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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대비' 삼성생명, 삼성카드 자본 활용할까 실탄 확보 필요성, 카드사 배당 확대·유상감자 등 시나리오

이장준 기자공개 2020-11-20 07:09:15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9일 11: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보험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자회사 삼성카드 자본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카드는 최근 몇 년 새 사업 확장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자본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다. 고 이건희 회장 타계로 지배구조에 변동이 필요한 만큼 그룹 차원에서 삼성생명의 자본효율화 정책을 펼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 9월 말 기준 삼성카드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71.9%)이다. 앞서 2016년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카드 주식 4339만주(37.45%)를 매입한 이후 줄곧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20.76%)이며 이 부회장도 0.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이 회장이 있던 셈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삼성생명이 자회사 삼성카드로부터 자본을 수혈받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우선 그룹 내에서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오너 일가 지배구조의 중요 연결고리다. 동시에 그룹 내 금융 계열사(화재·증권·카드)의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생명은 자본 확충 수요가 크다. 보험업계는 2023년 도입될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앞서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IFRS17이 도입되면 현재 원가 평가하는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해야 하고, K-ICS 도입 시 부동산 위험계수가 상향 조정돼 자본금 추가 확보 부담이 커진다.

*주식 보유 현황은 9월 말 기준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삼성생명의 9월 말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344.9%다. 1년 전 363.2%에 비하면 18.3%포인트 하락했으나 생보업계 평균 RBC비율인 293%를 웃도는 수준이다. 타사보다는 새 규제 도입에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타계로 이 부회장 승계 절차가 시작되면서 이를 계기로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전반의 자본 효율화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삼성생명 자회사인 삼성카드 경우 카드업이 지불결제 시장에서 역할도 줄어들고 가맹점 수수료의 지속적인 인하로 먹거리가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 자본을 삼성생명으로 넘기는 방안을 그룹 차원에서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카드사는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고리대금업 같다는 인식이 있어 브랜드 이미지와 안 맞는다는 생각이 있다고 들었다"며 "보험업계에 IFRS17이 도입되면 자본 부담이 커지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삼성카드가 보유한 여유 자본을 활용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곳간이 넉넉한 상황이다. 삼성카드의 9월 말 레버리지배율은 3.5배를 기록했다. 레버리지배율은 여전업법 감독규정시행세칙에 따라 조정한 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2016년 9월 이후로 삼성카드의 레버리지배율은 3배를 살짝 웃도는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다른 카드사들은 규제 한계치인 6배 수준에 육박해 자본을 수혈하거나 영업자산을 축소했지만 삼성카드는 예외였다. 그만큼 삼성카드가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9월 말 기준 삼성카드의 자본총계는 7조523억원으로 이익잉여금만 4조7232억원에 달한다.

실제 최근 몇 년 새 삼성카드는 사업 확장보다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경영을 해왔다. 카드업 본연의 수익성은 지속해서 악화하는 가운데 경쟁사들이 할부금융, 리스 등 캐피탈 사업을 확장할 때도 삼성카드만은 반대 양상을 보였다. 2018년 9월 말 3조1280억원에 달했던 삼성카드의 할부리스자산은 2년 새 1조605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간 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영업자산을 늘리지 않는 게 추후 자본을 덜어내더라도 레버지리 문제가 발생하지 않토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룹 차원에서 삼성카드의 높은 자본여력과 삼성생명의 중장기적인 자금 수요를 고려해 효율적으로 자본을 배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삼성카드 자본을 삼성생명으로 올리려면 배당이나 유상감자 등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가 상장사인 만큼 유상감자 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규모 배당을 하는 방식이 가장 안정적이란 분석도 있다.

자본효율화 정책이 이뤄진 뒤에는 중장기적으로 삼성카드의 매물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선 관계자는 "지금은 삼성카드가 비싸지만 자본을 대주주인 삼성생명으로 올리고 몸집이 가벼워지면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IFRS17 도입과 관련해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며 "삼성카드 자본을 활용하겠다는 내용도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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