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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판매사 태세전환, '금감원 책임론' 재부상 사모펀드 규제완화·위험징후 무시·내부통제 부실 근거

허인혜 기자공개 2020-10-29 08:22:55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8일 10:0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투자협회가 라임관련 징계가 예고된 판매사를 위해 증권업계의 탄원서를 모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전액 배상'의 전무후무한 분쟁조정안까지 전격 수용했는데도 중징계가 예고되면서 금융당국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판매사가 제시한 금감원 책임론의 핵심 근거는 사모펀드 규제완화의 정책적 실책, 신고와 조사에서 나타난 위험징후 무시, 임직원 연루 등으로 보인 내부통제 부실 등이다.

◇'환매 중단' 펀드, 규제완화후 설정…"문턱 낮춰 투자실패 규모 키웠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협회는 라임판매 증권사 CEO들에게 예고된 중징계가 과도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국회와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미 57개 증권사 CEO 서명을 받았다. 판매사 CEO뿐 아니라 증권업계 CEO 사이에서 징계가 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전언이다. 판매사들이 전액 배상 등의 분쟁조정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점, 금융당국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등이 탄원서 제출 배경으로 해석된다.

'금감원 책임론'은 크게 세 가지 골자다. 금융당국이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낮추며 부실 사모펀드가 속출했다는 정책적 실책, 2018년 3월 의혹이 불거진 파티게임즈 전환사채(CB) 투자건 등 신고와 조사에서 나타난 위험징후 무시, 금감원 임직원 연루 등으로 보인 당국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 등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모펀드 문턱이 크게 완화된 시점은 2015년 10월이다. 사모펀드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서다. 개정안은 사모펀드 운용사의 설립과 사모펀드의 운용, 사모펀드의 판매 등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낮췄다. 개정안에는 △사모펀드 진입·설립·운용·판매 규제 대폭 완화 △모든 사모펀드의 운용 규제 대폭 완화 △사모펀드 판매시 적합성·적정성의 원칙 면제, 일부 투자권유광고와 운용상품 직접 판매 허용 △사모펀드 투자자의 합리적 제안 등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사모운용사 설립 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했다. 2인 이상의 인원만 모이면 사모운용사 설립이 가능했다. 당시 십여개에 불과했던 사모운용사는 우후죽순 늘어 225개로 확대됐다. 공모운용사를 포함하면 300곳이다. 5년 사이 규모가 30배로 불어난 셈이다. 자기자본요건도 60억원에서 10억원으로 6분의 1 토막이 났다. 자연히 기준 미달 운용사들도 난립했다. 기준미달 사모펀드를 감시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전문형 사모집합투자기구에 대한 특례로 사모펀드에 대한 확인과 감시, 보고의무가 면책되면서 금융당국의 부담도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일반투자자의 투자 금액을 대폭 낮춘 주체는 금융당국이다. 일반투자자의 투자 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락 조정하면서 개미들이 사모펀드에도 뛰어들 발판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10년간 사모펀드 환매연기 361건 모두가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설정된 펀드라는 점에서 일반소비자들의 투자실패를 금융당국이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증권사가 내부적으로 작성한 탄원서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라임운용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담겼다. 해당 탄원서에는 "펀드운용인력 요건을 완화해 펀드 운용경력이 전무했던 이종필 전 부사장이 라임운용의 운용역으로 부임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라임이 수상하다' 수차례 제보에도 '시그널' 못 잡은 금감원

라임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금감원에 '라임운용이 수상하다'는 내용의 제보가 이어졌지만 묵살됐다는 불만도 나왔다. 라임자산운용이 공모펀드사 전환을 준비하던 2018년부터 라임운용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지만 금감원이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먼저 제기된 의혹은 2018년 3월 파티게임즈 회사의 전환사채(CB)를 액면가 그대로 판매한 일이다.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었던 파티게임즈의 CB를 제 값에 팔면서 논란이 일었다.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분분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았다.

이종필 전 부사장은 2018년 12월 스트라이커캐피탈의 수원여객 인수 과정에서 261억원을 횡령한 A증권사 출신의 김 모 전 재무이사와 공조했다는 의혹이 암암리에 불거진 적도 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현재 같은 혐의를 받고 있어 의혹은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2019년 7월에는 솔라파크코리아가 이 전 부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 손실 돌려막기 의혹 등을 제기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솔라파크코리아는 라임운용 피투자과정에서 장외업체에 팔려 경영권을 박탈당한 바 있다. 라임운용과 이 전 부회장의 부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앞선 수원여객 횡령 공조 등의 정황을 상당히 상세하게 기록해 고발했다고 전해진다.

라임운용이 대규모 환매 중단을 선언한 시기는 금감원의 실사 기간이었던 8~10월과 맞물린다. 금감원의 검사 직후 라임운용이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플루토 TF-1호' 환매 중단에 나섰다. 7월에는 라임운용이 펀드 수익률을 조작하고 있다는 제보가 나왔는데도 즉각 검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잇따른 의혹제기에도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자 라임운용은 종합 자산운용사 전환 준비에 착수한다. 공모운용사 전환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금감원은 부실논란이 아니라 대주주인 이 전 부사장의 국적이 캐나다라는 이유로 서류를 돌려 보냈다. 라임운용은 최대주주 개편을 통해 이 전 부사장 등 외국 국적의 직원 주식을 보통주에서 전환우선주(CPS)로 바꿨다. 사실상 언제든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해 이전의 구조와 차이가 없었다.

◇금감원 임직원 연루에 "내부통제 부실, 금감원부터 살펴야" 일침

금감원의 전현직 직원들이 라임운용에 연루된 정황이 나오며 '금감원 내부통제부터 제대로 하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금감원은 라임운용 펀드 판매 증권사 CEO를 대상으로 직무정지까지 가능한 중징계를 예고한 상태다. 중징계의 근거는 내부통제 부실이다. 일부 판매사들은 김모 전 팀장의 문건 유출 등으로 라임사태가 심화됐다며 라임사태의 직접적인 책임이 금감원의 통제 부실이라는 일침을 가했다.

라임운용·옵티머스운용 사태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거나 확정된 금감원의 전현직 직원은 총 4명이다. 청와대에 파견됐던 김모 전 팀장과 조모 선임검사역, 윤모 전 국장, 변모 전 수석조사역이다. 이들은 라임운용에 미리 검사 내용을 담은 기밀 문건을 유출하거나 접대를 받고 문건을 전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김모 전 팀장이 검사 정보를 넘겼고, 김모 전 팀장에게는 조모 선임검사역이 자료를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김모 전 팀장은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조모 선임검사역이 김모 전 팀장에게 문건을 전한 장소가 유흥업소라는 정황이 알려지면서 업계 안팎이 들끓었다.

윤석헌 원장은 금감원 직원의 라임 연루의혹에 대해 선긋기에 나섰다. 이달 23일 치러진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도 "퇴직 직원이 연루됐다든가 직접적인 업무연관이 없는 직원이 연루됐다든가 등은 지극히 간접적인 증거들"이라면서 "직접적으로 저희 직원들이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일을 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26일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감원)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크게 연루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다시 한 번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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