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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연공서열 파괴에 숨은 구조조정 의지 지주 이동우 대표 중심 새판짜기 돌입, 계열사 대표 직급 한단계 낮춰

최은진 기자공개 2020-11-27 09:56:33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6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8월 단행한 이례적 조기인사의 후폭풍은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50대 젊은 인력을 등용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숨어있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신임 대표이사인 이동우 사장을 기준으로 계열사 대표이사 직급을 한단계 낮췄다. 이 사장보다 나이가 많은 임원은 단 한명도 승진 및 주요보직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사장을 기준점으로 고령의 임원을 구조조정 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모기업을 관장하는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각 사업군별로 총괄 책임자인 BU장을 둔다. 그리고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BU장과 함께 주요 의사결정을 하면서 실무를 한다.

'롯데지주-BU장-계열사 대표이사'의 구도가 명확하다. 실제로 그동안 롯데지주 대표이사직에 신동빈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던 황각규 전 부회장이 자리하면서 지주의 역할이 BU 및 실무 등으로 뻗쳤다.

8월 조기인사를 통해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황 전 부회장을 해임하고 이동우 사장을 앉히면서 세대교체의 의지를 비췄다.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지주의 변화에 맞춰 계열사 전열도 싹 바꿨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지주 대표이사 직급에 맞춰 계열사 대표이사의 직급을 한단계 내렸다는 점이다. 사장 혹은 부사장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 상무나 전무급들이 등용됐다.

이 사장보다 나이 많은 임원은 단 한명도 대표이사직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사장을 기준점 삼아 계열사 구도를 새로 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자리다. 그간 줄곧 부회장 혹은 사장급이 앉던 자리에 임원 중에서도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상무급이 선임됐다.

대표이사를 맡던 이영구 사장이 식품BU장으로 승진하면서 전략기획부문장이던 1970년생 박윤기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바통을 이어받는다. 10여명의 내부 선배들을 제쳤다.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에 전무급 임원이 선임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백화점 다음으로 중요도나 규모가 큰 마트부문에는 주로 부사장급이 앉았다. 통합되기 이전이나 이후에도 같은 기조였다. 그러나 처음으로 전무급인 강성현 롯데네슬레 대표이사가 기용됐다.

강 전무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이사 자리에는 역시 직급이 한단계 낮아져 김태현 상무가 선임됐다. 이밖에 부사장 자리였던 롯데상사 및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자리에 각각 정기호 전무와 노준형 전무가 선임됐다. 전무급 자리였던 롯데베르살리스 대표이사에는 롯데케미칼에서 기초소재 안전환경부문장을 담당하던 황대식 상무가 앉았다.

계열사 대표이사 직급을 한단계 낮췄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각 계열사 내 대표이사로 오른 인물보다 높은 직급의 임원은 구조조정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임원을 축소하겠다고 의지를 밝혔고 실제 대표이사 직급을 조절하면서 자연스레 임원을 정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1960년생인 이 사장을 중심으로 연령대가 낮은 인물들만 등용하겠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안겼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이 사장보다 나이 많은 인물이 등용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이 역시 연공서열 파괴라는 명분을 활용해 구조조정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롯데그룹의 주요보직에서 이 사장보다 고령의 임원은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과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및 유통BU장, 김교현 화학BU장과 이봉철 호텔서비스 BU장 정도밖에 없다.

롯데지주의 경우 이 사장이 등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노련한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롯데쇼핑 대표이사 및 유통BU장, 화학BU장의 경우엔 실적 부진을 해결해야 한다는 특수한 임무가 있다는 점이 교체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호텔서비스 BU장의 경우엔 올해 초 선임됐기 때문에 교체를 논하기엔 시기적으로 이르다.

롯데그룹은 현재 외부에 드러내지 않았을 뿐 조용히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주장한 데 따라 인력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한 인사 쇄신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역시 이의 일환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얘기한 후 인적쇄신이 상당히 빨라졌다"며 "이번 인사 역시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하고 많은 임원들이 짐을 싸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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