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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하림그룹, '지역·관료' 색깔 짙은 사외이사 풀 한계②김홍국 회장 고향 전북 근거지로 사업…'전문성 vs 독립성' 논란

정미형 기자공개 2020-12-03 07: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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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30일 07:3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그룹은 대기업 집단 중 유일하게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고향인 전라북도 익산을 근거지로 삼았다. 전북 지역에는 ㈜하림, 하림산업 등 17개 계열사가 본사를 두고 있다. 그룹의 주요 사업인 양계축산을 영위하는 사육농가와 협력사 등이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김 회장의 학연(學緣) 역시 전북 지역에 근거한다. 김 회장은 이림농림고등학교와 호원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각각 전북 익산과 군산에 위치한 학교들이다. 전북 지역 국립대학교인 전북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도 받았다.

하림그룹은 전북 지역에 깊숙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만큼 이사회 역시 해당 지역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양계축산이라는 특정 사업에 기반을 두고 있어 해당 색채 역시 짙게 배어 있다.

◇호남지역기반 '맞춤 인사'?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하림은 사외이사로 지역 인사들을 자리에 앉혔다. 금융권 인사부터 관료 출신까지 면면도 다양하다.

2014년 이사회에 참여한 김윤기 전 사외이사는 전북대를 졸업하고 외환은행 호남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2015년 신규 선임된 서국환 전 사외이사도 광주국세청장 출신이고 2017년 사외이사로 온 문봉갑 사외이사도 김 회장과 같은 호원대를 졸업하고 지방농업사무관을 지냈다.

서 전 사외이사의 경우 영입한 해인 2015년 하림이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이를 앞두고 관련 인물을 선임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서 전 사외이사가 몸담았던 광주지방국세청은 광주광역시는 물론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전체를 관할 구역으로 두고 있다.


㈜하림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은 지역 인사를 사외인사로 두는 경우가 많다. 주요 운영 사항들을 지역 내 사정기관과 긴밀히 논의하고 협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직 인사들이 적임자로 꼽힌다.

같은 그룹 상장사지만 본사를 경기도에 두고 있는 선진과 팜스코는 ㈜하림과는 이사회 구성이 조금 다르다. 선진과 팜스코는 그룹 전반적으로 이사회 강화에 나선 2015년을 기점으로 변호사와 회계사 출신 사외이사로 나란히 이사회를 채웠다. 두 곳 모두 하림그룹이 2007년과 2008년을 기점으로 인수한 업체로 지역 이슈와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는 탓에 지역 인사보다는 법무·회계 전문가를 선임한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관료 출신 인사들은 기업 사정 등의 방패막이로 사용하거나 고위층 네트워크로 활용할 여지가 있어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 지역 사회의 경우 사업체 운영에도 지연(地緣)이 더욱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농축산 전문가 그룹 계열사 전반에 포진

지역 인사와 함께 특징적인 색깔은 농축산 관련 경력의 사외이사다. 그룹의 전체 사업을 지지하는 핵심축이 되는 사업이 양계축산에서 비롯된 만큼 농축산 관련 인물들이 광범위하게 사외이사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에 사외이사로 있는 김정호 이사는 2000년대 초반 농림부 차관을 지내고 한국사료협회 회장까지 역임한 인사다. 농축산 업계에 방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물론 하림그룹이 영위하고 있는 사료 사업과도 맞닿아 있다.

㈜하림에 6년간 사외이사로 있던 이우재 전 국회의원은 대표 지역구가 서울 금천구지만 예산농업고, 서울대 수의과대학을 나와 관련 산업에 해박하고 농민운동가 출신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선진에서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 출신이 연이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2012년 김옥경 전 농림부 축산국장이자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이 사외이사로 자리하고 후임으로 역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을 지낸 이주호 사외이사가 자리했다.

전문적인 영역의 사업을 영위할수록 해당 영역의 전문가풀이 좁은 탓에 사외이사 선택지도 적다는 한계가 있다. 동시에 이들이 전문가로서 다른 영역의 인사보다 해당 기업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문제는 사외이사 자리가 특정 출신, 특정 기관 등에 머물러 있는 경우 전문성은 챙길 수 있으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모두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정식 절차를 걸치긴 하지만, 이해관계가 생겨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특정 직책을 맡은 인물이 물려주기식 인사처럼 관행이 굳어진다면 사외이사라는 본질적인 역할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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