 기재부, 중앙회 각 1명 추천)과 비상임이사 2인(예금보험공사, 중앙회 각 1명 추천) 등이 포함된다.

이 중 금융위, 기재부, 예보 측 임원들이 정관개정과 관련해 반대표를 냈다. 다만 해수부와 중앙회 임원들의 찬성으로 과반수를 충족시켜 안건이 통과됐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정관개정은 다수에게 행장직 기회를 주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며 "각 기관마다 은행장 추천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의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협은행은 지난 10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정관 일부개정안을 인가받았다. 해수부는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은행은 수협법에 따라 비상설기구인 은행장·감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임원을 추천한다. 특수은행으로 지배구조법상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지 않는 대신 이를 운영하는 셈이다. 해당 기구에선 주주총회에 추천할 후보자의 자격검증 등을 주 업무로 한다.

은행장추천위원회 역시 정부의 입김이 쎈 편이다. 기재부장관, 해수부장관, 금융위 위원장이 각각 추천한 사외이사 3명과 중앙회가 추천한 인물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 비율이 전체 위원 중 60%에 해당돼 사실상 정부의 추천으로 선임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 후보 추천은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결의하는 방식이다.

현재 수협은행장 자격요건은 은행업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래에 대한 통찰력,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을 겸비한자, 독립적으로 감독하고 내부통제, 재무활동 등 감사업무 전반을 총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자 등을 기준으로 선임한다.

이동빈 수협은행장의 임기는 내달 24일 만료된다. 임기 단축에 대한 개정내용은 시행일 이후 선임된 은행장부터 적용된다.

수협은행은 지난 11일 첫 행추위를 열어 행장 선임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행장 임기만료일 60일 전부터 40일 전 사이에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는 정관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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