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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시대, 도전과 응전]'자동차왕' 정몽구의 품질 고집, '글로벌 5위' 도약가격 아닌 품질에 방점, 20년간 1억900만대 판매…美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

유수진 기자공개 2020-10-16 11:17:38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4일 11:4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장님이 끊임없이 강조해 오신 품질, 안전, 환경과 같은 근원적 요소에 대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 치의 양보 없는 태도로 완벽함을 구현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강화하고 사업별 글로벌 시장에서의 독자적인 생존력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2019년 1월2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1999년 입사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현대차그룹 통합 시무식을 직접 주재하며 이 같이 말했다. 사실상 그룹 경영의 무게추가 정몽구 회장(사진)에서 정 수석부회장으로 옮겨갔다고 대내외적으로 선포하는 자리였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은 정 회장의 경영철학인 '품질경영'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생산과 품질 향산엔 만족 없다'

14일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2000년 시작된 '정몽구 시대'가 막을 내렸다. 20년간 지켜오던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자동차 국산화 시대를 연 아버지 고 정주영 회장의 배턴을 이어 받아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5위 완성차 회사로 도약시킨 정 회장의 철학과 업적이 재조명받고 있다.

정 회장은 정 수석부회장의 말처럼 '품질'을 앞세워 현대기아차의 글로벌화를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값싼 국내차'로 인식되던 현대기아차가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건 정 회장이 상품성 개선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 않은 영향이 컸다.

현대차는 1967년 설립됐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74년 출시한 최초의 한국형 승용차 포니를 에콰도르에 수출하는 등 해외진출에 속도를 냈지만 정비망 구축이 미흡했고 품질관리 역시 글로벌 기준에 미치지 못한 탓이었다. 이를 바꿔놓은 게 1999년 기아차 인수를 주도하며 2000년 현대차그룹을 출범시킨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은 '생산과 품질 향상에는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품질 경쟁력'을 현대기아차가 구현해야 하는 최선의 가치로 삼았다. 가격 경쟁력만 내세워서는 성장과 저변 확대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품질총괄본부를 신설해 품질 관리에 집중했고 전 세계에 균일한 고품질의 생산공장을 적기에 건설할 수 있는 표준공장 건설 시스템도 확립했다.

정 회장의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는 1998년 미국시장에 도입해 화제를 모았던 '10년간 10만 마일 무상보증'을 꼽을 수 있다. 당시 포드와 GM이 3년간 3만6000마일, 도요타가 5년간 6만 마일을 내세웠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다소 무리한 마케팅이라는 지적에도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특히 정 회장은 2006년부터 7년동안 현대제철에 10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 3기의 고로를 가동하는 2400만t 규모의 세계적인 제철소로 키워내기도 했다. 고품질 강판 납품으로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철광석과 유연탄으로 쇳물을 만들고, 제강과 압연까지 할 수 있는 일관제철소 운영은 고 정주영 회장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현대다이모스 등 부품사들의 내부 기술력을 높이는 데도 집중했다.

◇20년 간 계열사 44개 늘고 자산 200조 '껑충'

이후 현대기아차는 세계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판매량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1999년까지 누적 판매량은 2100만대였으나 이후 20년간 1억900만대를 넘게 팔았다. 올 상반기까지 현대기아차의 누적 자동차 판매량은 1억3759만41대에 달한다. 이 중 9500만대가 해외 판매로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해외 판매량은 첫 수출 이후 27년 만인 2001년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달성했지만 2000만대를 넘어서는 데는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9년 3000만대, 2011년 4000만대, 2013년 5000만대를 넘어서며 1000만대를 추가하는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2017년 8000만대에 이어 작년에 9000만대를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2010년 현실이 됐다.

이에 따라 2000년 9월 현대차를 비롯 10개 계열사, 자산 34조400억원에 불과했던 현대차그룹은 2019년 말 54개의 계열사와 총 234조706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그룹으로 변모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전례가 없는 최단 기간 내에 전 세계 10개국에 완성차 생산시설을 갖추고 매년 7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글로벌 5위권의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정 회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올 2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1939년 설립된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세계 자동차 역사에 남을 만큼 뛰어난 성과와 업적을 달성해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발전에 중대한 기여를 한 인물을 헌액한다.

역대 주요 수상자로는 △1967년 포드의 창업자 헨리 포드를 비롯해 △1969년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 △1984년 벤츠 창립자 칼 벤츠 △1989년 혼다 창립자 소이치로 혼다 △2018년 도요타 창립자 키이치로 도요타 등이 있다.

자동차 명예의 전당 선정위원회는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성공의 반열에 올린 업계의 리더"라며 "기아차의 성공적 회생,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고효율 사업구조 구축 등 정 회장의 수많은 성과는 자동차산업의 전설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선정배경을 밝혔다.

앞서 정 회장은 정 수석부회장의 역할 확대를 위해 올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미등기 임원직만 유지해왔다. 이번에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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