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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 몰린 라임 판매사, 탄원서 제출로 ‘태세 전환' DLF 사태보다 수위 높은 징계 불만...제재심 결과 놓고 소송전 비화 가능성

이효범 기자공개 2020-10-29 08:22:48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8일 08:5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펀드와 관련한 징계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판매사들 사이에서 국면전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판매사들이 라임사태의 책임을 모두 떠안는 형국이었지만 금융감독원의 수위 높은 징계안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증권업계가 CEO들의 탄원서 등 단체행동도 불사하면서 수세에 몰린 판매사들도 선처 호소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라임 판매사, 탄원서로 '확실한' 입장 표명..."수습 최선 다했는데 징계 과하다"

금융투자협회는 조만간 라임펀드 판매사 징계와 관련해 국내 증권사 CEO들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금융감독원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최근 금감원이 내놓은 징계안이 과도하다는 업계의 여론을 수렴한 조치다. 판매사들은 라임사태의 책임소재를 두고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꺼려왔지만 업계 차원의 탄원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드러내게 됐다.

그동안 금감원 주도의 라임사태 수습 과정에서 책임은 판매사로 귀결됐다. 판매사들은 '착오에 의한 구제'를 근거로 100% 보상안을 제시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했다. 또 손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정손해액’을 기준으로 선배상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판매사들은 반론보다 금감원의 사태 수습에 최대한 협조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특히 금감원 분조위가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 조정 신청에 대해 100% 배상안을 내놓은 건 라임 판매사 경영진에게 큰 부담이었다. 책임소재가 명백히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손실보전 행위로 비춰져 주주들로부터 배임혐의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은 판매사 스탠스 변화에 도화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5단계로 구분된다. 금감원이 라임 판매사 CEO에게 내린 징계안은 '직무정지'로 두 번째로 강한 제재다. 징계 대상 임원은 직무에서 배제되고, 향후 금융권 재취업도 4년간 불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징계가 과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앞서 해외 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때 판매사인 은행장들에게 내린 징계는 이보다 낮은 '문책경고'였다. 징계 대상 임원은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금감원은 라임 판매사에게 오히려 더 높은 수위의 징계를 결정했다.

더욱이 라임 사태의 책임을 온전히 판매사에게만 부과하는게 맞느냐는 논란의 불씨도 여전하다. 판매사가 펀드 운용에 직접 개입할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에서 판매사 책임은 불완전판매 여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같은 과정이 빠진 상황에서 금감원이 내놓은 징계안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라임자산운용의 부실운용 문제를 꼽을 수 있지만 사태 수습 과정에서 판매사 책임이 더 부각되는 양상"이라며 "또 판매사가 책임져야 할 범위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투자자의 보상안을 확정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남일 아니다" 라임 무관한 CEO도 공감, WM사업 위축 우려

라임 판매사 뿐만 아니라 증권업계는 오는 29일 제재심에 주목하고 있다. 금투협은 추진하는 탄원서 제출을 위해 회원사로 있는 증권사 CEO에게서 서명을 받았는데, 이는 라임 판매사 징계를 '남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증권사 경영진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증권사들에게 금융투자상품 판매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자산관리(WM) 사업은 투자은행(IB) 업무와 함께 증권사 비지니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전통적인 업무였던 브로커리지 위주의 영업에서 탈피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수년전부터 WM시장을 일궜다. 또 저금리 기조에 따라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펀드 사고에 대한 책임을 판매사 CEO에게 떠넘길 경우 WM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가뜩이나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투자상품 영업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CEO 책임 부과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내년 WM사업 추진 방향도 설정하지 못하는 증권사들도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판매사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가 제제심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될 경우 라임 펀드 판매사들이 법적다툼도 불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경영진들은 제재심에 대한 효력정지 소송 등을 제기했다. 특히 올 연말 연임을 앞둔 KB증권 각자 대표들 역시 같은 시나리오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라임 사태에 대한 징계로 내년부터 WM사업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에 대한 우려가 업계 전반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라며 "라임 판매사에 대한 징계 수위가 향후 증권사들의 WM 사업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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