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이자 적군' 미묘해진 SKT-카카오 '혈맹' SKT↔카카오, 모빌리티·콘텐츠·미디어 등 대부분 사업에서 경쟁 구도
성상우 기자공개 2020-10-16 09:22:20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5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주고받으며 '혈맹'을 맺었던 SK텔레콤과 카카오의 관계가 미묘해졌다. 단순 협업 수준이 아닌 전방위적인 사업 결합을 이루자는 취지에서 지분까지 섞었으나 손대는 사업마다 대결 구도가 조성되는 양상이다. 애초에 구상했던 혈맹 시너지는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양측이 지난해 10월 단행한 지분 스왑은 당시 ICT 업계 전체를 뒤흔들만한 빅딜이었다. 이동통신(MNO)과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두 회사가 결합한다면 대적할 수 없는 규모의 공룡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져나왔다.
MNO 시장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SK텔레콤과 전 국민을 카카오톡 유저로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는 모빌리티·미디어·콘텐츠·커머스·테크핀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접점이 있었다. 당시엔 이 접점들이 시너지의 발판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당시 양측은 각자의 강점을 결합해 AI(인공지능), 커머스, 디지털콘텐츠 등 5G 미래 사업 분야에서 신사업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에 업계는 SK텔레콤과 카카오의 각 사업분야의 전방위적인 결합이 즉각 이뤄질 것으로 봤다.
SK텔레콤의 커머스 플랫폼(11번가)이 카카오의 테크핀(카카오페이)과 결합할 가능성이나, 카카오의 콘텐츠(카카오페이지, 카카오M)를 SK텔레콤의 미디어 플랫폼(웨이브)을 통해 공급하는 형태 등이 예시로 거론됐다. '티맵을 장착한 카카오택시' 출시 가능성도 그때 나온 이야기다.
양측은 카카오톡에 11번가를 입점시키는 등 시너지 협의체의 결과물을 하나씩 공개했지만 파괴력은 크지 않았다. 통신과 플랫폼의 최강자들이 혈맹을 맺고 내놓은 시너지 사업 치곤 존재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동시에 혈맹의 균열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카카오가 먼저 들어가있던 카인포테인먼트 시장에 SK텔레콤이 경쟁자로 등장했다. '안드로이드 오토'에 카카오내비를 독점 공급키로 하면서 시장을 선점하는 듯 했던 카카오에게 SK텔레콤이 내놓은 '티맵 오토'는 큰 장애물이 됐다. 티맵 오토는 현재까지 △BMW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한불모터스(푸조·시트로엥 등) △볼보코리아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카카오TV 출시도 같은 맥락이다. 카카오페이지의 IP를 기반으로 카카오M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이제 카카오TV로 집중될 전망이다. 지분 스왑 당시 업계가 예상했던 '웨이브를 통한 카카오 오리지널 콘텐츠 공급' 그림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게 됐다.
회사측은 "지분스왑의 방향성은 처음부터 각사가 기존 영위하던 사업 분야는 그대로 유지한 채 별도의 기술 협업이나 새로운 신사업을 구상한다는 방향성이었다"고 했다. 티맵·카카오택시·멜론·플로 등 기존 서비스들은 처음부터 결합 대상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각자 기존 사업을 존중한 채로 새로운 신사업을 구상한다고 하기에 양측은 너무 많은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에서 분사를 결정한 모빌리티 부문은 카카오모빌리티라는 최강자를 필연적으로 넘어야하는 상황이 됐다. 하루 빨리 흑자전환한 뒤 IPO 임무를 수행해야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신규 진입자인 티맵 모빌리티와 기술·서비스 협업을 할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카카오의 콘텐츠 역량도 SK텔레콤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을 것이 유력하다. 멜론과 플로의 경쟁구도는 고착화된 지 오래다. 카카오커머를 IPO 리스트에 올린 카카오의 상황을 고려할 때 11번가와 카카오톡 협업 역시 장기화를 장담하기 어렵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새롭게 진출하는 사업마다 서로를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맞이해야하는 상황이다. "기존 사업을 존중한 채 새로운 시너지를 추구한다"는 양측 혈맹의 지속성에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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