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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기업구조조정 리뷰]3차 활동기 접어든 2020년, 무엇이 달라졌나②1998·2008년 1~2차 구조조정 활동기, 12년 흘러 환경 변했지만 방법·제도 '비슷'

고설봉 기자공개 2020-11-30 08:12:07

[편집자주]

산업은행은 한국 기업구조조정의 중추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기업 정상화를 주도하며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의구심을 산 경우도 있다. 실질적인 가치만 따져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인지 의문을 키운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을 두고 최근 산은이 보여준 문제들은 다시금 과거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 과거사를 토대로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4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8년과 2008년,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란 외생변수의 양상과 기업들의 부실화 과정은 달랐다. 하지만 KDB산업은행은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하며 양쪽 시대에 모두 비슷한 처방을 내렸다. 기업구조조정 방식과 제도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며 구조조정의 정교화가 크게 이뤄지지 않은 모양새다.

2020년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 앞에 서 있는 기업들을 향한 산업은행의 처방전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1998년과 2008년, 그리고 2020년 현재를 관통하는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구조조정 사례를 봤을 때다. 산업은행에서 태동한 구조조정의 역사는 어떤 변화의 과정들을 거쳤는지, 또 과거와 지금이 얼마나 닮았는지를 살펴본다.

◇1998년 산은 주도 정리절차 시작, 기업구조조정 태동기 10년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2007년 말까지 진행된 산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은 국내 기업구조조정 태동기(1차 활동기)라고 표현할 수 있다. 10년 동안 산은은 외국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 방법 및 제도, 관련 법규를 도입해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현실에 맞게 여러 제도들이 개선됐다.

산은은 2014년 초 자체적으로 발간한 ‘기업구조조정과 KDB-외환위기 이후 15년을 중심으로'란 백서에서 “국내에서 기업구조조정이란 용어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 및 기업부문의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하면서 본격 사용하게 됐다”고 말한다.

아울러 백서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IMF는 새로운 기업구조조정제도 마련을 권고했다”며 “1997년 12월 ‘1차 의향서’를 시작으로 IMF와 기업구조조정에 관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 1998년 7월 ‘7차 의향서’부터 기업구조조정의 방향과 구체적인 실천안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 태동기를 다시 기반조성기, 1단계 구조조정기, 2단계 구조조정기로 나누고 있다. 기반조성기는 5대 기본원칙에 근거해 과련 법 및 제도를 만드는 데 주력한 시기다. 이 시기 산은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산업계 전반으로 구조조정을 확대한 게 바로 1단계 구조조정기다. 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하고 5대그룹 계열간 빅딜을 추진했다. 또 재무구조·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했다. 2단계 구조조정기에는 부실기업에 대한 추가 정리 및 상시 정리 체제를 완성했다. 더불어 그간의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통해 구조조정 관련 법률을 정비했다. 이 같은 과정이 1998년~2007년까지 10년 동안 진행됐다.

◇10년만에 찾아온 2차 활동기, 진단과 처방 10년 전과 비슷

산은의 기업구조조정 2차 활동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산업계가 타격받은 2008년부터 시작된다. 당시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흐른 때로 한차례 기업구조조정이 성과를 도출했지만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던 시기다.

산은은 백서에서 이 시기를 “외환위기 이후 금융부문에서는 916개 금융기관이 퇴출 및 M&A를 통해 정리됐다”며 “기업부문에서는 매출상위 1000대기업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됐지만 수익 양극화 현상이 진행됐고, M&A 방식의 신규사업 진출이 확대된 시기”라고 설명한다.

사실 2차 활동기의 산은 기업구조조정 방법 및 제도는 1차 태동기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존 제도를 활용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산은은 금감원의 ‘기업구조조정 추진방향과 추진 체계’에 따라 본격적으로 업종별·기업규모별로 나눠 기업구조조정을 시작했다.

2차 활동기가 1차와 다른 특징은 건설·조선업 등 금융불안과 실물경기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에서 무더기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또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운업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 시기 산은은 기업구조조정 3대 추진방향을 설정하고 속도를 높혔다. △회생가능성 없는 기업 신속정리 △개별기업 및 그룹별로 구조조정 추진(필요시 산업별로 추진)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구조조정 병행 등의 3대 원칙을 근거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산은은 백서에서 “또 다시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 실물경기로 전이돼 조선해운 및 건설업체의 부실화, 금호아시아나·웅진·STX·동양 등 대기업 그룹의 연이은 부실화로 이어지면서 기업구조조정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고 설명한다.


2차 활동기가 어느 기점으로 완료됐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단정하기가 어렵다. 산은 구조조정부에서 2014년 ‘기업구조조정과 KDB-외환위기 이후 15년을 중심으로’를 발간한 시점에도 국내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은 현재 진행형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1차와 2차 활동기를 구분짓는 결정적인 사건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생변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차 활동기는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인 지난해까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산은 안팎의 해석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기업위기, 이번엔 달라질까

2020년 현재는 3차 활동기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급속도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부실이 쌓이며 위기를 맞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산은도 기업구조조정 전면에 나서 강도와 속도를 높이고 있다.

1998년과 2008년 두 번의 대규모 기업구조조정을 수행한 사례가 있는 만큼 산업계와 금융권에서 산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 20년 동안 산은이 집약하고 발전시킨 역량은 현재 국내 산업계가 처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산은은 여전히 과거 방식 그대로 현장을 누비고 있다. 태동기와 2차 활동기를 거쳤지만 구조조정 방법과 제도는 1998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구조조정 대상인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며 형태와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구조조정을 지휘하는 산은은 과거에 멈춰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은 측은 "구조조정 틀들은 제도나 내용적으로 많이 발전해 나가고 있고, 경제외적 이슈가 생겼을 때 새로운 프랙티스가 만들어 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의 구조조정 방식외 2018년부터 구조조정혁신 펀드 등 지원 중이며 2019년 산은의 재무적 구조조정 후 정상화과정에서 밸류업에 능력있는 전문가쪽으로 맡기자는 차원에서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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