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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모펀드 탈출구는]'꼼꼼한' 옥석가리기 '차선책' 계열운용사 활용?계열사 중심 판매창구 열어둬야…펀드 리스크관리 시스템 '초석'

허인혜 기자공개 2020-11-30 13:17:15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끊이질 않는 악재로 사모펀드가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렸지만 모험자본 공급과 대체투자 상품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자본과 투자자금의 연결고리로서 사모펀드는 버릴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에 더벨은 사모펀드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생존 및 공존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6일 15: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운용사 검증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판매사가 계열 자산운용사를 차선책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모펀드 리스크 관리가 사모펀드 판매의 필수요소로 부상했지만 아직까지 외부 자산운용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서다.

계열 자산운용사가 직접 설정한 펀드를 판매하면 자산의 실재성 등을 확인하게 돼 리스크 부담이 최소화된다. 또 판매사와 운용사, 수탁사가 모두 참여한 펀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계열사 중심의 영업으로 펀드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면 차후 사모펀드 운용사 옥석가리기도 가능해진다. 사모펀드를 아예 취급하지 않는 것보다 계열 운용사와 수탁사를 활용해 안정성을 높인 상품 시장을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계열 운용사, 건전펀드 확보 '루트' "증권·은행 창구 열어둬야"

사모펀드 사태로 판매사 책임이 늘면서 사모펀드 판매사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펀드의 안정성으로 변했다. 되도록이면 사모펀드 운용사 풀(pool)을 최소화하고 조금이라도 문제 요소가 눈에 띄면 바로 배척하는 방식을 취한다. 수익성을 무기 삼았던 사모펀드지만 리스크 관리가 사모펀드 판매의 필수요소로 부상한 셈이다.

사모펀드 리스크 체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걸음마를 떼고 있다. 과거 자산운용사 중심의 검수 의무가 판매사와 운용사, 수탁사, 사무관리사로 다변화되면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초 연달아 발표한 사모펀드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사모펀드와 관련된 4자 금융사 모두가 펀드 검수 의무를 진다. 8월 감독당국이 배포한 사모펀드 자체 전수점검 절차에서는 사별 연락망 구축이 포함됐다. 역으로 보면 금융사별 연락망조차 완비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사별 연결고리가 부실한 상황에서 판매사가 외부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가져오기는 쉽지 않다. 이미 판매사들의 전문사모 운용사들의 상품 기피 현상은 공공연하다. 한달 많게는 800건 이상의 사모펀드가 설정됐지만 최근에는 두자릿수를 겨우 채우는 실정이다.

판매사의 계열 자산운용사 활용이 창구 문을 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열사 관계인 판매사와 자산운용사, 수탁사와 사무관리사들은 이미 소통망이 구축된 만큼 펀드 설정 전반에서 의견교류가 쉽다. 아예 사모펀드를 팔지 않기보다 계열 운용사와 수탁사 등을 활용해 창구를 일단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는 해석이다. 자산관리 비즈니스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판매 채널인 은행과 증권사에 자체적인 상품 공급을 하는 방법은 계열 자산운용사 뿐이다.

◇계열사 활용, 펀드 리스크관리 시스템 '초석'…옥석가리기 업계 '공감'

계열사 활용의 또다른 이점은 관계사 모두가 펀드 리스크를 확인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는 것이다. 금융사가 펀드 리스크를 함께 체크하는 시스템을 판매사와 운용사, 수탁사와 사무관리사가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펀드 리스크 체크 시스템이 구축되면 판매사의 운용사 옥석가리기도 보다 전문성을 띌 수 있다. 판매사가 자산운용사를 단순히 규모로 줄세우기보다 설정 펀드의 질로 판가름하는 정성평가가 가능해진다.

기준 미달의 전문사모 운용사가 난립했다는 데는 업계 전반이 공감하고 있다. 지난달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5년 새 전문사모 운용사가 200개 이상 늘며 경쟁이 격화됐다고 지적했다. 전문사모 운용사 중 안정적인 규모를 유지하던 상위 3개 업체의 점유율이 2015년 35.6%에서 올해 19.5%까지 낮아질 정도다. 사모펀드 부실사태의 원인이 자산운용사의 난립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소규모 운용사가 존폐 기로에 선다고 해도 옥석가리기는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A전문사모 운용사 대표는 "일부 운용사들은 신규 설정에 성공했다지만 대부분이 신규 설정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소규모 운용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자산운용업계도 우량·건전한 금융사 위주로 재편돼야 시장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 금융그룹이 계열사를 활용한 사모펀드 설정과 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자회사 자산운용사 합병 계획을 철회하는가 하면 사모펀드 전용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하나은행은 이번주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하며 계열사 협업 펀드를 가판에 올렸다. 하나은행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설정한 펀드를 판매중지 9개월 만에 판매한다고 알렸다. 투자자산과 펀드 설정 자산운용사, 수탁사와 판매사 모두 하나금융 계열사이거나 유관 기관으로 구성됐다. 하나대체운용이 직접 자산의 실재성을 확인했다. 투자 대상은 하나금융그룹의 청라 하나글로벌인재개발원 선순위 대출채권이다. 하나은행 투자상품서비스(IPS)부에서 펀드를 재검증했다. 하나은행은 앞으로 실재성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상품만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계열사 설정 펀드를 중점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삼성자산운용은 삼성헤지자산운용 합병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본래대로라면 8월 합병이 이뤄져야 했지만 사모펀드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삼성헤지운용을 남겨두는 방안을 택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도 삼성헤지운용을 분리해 유지해야 장기적으로는 계열사 사모운용사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된 펀드를 공급받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7월 신한금융그룹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유지하며 또 다른 펀드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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