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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XT]"주식교환 활용 '비용 없이' 소유구조 단순화 가능"지주회사의 현실적 지분확대 방안 언급, 그룹경영 포괄하는 법률 필요성 강조

이은솔 기자공개 2020-09-25 15:35:29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5일 15:3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유 구조 개편의 핵심은 지주회사만이 상장회사로 남고 나머지 계열사는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겁니다. 지주회사 지분율 높이는 방안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수십조의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돈 한 푼 들이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주사와 자회사의 주식을 교환하면 됩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25일 더벨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한국 재벌지배구조의 미래'를 주제로 주최한 '2020 THE NEXT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주제 발표가 끝난 후 이어진 토론에서 사회자와 연사들은 현실적인 소유 구조 단순화 방안과 법적으로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그룹 경영'의 실제 사례, 국내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국식 재벌 구조의 근본적 문제는 지배주주의 사익추구에서 비롯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소유 구조를 단순화해야 하는데, 이미 상장돼 있거나 여러 곳에서 투자를 받아 지분관계가 복잡한 자회사의 경우 지주사가 지분을 확대하는 게 쉽지 않다.

박 교수는 지주사가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해외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계열사 지분을 지주회사에게 주고 지주회사가 새로 발행한 지분을 계열사 주주에게 넘기는 것이다. 추가 비용 없이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고 자연스레 자회사 주주는 지주회사 주주가 된다.

두 번째는 기업의 자산을 정리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자회사의 지분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박 교수는 "기업에서는 다른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 수익성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이렇게 수익성이 낮은 곳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구조조정을 하고 보다 효율적인 곳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집단경영에 대해 발표한 조현덕 변호사에게도 질문이 이어졌다.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개념인 '그룹 경영권'이 실제로 어떻게 정의되냐는 질문에 조 변호사는 "자회사들이 동의를 거쳐 인적, 물적 자원이나 M&A 경험이 집적된 핵심회사의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는 경우가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지주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사업 재편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권리가 없고 자회사가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조 변호사는 "직접적이거나 유효하지 않은 조치"라며 "주력회사나 지주회사의 경영진을 법률적으로 포괄하는 기업집단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승재 변호사는 국내 기업 지배구조에서 지주회사 체제가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최 변호사는 "지주회사체제든 순환출자든 어느 쪽이 경제학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지주회사는 지분 단계가 정리돼 있어 규제가 용이하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 역시 그룹 경영을 포괄할 수 있는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요구들을 정돈해 법에 넣어야 한다"며 "경제와 기업은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전문가의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0 THE NEXT 컨퍼런스'에서 연사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조현덕 변호사, 조명헌 교수, 박경서 교수, 최승재 변호사.


<토론 전문>

◇박경서 고려대 교수

Q. 한국에서 나타나는 재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인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유구조 단순하게 하는 게 중요한데, 현재 상장돼 있거나 비상장이더라도 여러 투자관계가 복잡한 자회사의 지분을 늘리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조명현 고려대 교수)

A. 소유구조 개편 핵심은 지주회사만이 상장회사로 남고 나머지 계열사는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것인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하는 방법이 있다. 외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주식교환이다. 기존의 계열사 지분을 지주회사에게 주고 지주회사가 새로 발행한 지분을 계열사 주주에게 주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자연스럽게 자회사 주주는 지주회사 주주가 된다.

지주회사 지분율 높이는 방안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수십조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자회사에 대한 투자는 비용의 개념은 아니다. 절대적으로 투자 금액이 많이 필요하고 그 부분이 부담이 되는 것은 맞다. 첫 번째는 정말 이론적이고 돈이 들지 않는 주식교환 방법이다. 이 경우 지주회사의 자본금이 커지며 기존에는 경영권을 누리던 지배주주의 지분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일부 우리나라 대규모 기업 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안을 모두에게 권하는 것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주식교환 통해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높이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 하나가 저수익자산으로 구성돼 있는 기업집단의 자산규모를 정리하고 자회사에 대한 현금투자를 늘려가는 것이다. 기존의 자산을 팔고 자회사에 대한 지분으로 옮겨가는 것이라 기업에서는 다른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니냐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수익성은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조조정을 하고 부실 기업을 정리하거나 경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기업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면 자연스럽게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을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된다.

세 번째는 그야말로 새로 생기는 현금 조달을 통해 지분투자를 하는 방법이다. 기업들이 가장 반대하는 방법이다. 이 세 가지 조합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선진국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빠른 성장이 소유구조의 왜곡을 가져왔지만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세 가지 방법의 조합을 통해 기업 소유구조의 단순화가 가능하다.

