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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서경배 회장 지분, 3%룰 앞에선 '무용화'④주주제안 '안전판'…감사위원 분리선출 도입시 견제기능 강화 불가피

최은진 기자공개 2020-11-27 07:55:55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5일 07: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주주인 캐나다 연기금들이 모든 안건에 무더기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들이 쥐고 있는 지분율은 공개되진 않았지만 외국인 주주 가운데 비중이 단연 높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과반에 달하는 압도적인 대주주 지분율로 모든 안건은 무난히 가결됐다.

주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주주권 행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과반을 넘어서는 대주주 지분율이 안전판이었다. 사실상 모든 의사결정을 대주주의 영향력으로 쥐락펴락 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가 거세지는 분위기 속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외국인 지분율 32%는 적잖은 부담이다. 거수기 역할을 하던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결권 전문기관들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총 안건에 반대권고를 내기도 했다.

상법 개정 분위기도 심상찮다. 사외이사까지 사유화 시키는 기업들의 꼼수에 맞서 견제기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추진 중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보유한 과반 이상 지분율도 무용화 된다.

◇대주주 과반 지분 이용, 감사위원도 사유화 논란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 회장을 중심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지주사 아모레G의 경우에는 서 회장 단독으로 보유한 지분율만 53.9%다. 공익재단 등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합하면 61.95%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지주사 아모레G가 보유한 지분율이 37.13%, 서 회장 등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합하면 49.29%로 늘어난다.


그 외 주주들이 아무리 제 목소리를 낸다고 한 들 대주주 의결권을 넘어서기 어렵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전반적으로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가 공고히 뿌리내린 데도 이 같은 지분구조가 주효했다.

경영은 물론 이사회, 더 나아가 감사위원회까지도 '사유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사회가 서 회장 측근 인물들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 역시 견제기능이 무력화 되는 건 막을 수 없다.

아모레G는 작년까지 서 회장과 동문인 신동엽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뒀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엔 현재 서 회장과 동문인 엄영호 사외이사, 아모레퍼시픽과 거래관계가 있었던 김진영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의결권 전문기관은 물론 주요주주 등도 반대권고 및 반대했던 사안이었지만 강행했다.


이사회 및 회계부정 등을 감시감독해야 하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자리인 감사까지 사유화 하는 건 대주주 이외의 주주들에겐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는 의미다. 감사위원의 독립성은 상법에서 따로 명문화 할 정도로 엄격한 잣대로 보장한다. 그러나 대주주의 영향력이 워낙 강한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선 제도의 본질을 논할 수 없었다.

◇주주측 인물 감사 선임 가능성, 오너 중심 체제 변화 불가피

하지만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가 도입되고 대주주 의결권 제한 3%룰까지 적용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구조의 감시체제가 형성된다. 서 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주주 지분율이 아무리 과반 이상으로 압도적이라고 하더라도 의결권 행사는 단 3%만 활용할 수 있다. 철저히 대주주 이외 주주들의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이 선출될 여지가 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사외이사를 먼저 선출한 뒤 이들 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뽑는다.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는 대주주 의결권에 제한이 없지만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는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그러나 사외이사가 대주주의 영향력 하에 선출되기 때문에 감사위원 선출에서 의결권 제한은 큰 의미가 없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가 도입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주주의 입김이 들어간 사외이사가 아닌 전혀 다른 인물을 감사위원으로 세워야 한다.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아무리 압도적 지분을 들고 있어도 무용화 된다. 대주주가 아닌 주주들의 영향력 하에 감사위원이 선출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모레G에서 서 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은 물론 공익재단, 임원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까지 총 61.95%는 단 3%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49.29% 지분율의 의결권은 3%만 가능하다. 아모레G의 외국인 지분율이 20%, 아모레퍼시픽이 32%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주연합 등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감사위원으로 추대할 수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부진과 반복되는 서 회장 측근 인물의 이사회 입성 등이 맞물려 주주들을 자극시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법 개정 후 어떤 변화가 생길 지 장담키 어렵다. 특히 최근 몇년 간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혔던 사안들이 대주주의 영향력 하에 강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견제기능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그간 이사회를 감시하는 제도가 생길 때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사유화를 사수해 왔지만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3% 제한룰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시 시스템이 만들어 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 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변화를 맞을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경제연구기관 한 연구원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가 도입되면 대주주가 지분율을 얼마나 들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무조건 3% 의결권만 행사 가능하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인물의 감사위원이 선출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대주주나 경영진이 아닌 새로운 인물들이 회계장부를 들여다보는 등 견제기능이 강화되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들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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