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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IB 한국물시장 도전]달라진 접근법, DCM 글로벌화 돌입…장기화는 숙제②정책지원 요구 앞서 자체 경쟁력 확보 주력…'ECM 중심' 해외법인, 다각화 일환

피혜림 기자공개 2020-11-30 14:03:20

[편집자주]

한국물 시장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IB가 늘고 있다. 탄탄한 국내 커버리지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해 진정한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갈길은 멀다. 글로벌 IB의 텃밭으로 꼽히는 한국물 시장에서 역량을 키우기에는 내부 시스템 미비와 제도적 장벽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글로벌 시장에 움트는 국내 증권사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성장 방안을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7일 06: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권사의 한국물(Korean Paper) 진입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10여년 전 정부의 증권사 육성 지원 등에 힘입어 국내 IB 역시 한국물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책 지원이 끊기자 역량 부족 등을 이유로 발길을 끊었다.

최근 초대형 IB의 한국물 도전이 눈길을 끄는 건 이 때문이다. 인프라 미흡 등을 이유로 시장을 외면하기 보단, 재도전을 위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에퀴티(Equity) 중심의 해외법인 성장에 발맞춰 부채자본시장(DCM) 등으로 사업 확장을 꾀한 결과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정책적 지원만 요구하던 데서 탈피해 주도적으로 경쟁력을 고민한다는 점이다. 당장 한국물 발행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세일즈 역량 제고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한국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상당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장기간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초 체력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성장동력 부상, 역량 강화 고심…글로벌화 속도

지난 수년간 한국물 시장에 대한 국내 IB의 관심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웠다. 국내 IB는 원화 채권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과 달리, 한국물 시장만큼은 스스로도 외국계 하우스의 영역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한국물 시장에 아예 진출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10여년전 정부가 '국내 IB의 글로벌화'라는 목표로 외화채권 발행 주관 기회를 줄 때까지만 해도 국내 IB의 도전 정신은 상당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 수준의 글로벌 인프라를 만들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서자 투자를 접기 시작했다.

초대형IB 등장과 함께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에퀴티(Equity)와 대체투자 중심의 해외법인이 자리를 잡자 부채자본시장(DCM)과 인수금융(M&A) 등 다양한 사업부문의 글로벌화가 증권사 화두로 자리잡았다. 국내 DCM 부문 역시 해외 사업 등을 모색하며 한국물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글로벌 입지 구축으로 자신감이 생기자 패배의식도 희미해졌다. 과거 국내 IB는 한국물 시장에 대한 도전정신을 드러내기 보단, 정책적 지원 부족 등의 한계를 말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물 진출에 다시 나선 국내 IB들은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내 IB 업계 관계자는 "핵심은 발행사가 왜 국내 IB에게 한국물 대표주관 업무를 주지 않는가"라며 "막연히 '할 수 있다'라고 얘기할 게 아니라 글로벌 IB 대비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확보와 조직 구축 등 국내 증권사의 한국물 도전 움직임은 활발하다.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홍콩법인에 신디케이트 조직을 갖추고 업무 기반을 다졌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DCM 인력을 홍콩 법인에 파견해 조직 정비에 나섰다.

◇달라진 DCM 위상, 한국물로 확장…장기 전략 가능할까

국내 증권사 내 IB 사업의 위상이 높아진 점 역시 한국물 진출을 가속화했다. 국내 IB 부문이 성장해 회사 주축으로 부상하자 해당 파트의 영역 확장에도 힘이 실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KB증권의 한국물 확장은 정통 회사채 전문가인 김성현 사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국내 커버리지에 대한 자신감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물 시장의 발행사는 모두 국내 기업이다. 국내 IB의 커버리지만으로도 발행사를 포괄할 수 있는 데다, 최근 국내 기업의 외화 발행 수요가 늘고 있어 한국물 진출을 통한 종합 서비스 제공 등의 효과도 상당하다.

다만 국내 IB 업계에서도 한국물 진출이 본격적인 수익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해외 기관을 상대로 한 세일즈 역량은 물론, 글로벌본드 발행 업무 경험 등이 견고하지 않은 탓이다. 조직 셋팅과 도전정신만으로 성과를 바라기엔 글로벌 IB들의 경쟁력을 간과할 수 없다.

시장 관계자는 "10여년 전과 같은 '반짝' 진출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며 "얼마나 꾸준히 한국물 역량 제고 등에 힘쓸 수 있을 지가 진입 장벽을 깨뜨리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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