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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 M&A의 '열린' 결말 [thebell desk]

박창현 벤처중기2부 차장공개 2020-09-28 08:04:09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4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거래는 종종 웰메이드 '영화'에 비견된다. 인물, 대사, 소품, 배경 등이 미장센을 이루며 지루할 틈 없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최근 시장에서 뜨거웠던 케이프 M&A 또한 좋은 작품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그 시작은 갑작스럽고 충격적이었다. 케이프는 올 6월 전격적으로 M&A를 발표했다. '창업주' 김종호 회장이 부인과 함께 보유하고 있던 경영권 주식을 모두 외부 투자회사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케이프는 조선 기자재 업체로, 매년 130억원 대 영업이익을 낼 정도로 실적이 탄탄하다. 여기에 케이프투자증권까지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갑작스러운 M&A 발표에 시장은 들썩였다. 인수 주체가 밝혀지자 또 한번 놀랐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였다. 임 대표는 김종호 회장이 2016년 케이프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 영입했던 인물이었다. 김종호 회장의 은퇴, 임 대표의 쿠데타 등 다양한 관측이 쏟아졌다.

궁금증을 풀 열쇠는 불편한 관계였던 '2대주주'가 쥐고 있었다. 케이프는 올초 M&A 투자자로 유명한 '김광호 케이에이치아이 회장'이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인해 큰 파장이 일었다. 그는 과거 모나리자와 엘칸토 등을 인수한 후 되팔아 돈방석에 앉은 인물이다. 저평가 기업 바이아웃에 정평이 나 있었는데 이번엔 차기 투자처로 케이프를 점 찍었다.

한 달 새 15% 지분을 확보한 김광호 회장은 곧바로 연초 정기 주총에서 실력행사에 나섰다. 현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 강화를 이유로 사외이사와 감사를 직접 추천했다. 결과적으로 표 대결에서 밀렸지만 케이프를 뒤흔들기에는 충분했다.

외부에 적이 나타나자 내부는 더욱 단단하게 결집했다. 그 총대를 임 대표가 멘 모습이다. 위기에 처한 주인공은 그를 도울 우군을 찾기 시작했다. 각기 사연이 있는 조력자들이 등장했다.

먼저 떠난 줄 알았던 김종호 회장이 100억원 넘는 돈을 빌려주며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 KTB투자증권과 리딩투자증권도 연합군에 합류했다. KTB투자증권은 임 대표의 친정이다. 리딩투자증권의 경우 임 대표가 도전하고 있는 '증권사 MBO'의 첫 번째 성공 사례였다. 과거 인연, 투자 노하우, 수익성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백기사를 자처한 모습이다.

완벽한 구도다. 옛 국왕,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힘을 모은 계승자와 강력한 정복자. 케이프 M&A는 현재 여기까지다. 흥미진진한 전개가 끝났고 이제 클라이막스를 향해가고 있다. 당장 급습을 당한 2대주주가 어떤 반격에 나설지가 관전 포인트다. 탄탄한 자금력을 활용해 지분 매집에 나서며 정공법으로 맞설지, 대주주처럼 연합군을 꾸릴지 시장의 의견도 분분하다.

일반 주주들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양 측 지분율 격차는 10% 포인트 내외로 추정된다. 결국 민심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주주들이 바라는 건 미래 비전에 대한 확실한 방향성과 주가 모멘텀 확보다. 임 대표와 김광호 회장이 향후 내놓을 미래 청사진이 궁금한 이유다.

다음 정기 주총까지 남은 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엔딩 크레딧 자리를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주주들은 팝콘을 준비하면 된다. 단 집중력을 잃지 말고 보고 듣고 판단하라. 케이프 M&A의 해피엔딩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열린 결말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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