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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바뀐 케이프, 적대적 M&A 불씨 '여전' [오너십 시프트]④김광호 KHI 회장, 2대주주 유지…경영 참여 움직임 '주목'

박창현 기자공개 2020-09-24 08:12:59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2일 15:0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케이프'의 지배구조가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경영권 지분 인수인계도 9부 능선을 넘었다. 다만 경영권 확보 후에도 난제가 쌓여 있다. 적대적 M&A 세력으로 떠오른 2대주주의 존재 때문이다. 임 대표 측은 이번 M&A를 계기로 확실한 지분 결집을 노리는 형국이다. 이에 2대주주 측도 지분 확보에 나서며 맞불을 놓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케이프 최대주주는 최근 임 대표가 이끄는 투자회사 '템퍼스인베스트먼트'로 변경된다. 이달 들어 1차 경영권 지분을 다 확보했고, 올 11월 잔금까지 치르면 지분율이 23.75%까지 올라간다.

케이프는 2007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래 단 한 번도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았다. 줄곧 창업자 김종호 회장을 중심으로 견고한 오너십을 유지했다. 상장 직후만 하더라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3%에 달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서 작년 말 기준으로 대주주 측 지분율이 20%대로 낮아진 상태다.

오랜 관성으로 인해 빈틈이 생긴 것일까. 올해 초 케이프는 변곡점을 맞는다. 'M&A 전문가'로 유명한 김광호 케이에이치아이(KHI) 회장이 케이프를 타깃으로 점 찍었다. 김광호 회장은 모나리자와 쌍용C&B, 엘칸토를 사들인 후 되팔아 수십 배 차익을 거둔 인물이다.


케이프는 조선 기자재 전문 제조업체로, 지난해 1632억원의 매출과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2016년에는 케이프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사업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연결 기준 자산 총액은 3조원이 넘지만, 시가 총액은 11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순자산 대비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 또한 1배가 채 안 된다. 시장에서 저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김광호 회장 또한 본질 가치와 비교해 케이프의 시장 가치가 현저히 낮다고 판단, 공격적인 베팅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광호 회장은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한 달간 개인 소유회사 'KHI'와 '화신통상'을 앞세워 케이프 주식과 전환사채를 집중 매수했다. 약 112억원을 쏟아부어 15%에 육박하는 지분을 확보했다. 보유 목적 또한 의결권 행사, 즉 경영 참여였다.

김광호 회장 측은 한 달 뒤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곧바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 기존 경영진 견제와 감시 기능 강화를 이유로 이사회 신규 진입을 노렸다. 임승대 화신통상 대표이사와 김찬 전 STX 경영총괄을 각각 사외이사, 감사로 추천하는 한편 배당 안건도 올렸다. 비록 주주 제안이 모두 부결됐지만 케이프를 뒤흔들기에는 충분했다는 평가다.

적대적 M&A 위기감이 고조되자 케이프도 경영권 지분 결집에 나섰다. 그 중심에 바로 임 대표가 있었다. 임 대표와 템퍼스인베스트먼트가 구심점이 돼 우호세력을 모으는 것이 이번 M&A의 본질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기존 대주주인 김종호 회장이 직접 인수금융을 담당하고 있고, 임 대표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KTB투자증권과 리딩투자증권도 투자자로 참여한 상태다.

그럼에도 적대적 M&A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김광호 회장이 최대주주 변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지분 경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자금력이 충분하다는 점 역시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실제 케이프 주식 취득 자금이 모두 김광호 회장의 개인 주머니에서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케이프 M&A는 김광호 KHI 회장의 공세에 대한 기존 대주주의 반격으로 볼 수 있다"며 "판세가 달라진 만큼 다시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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