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와 만난 롯데 화학]발현된 인수합병 DNA, 주목받는 '신동빈 존재감'③쇼와덴코 추가 지분 인수, 솔루스 차기 주인 '기대감'
박기수 기자공개 2020-10-16 11:09:12
[편집자주]
여전히 '롯데' 하면 '유통'이 먼저 떠오른다. 롯데와 배터리, 자동차, 모빌리티의 교집합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시장의 트렌드인 모빌리티에서 벗어난 듯한 롯데그룹이지만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자동차와 연관이 깊은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롯데그룹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2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첨단소재를 인수하고 한 지붕 아래 합병까지 마친 롯데케미칼을 두고도 업계의 평가는 "부족하다"였다. 배경은 동종업계 경쟁 업체들의 동향이었다.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등 롯데와 최상위권 재계 순위를 이루고 있는 대기업집단 화학사들은 전통 '석유화학'업에서 탈피하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LG화학의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은 석유화학 부문이고, SK이노베이션은 정유 부문이다. 그러나 이 둘은 현재 시점 가장 뜨거운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미래 '주요' 먹거리로 설정하고 전력투구를 선언했다. 이 둘에 비해 롯데케미칼의 키워드는 선명하지 못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이러던 중 롯데케미칼이 단서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작년 일본의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직접 나서 "왜 롯데케미칼이 히타치를 인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열변을 토했다고 전해진다. 히타치케미칼은 고부가 전자재료를 포함해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음극재 등을 생산하는 일본 대표 업체다.
한·일 무역분쟁이라는 암초 탓에 협상은 물건너갔다. 히타치케미칼의 몫은 같은 일본 업체인 쇼와덴코였다. 롯데케미칼은 대신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한 쇼와덴코의 지분을 올 초 1700억원에 소량(4.69%) 매입했다. 쇼와덴코 역시 롯데케미칼이 목말라하는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다.
롯데케미칼의 쇼와덴코 지분 인수는 단순한 지분 투자가 아니라는 업계의 시선이 짙다. 쇼와덴코는 다수의 일본 금융사들이 지분을 쥐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매입한 지분은 절대적으로 보면 소수지만, 현재 전략적 투자자(SI)들 중 최대 지분율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2019년 말 기준).
자연스럽게 시장은 '쇼와덴코를 롯데케미칼이 품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존재를 이유로 이를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현재는 소수 지분 투자 형태로 쇼와덴코에 들어가 있지만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모르는 일"이라면서 "일본내 네트워크가 국내 타 그룹에 비해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신 회장의 롯데그룹이라면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국내 재계에 훨씬 와닿는 행보를 보였다. 지분 31.13%를 보유한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전지박과 동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두산솔루스를 인수하는 재무적 투자자(FI)인 스카이레이크가 설립한 펀드에 2900억원을 투입했다.
펀드명이 예사롭지 않다. '롱텀스트래티직사모투자 합자회사'다. 더벨 취재에 따르면, 스카이레이크는 엑시트(Exit) 과정에서 두산솔루스의 사업을 영위하는 전략적 투자자(SI)로의 매각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이미 지분 투자 과정에서 함께한 롯데정밀화학(혹은 롯데 화학BU 계열사)이 추후 경영권을 쥘 확률이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이유다.
여기서 끝일까. 업계는 더 큰 M&A건이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 롯데케미칼에는 여전히 1조5000억원(올해 상반기 말 기준)이 넘는 현금성자산이 쌓여있다. 두산솔루스로의 현금 투자는 롯데케미칼이 아닌 롯데정밀화학이었다는 점도 롯데케미칼이라는 '화학 본체'의 마지막 한 방이 남았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IMF 시절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석유화학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국내 대표 기초화학업체로 거듭났던 M&A DNA를 갖추고 있다"라면서 "코로나19로 글로벌 화학·소재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한 현 상황과 비교했을 때 롯데의 M&A DNA가 다시 한번 발휘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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