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0월 23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 의약품 공장 견학을 가보면 마치 맥주 공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커다란 탱크(리액터)에서는 맥아즙이 발효, 숙성, 여과되는 대신 미생물이나 동물세포가 발효, 분해, 배양된다. 높은 생산성을 갖추고 고순도, 고품질의 약을 만드는 것이 생산업계의 핵심 과제다.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생산'의 영역은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신약개발의 마침표를 찍는 중요한 일이다. 최종적으로 약이 환자에게 투여되기 위해선 상업 생산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충분한 양의 약을 공급하려면 대량 생산이 필수다.
최근 국내 바이오 의약품 전문 CMO(위탁제조사업체)의 공장 증설이 부쩍 잦아졌다. 자금 조달을 위해 자본 시장에 얼굴을 내미는 곳들도 많다. CMO들의 공장 신축은 긍정적인 신호다. 국내외 제약사들로부터 생산 수주가 쏟아지자 추가 설비 투자가 불가피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증설을 위해 일찍이 조단위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최근 공사계약에 돌입, 착공을 본격화할 모양이다. 동아쏘시오 그룹의 에스티팜도 밀려드는 글로벌 올리고핵산치료제 위탁생산 수요를 감당할 라인 증설이 한창이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생산업계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뒷단의 생산처 확보가 중요해진 결과다. 글로벌제약사로부터 대규모 공급 계약을 따낸 국내기업들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백신 제조 CMO들의 설비 투자에 속도가 붙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을 맺은 SK바이오사이언스도 그 중 하나다. 바이넥스, 유바이오로직스 등도 국내에서 코로나백신 생산과 관련해 공장 증설에 나선 곳들이다. 한동안 자금조달에 고초를 겪어온 폴루스도 제넥신의 코로나 백신 생산처로서 주목받자 투자금 유치가 다시 활기를 띄는 모습이다.
다만 국내 바이오 생산업계가 달성하지 못한 과제가 있다면 국내 기업이 개발한 글로벌 신약을 상업생산하는 일이다.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생산은 삼바나 셀트리온이 이뤄냈다. 하지만 신약은 아직이다. 국내 벤처들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시료를 만드는 CMO들은 있지만 상업생산까지는 갈길이 멀다.
단순히 글로벌제약사로부터 의뢰받은 신약의 원료나 완제를 생산하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국산 개발 신약의 생산이 시작된다면 생산업계의 가치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공장 증설에 분주한 바이오 제조업체들의 생산 라인에 국산 신약이 깔리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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