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예견된 미매각' 추가청약 마무리 [Deal Story]SPV 800억 인수, 잔여 물량 완판 '고금리' 매력 부각
이지혜 기자공개 2020-10-21 13:20:42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0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냈다. 예상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신용등급이 BBB급으로 낮은 데다 모집금액도 1300억원에 달했다. 신용등급과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라는 분석이다.업계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인수 물량을 제외한 증권사 인수분은 모두 완판됐다. 추가청약까지 진행하며 가까스로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고금리를 노리는 증권사 리테일을 중심으로 투자자군이 형성됐다. 사업이 안정적인 데다 경영권이 바뀐 뒤 신용등급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움직였다.
◇투자수요 480억, 추가청약까지 진행
두산인프라코어는 공모채를 찍기 위해 19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모집금액은 2년 단일물로 1300억원이다. 수요예측 결과 48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추가청약까지 진행하고 나서야 500억원의 수요를 확보할 수 있었다.
조달금리는 4.9% 정도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원화로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금리가 가장 높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당초 공모희망금리밴드로 3.9~4.9%를 제시했다. 개별민평 수익률보다 50bp가량 많은 것이다.
14일 기준 민간채권평가회사 4사(한국자산평가㈜, 키스채권평가㈜, 나이스피앤아이㈜, ㈜에프앤자산평가) 두산인프라코어의 개별민평 수익률의 산술평균은 4.39%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미매각은 사실상 예견된 결과다. 신용등급이 BBB0인 데다 등급전망이 불확실하다. 한국신용평가는 등급전망을 ‘유동적’으로, 나이스신용평가는 ‘불확실 검토’로 평정했다.
그럼에도 선전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역할이 컸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인수물량을 뺀 나머지 물량이 모두 판매됐다. 증권사의 인수부담이 대폭 줄었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KDB산업은행의 이름으로 두산인프라코어 공모채 발행 딜의 대표주관사로 참여했다. 같은 대표주관사지만 인수물량은 매우 크다. KDB산업은행이 800억원을 인수하고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이 100억원씩 모두 300억원, DB금융투자가 200억원을 인수한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던 딜”이라며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과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1300억원은 매우 큰 규모”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4월 이후 1000억원 이상 공모채를 발행한 BBB급 발행사는 두산인프라코어뿐이다. 급격히 투심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9월 공모채를 발행한 ㈜두산도 수요예측에서 50억원의 주문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미매각분을 인수해주는 대신 두산인프라코어는 잔액인수수수료로 인수분의 30pb가량을 내야 한다. 대표주관수수료 5bp, 인수수수료 25bp와 별도로 지불하는 것이다.
◇마지막 고금리?…신용등급 상향 기대
두산인프라코어의 회사채 투자자는 대부분 증권사 리테일로 구성됐다.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두산인프라코어의 회사채에 손을 내밀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이 매각되면 신용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두산인프라코어 사상 마지막 고금리 회사채일 수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0월 초 예비입찰을 끝냈다. 인수적격후보로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MBK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유진그룹, 이스트브릿지 등이 선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투자은행업계는 누가 경영권을 쥐든 현 상황보다 나아질 것으로 바라본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계열사와 관련된 재무부담이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두산큐벡스 유상증자에 참여하느라 360억원을 출자했을 뿐 아니라 자회사인 두산밥캣이 두산그룹 계열 자산을 매입하기도 했다.
경영권이 매각되고나면 이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실적이 나빠졌지만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실적이 줄었지만 2분기 이후 중국 건설기계 수요가 다시 늘었다”며 “비용구조가 좋아졌고 국내와 북미에서 사업지위와 수요기반이 견고한 점을 고려하면 영업실적을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공모채를 27일 발행한다. 공모채로 조달된 자금은 올해 8월부터 11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외화단기차입금을 차환하는 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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