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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현대차]독립성·투명성보다 '효율성·책임경영' 방점정몽구·정의선 회장, 1999년부터 이사회 의장…엘리엇 사태 이후 사외이사 확대

박상희 기자공개 2020-11-16 11:29:33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9일 15:3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재계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직을 분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 박재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한 삼성전자와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을 의장으로 선임한 SK(주)가 대표적이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한 조치다.

반면 현대차 지배구조는 오너일가를 중심으로 한 통합 체제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고, 이사회 의장은 오너일가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이 맡고 있다. 현대차는 오너일가가 전통적으로 이사회 의장을 맡아온 관행을 '책임경영' 차원으로 설명한다.

이같은 오너일가 중심의 이사회 구성은 2018년 엘리엇 사태처럼 외부세력의 공격에 처했을 때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중심으로 한 이사회는 엘리엇이 무리하게 요구한 사항을 주총에서 무산시켰다.

모든 기업에 절대적으로 통용되는 올바른 지배구조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사회 구성과 운영도 마찬가지다.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과제를 안고 있는 현대차로서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 만큼이나 오너일가를 중심으로 한 효율경영과 책임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에 설득력이 실린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임...효율성 및 책임경영 강조

최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데 비판적인 시각이 늘고 있는 것은 주주 보호 차원이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선 집행(대표이사)과 감독자(이사회 의장)가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정관 변경을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단순히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는 곳도 많아졌다. 삼성전자, SK(주), 대한항공, (주)효성 등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고 있는 회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현대차도 그중의 하나다. 1938년생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1999년 3월부터 올 3월까지 만 21년 동안 현대차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2010년 처음 현대차 사내이사로 선임된 정의선 회장은 올해 정 명예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자 이사회 의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현대차 측은 당시 "악화된 경영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의장이 된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인 지난달 그룹 회장 자리도 물려받았다. 정 회장은 내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대기업집단 동일인 제도에서 현대차그룹 총수로 지정될 전망이다. 그룹 총수인 정 회장이 현대차 대표이사, 그리고 이사회 의장까지도 겸하는 셈이다.


◇2019년 엘리엇 사태 직후 사외이사 11명으로 확대

정관에 따르면 현대차 이사회의 멤버는 이사 3명 이상 11명 이하를 둘 수 있다. 현대차가 공시한 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기준 현대차 이사회는 총 9명의 이사(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로 구성됐다.

2019년 이사회 수는 최대인 11명까지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사내이사 6명, 사외이사 5명이다. 기존 9명 이사회 인원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각각 1명씩 늘렸다. 전체이사의 과반수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로 선임한다는 정관을 따랐다.

현대차가 2019년 이사회 인원을 확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직전 해인 2018년 엘리엇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당기순이익 절반의 배당 지급 등을 요구했던 엘리엇은 사외이사 3명을 추가적으로 선임할 것도 요구했다. 엘리엇의 요구는 주총에서 모두 무산됐다.

*정몽구 명예회장, 이사회 출석률
*출처: 지배구조보고서

엘리엇의 요구 1년 뒤 현대차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를 확대했다. 이사회 멤버 확대는 오너일가의 이사회 참여율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2010년부터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나란히 현대차 사내이사로 활동해왔다.

이사회 멤버 수를 늘리기 전까지 사내이사 4명 가운데 2명이 오너일가인 셈이었다. 이사회 증원으로 오너일가가 사내이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서 40%로 낮아졌다. 정 명예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지금은 20%로 낮아졌다.

◇지난해 사추위 구성…정의선 회장 등 사내이사 2명도 포함
*출처: 지배구조보고서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당초 이사회 의장이던 정 명예회장이 맡아오던 위원장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외이사로 변경했다.

현재 현대차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총 5명이다. 사외이사인 최은수 대륙아주고문변호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밖에 사외이사인 캐피탈그룹 한국지사 출신의 유진 오씨, 이상승 서울대 교수, 사내이사 정의선 회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등으로 구성된다.

관련 법규에 따라 사추위는 총 인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있다. 대신 사내이사 2명이 여전히 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추위 전원이 사외이사로만 구성되는 삼성전자 등과 비교할 때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소유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등 급진적으로 이사회 구조를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지주사 전환이나 최대주주 변경 등 지배구조가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이사회가 정의선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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