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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손잡은 '11번가' 어떻게 바뀔까 조단위 투자논의, 물류·배송 아마존화 관측…SK 투자의지 중요

최은진 기자공개 2020-11-17 07:46:20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6일 08:2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이 아마존과 협업하게 된 배경에 이커머스 이상의 큰 그림이 있다. 하지만 일단 아마존의 한국진출을 지원키로 협의한 만큼 11번가를 키우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이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금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서는 쿠팡을 능가하는 한국판 아마존 탄생을 기대하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간접진출 하는 아마존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영향력을 발휘할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11번가의 변신은 아마존 만큼이나 SK그룹의 의지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일단 아마존의 대규모 투자재원을 통해 물류센터 및 배송시스템이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아마존으로 형성된 시장 기대감을 발판삼아 상장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마존 투자로 11번가 외연확대 전망…조단위 투자 기대

SK텔레콤은 아마존의 한국진출을 비롯해 반도체 및 클라우드, 통신 등 전방위 사업영역에서 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SK텔레콤의 자회사인 11번가를 통해 한국시장에 간접진출하고 SK텔레콤은 아마존을 반도체 및 5G 등의 고객사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양사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실 SK텔레콤이 아마존을 접촉하고 나선 근본적인 배경은 이커머스를 키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 이외의 다양한 사업적 시너지를 염두에 둔 결단이다. SK텔레콤의 주요 사업인 통신과 주력 자회사 SK하이닉스의 반도체에서 아마존은 대어급 잠재고객이다.

딜(Deal)을 주도한 SK텔레콤의 고위 임원이 아마존과의 협업을 묻는 더벨의 질문에 이커머스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반도체와 클라우드 등 다양한 협업 시너지' 얘기를 먼저 꺼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소위 큰 손을 끌어들이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내어줄 필요가 있었고 그 거래 대상이 11번가를 활용한 한국진출 지원이었던 셈이다. 어떤 가치에 더 주안점을 두고 협업 논의를 했느냐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사업이 확대될 지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아마존에 협업을 타진한 의도가 '이커머스'는 아닐지라도 아마존의 한국진출을 지원하기 위해선 의지의 유무와 상관없이 11번가를 키워야 한다. 아마존으로부터 대규모 투자지원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외연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딜을 담당하는 SK텔레콤의 고위 임원은 시장에서 돌고 있는 3000억원 투자유치 얘기에 대해 '택도 없는 수치'라고 강조한 것으로 보아, 11번가를 키우는 데 그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산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금융(IB) 업계서도 3000억원이라는 금액은 물류센터 한 곳 짓기에도 애매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따라서 SK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진정성이 어느정도인지는 가늠하긴 어렵지만 내부적으로 조단위에 육박하는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것은 11번가의 덩치를 확실하게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11번가의 자산총계는 9230억원, 3조원을 웃도는 쿠팡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와 쿠팡이 10%대로 압도적 1위고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가 그 뒤를 잇는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네이버나 쿠팡을 치고 나갈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기대대로 아마존의 조단위 투자가 집행된다면 쿠팡만큼의 캐파(Capa) 확장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중 7번째 진출국, 이례적 간접진출…상장 속도 관측

한국은 아마존이 진출한 18번째, 아시아 중에선 7번째 국가다. 다만 모든 지역에 법인을 설립해 직진출을 한 반면 한국에선 11번가라는 기존 이커머스를 비히클로 활용한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SK텔레콤측은 정부규제나 경쟁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방어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2017년 진출한 싱가포르 사례를 감안하면 충분한 설명이 되진 않는다.

싱가포르에 진출 당시인 2017년 이미 라자다, 큐텐, 쇼피 등 로칼(Local) 이커머스 업체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아마존은 경쟁은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규제 등 현지화 부담에 대해서도 이미 오랜 해외진출 경험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 오히려 동남아시아 국가 중 단연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연간 3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시장을 빠르게 잡을 필요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시장엔 직진출이 아닌 간접진출을 활용했다는 점은 꽤 이례적으로 해석된다. 그간 아마존은 해외시장 진출을 한 후 대규모 물류센터를 조성하는 동시에 로칼상품을 중심으로 당일배송 및 빠른배송 등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안착시켰다. 아마존의 글로벌 상품을 저렴한 배송비나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도 물론이다.



아마존이 11번가를 활용해 어디까지 계획하고 있고 어느정도까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양측의 협상에 달렸다. 다만 11번가의 국내시장 지배력이나 아마존의 기존 행보 등을 감안하면 아마존의 전략을 11번가가 그대로 차용할 수 있도록 재원이나 역량 등을 이식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아마존이 갖추고 있는 인공지능(AI) 및 자동화 물류시스템은 물론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와 같은 빠른배송 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11번가가 주력하던 공산품에 국한하지 않고 온라인 식품시장으로도 외연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아마존은 3년 전 홀푸드마켓을 인수하며 월마트와 식료품 시장 경쟁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을 정도로 관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11번가는 현재 식료품을 판매하고는 있지만 대형 유통채널을 입점시키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아마존의 전략을 이식하게 되면 11번가는 쿠팡이 따라할 수 없는 국내 최고 수준의 물류를 갖추면서도 아마존 상품까지 판매하는, 쿠팡 이상의 모델로 변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를 위해선 아마존 못지 않게 SK그룹 역시 전폭적으로 투자할 의지가 필요하다. 물류 및 배송비용에 대한 과제를 풀기 어려운 이커머스 시장 특성을 SK그룹이 감내할 수 있을 지 여부도 관건이다.

한편 시장에선 11번가의 상장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한다. 아마존과의 협업으로 기대감이 높아진데다 외연확대를 위한 자금조달의 필요성까지 맞물리면서 상장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과의 협업 논의에 참여한 SK텔레콤 고위임원은 "아마존과 시너지를 낼 분야가 다방면으로 넓을 것으로 기대하고 아마존 역시 11번가를 통해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게 더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에서 예상하는 금액 이상의 투자유치를 논의하고 있고 이는 11번가를 키우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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