Q. 비주력 계열사 팔아서 주력 계열사 사려고 할 경우 발생하는 세금이 굉장히 커서 늘릴 수 있는 지분의 양이 실제로는 얼마 되지 않을 수 있다. 구조조정을 하는 회사에 한시적인 세제혜택 등이 필요한가?

A. 세제 문제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모든 정책에는 양날의 칼이 있다. 정부가 행사하는 주요 정책 중 하나가 세금이고 최근 대기업의 가족 승계에 있어 세금 문제 이슈도 첨예하다. 세제 문제를 어느 선까지 조정해서 구조조정을 도울 것인가는 구조조정과 부의 양극화 문제 중 어떤 걸 먼저 해결해야 하는가의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


◇조현덕 변호사

Q. 경영권을 대주주의 주주권, 계열회사 경영권, 그룹 경영권으로 나눠 정리하는데, 그룹 경영권은 지주회사 체제를 제외하고는 다소 모호한 개념이고 법적 실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기업들이 그룹 경영권을 어떻게 행사하는지 설명해달라.

A. 그룹 차원에서는 부실이 아니더라도 사업을 정리할 필요가 있고 투자자원을 몰아줘야 하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또 사업이 혼재돼 있으면 분리해서 독립 경영할 필요도 있다. 이를 사업 구조조정이라고 하는데 이걸 누가 결정할 것인가가 그룹 경영의 문제다.

주력 계열사가 영향력을 갖고 진행해온 게 일반적이다. 법상 관례는 없지만 구조조정본부를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한다. 외환위기로 인한 사업 재편 당시 정부 스스로도 그룹의 누구와 이야기 해야할지 명확하지 않아 주요 그룹의 구조조정본부를 실체로 인정하고 대화 창구로 사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주회사는 적법화된 기구로 법에서도 사업을 지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지배하는데도 사업 재편에 직접적으로 얘기하거나 개입할 수 없게 돼 있다. 물론 자회사의 지분이 있기 때문에 이사를 선임하고 주주총회에 개입할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율적이지 않다. 상시적으로 지주회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 사업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당회사 이사회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면 민형사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개입할 필요는 있는데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 계열사들은 각 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계약을 체결한다. 자회사나 손자회사는 인적, 물적 자산과 M&A 경험이 집적돼 있는 지주회사나 주력회사에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주력회사는 자문에 응해 의견을 내고 플랜을 제시할 수 있도록 계약이 체결된다.

물론 그 계약도 자회사가 받을 의무는 없고 자회사의 경영진과 이사회는 독자적 판단을 해야 한다. 일종의 방어적인 조치다. 직접적이지도 않고 유효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그런 계약을 체결하는 건 지주회사나 주력회사가 계열회사에 관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작업에 들어가는 인적 자원 등의 비용을 관련 회사에 배분하기 위한 세무적인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다만 주력회사나 지주회사의 경영진을 법률적으로 보호할 수는 없다.

현재 기업집단 관련 규제가 여러 가지 산재돼 있다. 담합, 불공정거래를 관리하는 불공정거래법에 기업집단관리 규제가 포함돼 있는 건 다소 어색하다고 느껴진다. 규제를 종합해 기업집단법을 만드는 게 규제를 정확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최승재 변호사

Q. 실체가 없는 그룹경영을 가능케하는 유일한 방법이 지주회사 체제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이런 지주회사 체제를 좇아가야 하나?

A. 경제력 집중이 나쁜 게 아니라 경제력 집중의 남용이 나쁜 것이다. 어떤 기업이 열심히 일해서 1등을 하고 지배력을 많이 가지게 된 것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지배력을 많이 가지게 된 집단이 그것을 적절하게 행사하는가다.

공정거래법에 들어가는 게 적절치 않다는 데 동의한다. 독립된 법을 만들지 않는다면 포함돼야 할 법이 마땅하지 않다. 제일은행 대법원 판결을 보면 금융회사는 다른 사람의 돈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시스템의 공익적 성격으로 규제를 따로 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소유와 의결권 사이의 괴리 문제는 법인에 의결권을 주면 반드시 발생하는 문제다. 지주회사체제든 순환출자든 어느쪽이 경제학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지주회사의 장점은 피라미드 단계별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고, 지분에 대한 규제가 용이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주회사에도 그룹 자산을 재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비수익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필요는 있는데 그럴 방법이 없다는 것은 모순적인 부분이다.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여러 이슈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정돈해 법에 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룹 지배구조는 잘못 적용됐을 때의 문제점이 크기 때문에 수술하기 전 신중한 계획을 세우고 많은 전문가들이 투입돼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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