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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구조조정]인프라코어 인수 후보, 본입찰서 관망 배경은현중-KDBI '기울어진 운동장' 판단…협상 여지 분석도

김혜란 기자공개 2020-11-24 18:13:00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4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굵직한 후보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흥행이 점쳐졌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강력한 후보로 거론된 GS건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가 한꺼번에 이탈하면서다.

본입찰 불참 배경의 표면적인 이유로는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우발채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지주가 KDB인베스트먼트(KDB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입찰에 응찰한 상황에서 결국 다른 응찰자들은 들러리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하단 점도 후보들이 '관망'으로 돌아선 배경으로 꼽힌다.

24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이날 오후 본입찰을 마감한 결과 현대중공업지주-KDBI 등이 참여했다. 인수의지가 강했던 GS건설과 MBK파트너스, 글랜우드PE 모두 막판까지 본입찰 참여 여부를 저울질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가격과 조건 등을 제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들 후보는 두산인프라코어 자산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여전히 인수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DICC 소송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점이 걸림돌이 됐다. 두산그룹이 미래에셋자산운용,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벌이고 있는 DICC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우발채무를 인수자가 부담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그룹 측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적분할해 DICC 관련 우발 채무를 투자회사에 넘기고, 사업회사만 매각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법상 소송 당사자인 FI 등이 이에 동의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가 진척된 것이 없다. 패소가 아닌, 일부 승소일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서도 더 고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 입장에선 7000~8000억원에 달할 수 있는 우발채무를 놓고 두산그룹의 명확한 해법을 듣지 못한 상황에서 가격 등을 베팅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중공업지주나 다른 후보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더라도 두산그룹의 지금과 같은 태도를 견지한다면 마땅한 법적 해결책이 없거나 협상에서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두산그룹 구조조정 업무를 총괄하는 산업은행의 100% 자회사인 KDBI가 현대중공업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본입찰에 완주하더라도 공정한 경쟁이 되겠느냐는 의구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채권은행이 현대중공업을 지원사격하는 모양새인데, 다른 후보들은 이번 인수전의 경쟁 구도를 강화하기 위한 들러리가 아니냐는 지적은 일찌감치 나왔었다.

FI들의 경우 매각 측의 밸류에이션을 맞추기 어렵다는 고민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약 1조9000억원에 형성돼 있다. 현재 예상거래가는 최대 1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매각 대상 지분 36%(약 70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3000억원 가까이 베팅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현재와 같은 인수 구도 속에서 인수 후보들이 협상권에서 우위를 가지기 위해선 인수전의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실제로 이들 후보 모두 중도 포기는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며 두산그룹 측의 DICC 문제 등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매각 측도 매각 전략을 다시 짜면서 본입찰에 이탈한 인수후보들과도 협상의 끈을 이어갈 여지가 있어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지주의 경우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할지도 미지수고, 임직원 구조조정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며 "이런 점 때문에 GS건설이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중대형 굴삭기 시장에서 약 2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시장 1위(점유율 40%) 업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독과점 이슈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한편 전략적 투자자(SI)인 GS건설은 구조조정 이슈나 기업결합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해 강력한 후보로 손꼽혀왔다. 올해 6월 말 연결회계 기준으로 2조원이라는 두둑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FI와도 손잡아 든든한 자금력이 뒷받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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