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금비, '장남 승계' 공식 따라 지배구조 재편 고병헌 회장, 장남 고기영 부회장에게 5000주 증여 '최대주주 교체'

김형락 기자공개 2020-11-17 11:32:41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3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리병 제조업체 '금비'가 2세 승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고병헌 금비 회장이 보유 지분을 줄이면서 장남 고기영 금비 부회장이 새롭게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이사로 10년 넘게 금비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고기영 부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차지하며 승계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금비의 최대주주는 지난 9일 고 회장에서 고기영 부회장으로 변경됐다. 고 회장이 고기영 부회장에게 금비 보통주 5000주(지분 0.5%)를 증여하면서 지분 구도가 바뀐 탓이다.

고 회장은 증여일 종가(5만6000원) 기준 3억원 규모 지분을 고기영 부회장에게 넘겼다. 이번 증여로 고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1.33%에서 10.83%(보통주 10만8305주)로 하락했다. 반면 고기영 부회장의 지분율은 11.04%에서 11.55%(보통주 11만5450주)로 상승했다.

이번 증여는 고 회장이 1992년 금비 인수 뒤 28년 동안 지켜온 최대주주 자리를 장남에게 물려줬다는데 의미가 있다. 고 회장은 일찍부터 고기영 부회장을 중심으로 후계 구도를 짜왔다. 고 회장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금비 지분을 15%(보통주 15만5주) 보유한 최대주주였고, 고기영 부회장은 지분 11.04%(보통주 11만450주)를 가진 2대주주였다.


고 회장은 올해 일부 지분을 정리하면서 지배구조 재편에 나섰다. 올해 3월부터 이달까지 금비 지분 4.17%(보통주 4만1700주)를 정리했다. 지난 3월 계열사 금비화장품과 우천개발에 각각 지분 1.27%(보통주 1만2729주), 1.73%(보통주 1만7271주)를 시간외매매로 넘겼다. 처분단가는 4만4000원으로 14억원 규모다. 지난 4월엔 고 회장의 손자이자 고기영 부회장의 아들인 고명준 씨에게 지분 0.17%(보통주 1700주)를 약 1억원에 장외매도했다. 지난 9월 추가로 우천개발에 지분 0.5%(보통주 5000주)를 시간외거래로 매도했다. 거래 규모는 약 3억원이다. 그리고 지난 9일 고기영 부회장에게 지분 0.5%를 증여하면서 장남에게 힘을 실어줬다.

고기영 부회장은 그간 승계 절차를 밟아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UCLA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마친 후 1996년 LG화학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금비 기획실에 입사해 계열사 금비화장품 영업기획팀 이사를 거쳐, 2003년 금비 대표이사에 올랐다. 금비에서 대표이사 전무, 대표이사 부사장,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2016년부터 금비 대표이사 부회장과 종속회사 삼화왕관 대표이사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지분도 꾸준히 확대했다. 현재 보유 중인 금비 보통주 11만5450주(지분 11.55%) 중 절반가량인 5만6500주를 고 회장에게 물려받았다. 나머지 보통주 5만8950주는 고기영 부회장이 직접 사들였다. 1998년 1월 금비 보통주 1만주 약 1억원(취득단가 1만600원)에 장내매수하면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08년 7월까지 약 5억원을 들여 장내·장외매수로 지분을 모았다.

계열사 금비화장품은 고기영 부회장의 지배력을 보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금비화장품은 금비 지분을 11.09%(보통주 11만926주)를 보유한 2대주주다. 고기영 부회장은 금비화장품 지분을 30% 보유한 최대주주다.

승계절차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고 회장이 여전히 10% 수준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등기임원으로 건재하기 때문이다. 고 회장은 2019년 11월 금비 대표이사직을 내려놨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금비 관계자는 "중요한 결정은 대표이사인 고 부회장이 하지만, 고 회장도 회사에 출근해 결재를 받고 있다"며 "같이 경영을 총괄하는 것도 경영권 승계의 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고 회장의 남다른 오너십은 그의 이력이 잘 설명해준다. 고 회장은 1992년 당시 진로유리(현 금비)를 인수하며 오너 경영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고 회장은 196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1970~1974년에는 고(故) 정주영 현대건설 회장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1976년 진로그룹으로 둥지를 옮겨 1980년까지 서광에서 기획이사를 지냈다. 이후 쥬리아 대표이사, 서광 대표이사, 우천개발 대표이사를 거쳐 1994년부터 금비 회장을 맡고 있다.

고 회장의 다른 자녀들은 계열사에서 각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고 회장은 슬하에 3남 1녀를 뒀다. 둘째 아들 고창희 씨는 계열사 명미인터내셔널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셋째 아들 고강희 씨는 종속회사 삼화왕관에서 부사장(미등기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큰딸 고정화 씨는 계열사 우천개발과 명미인터내셔널의 감사다.

고 회장은 나머지 지분도 자녀들에게 증여할 계획이다. 특히 고기영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하는 증여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비 관계자는 "고 회장이 점차 지분을 증여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지분을 계열사와 자녀들에게 분산했는데, 이후에는 장남에게 주는 비중을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