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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회장님의 비선 사외이사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11-27 13:45:10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7일 13: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 회장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결부된 안건을 이사회가 심의하고 결의할 때 회장은 대개 자리를 비킨다. 이사회가 독립된 심의와 결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내이사가 있는 경우 독립성 우려 때문에 사외이사들만으로 위원회를 구성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회장이 ‘들인’ 사외이사가 이른바 비선으로 회장에게 논의 경과를 알려주고 회장의 뜻을 받아 이사회 결의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면 어떻게 될까.

페이스북 오너 저커버그는 2010년에 미국의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기부 운동을 개시하면서 자신도 페이스북 주식의 상당량을 기부하기로 한다. 당시 저커버그의 지분은 14.8%였는데 복수의결권주식 덕분에 의결권은 53.8%였다. 그런데 기부를 하더라도 회사 경영권은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지분이 더 줄어도 그것이 가능한 구도를 생각해 냈다. 회사 주식의 2/3를 무의결권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 이사회는 사외이사들만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수개월 간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그 결과는 전체 이사회에 부의되어 계획이 승인되었다. 그러나 여론이 나빴고 일부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주주총회에서 저커버그를 제외한 주주 70%가 반대 의사를 표했다. 어쨌든 다수가 찬성한 셈이어서 저커버그는 계획을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소송이 시작되기 직전 이사회는 저커버그의 요청에 따라 계획을 철회했고 소송은 취하되었다.

그러자 다른 주주가 이사들의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델라웨어 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오너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이사회 때문에 회사가 쓸데없이 2,180만 달러의 비용과 6,870만 달러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했고 회사의 신용도 추락했다는 이유다(United Food v. Mark Zuckerberg and Facebook, Oct. 26, 2020). 법원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인정하면서 소를 기각했지만 여기서 사외이사들의 행동에 관해 간략하지만 중요한 설시가 나왔다.

이 사건에서는 사외이사 중 1인이 다른 사외이사들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선(back-channel)으로 저커버그와 위원회 논의 내용에 대해 상시 소통한 것이 문제되었다. 해당 사외이사는 최소 12회의 회의에 관해 저커버그와 상세한 문자를 주고 받았으며 어떤 경우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저커버그와 교신했다. 판결문이 예시한 한 교신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보안. 위원회 회의. 1. 계획은 승인될 것임. 2. 모두가 회장님의 기부계획과 뜻에 호의적임.” “위원회는 회장님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큰 틀에서 회사와 회장님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 “경영진 일부는 계획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함. 그러나 회장님의 뜻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임.”

법원은 해당 사외이사의 행동이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구성할 수 있으며 최소한 위원회가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다른 쟁점들이 많아서였는지 이 문제에 대해 더 상세히 논의하지 않았지만 회장과 사외이사 간 교신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주식회사의 이사는 누가 추천하고 힘을 보태 선임되었어도 일단 취임하면 회사와 주주 전체를 위해 일할 의무를 진다. 따라서 위 사건 사외이사의 행동은 일단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세상 일이 그렇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회장이든 누구든 ‘자기 사람’을 이사회에 진출시키고자 하는 동기 자체가 그를 설명해 준다. 나아가 인간관계나 사회적 주고받기의 이유를 애써 무시하고 규칙대로만 행동하는 사람은 정작 자신의 역할을 오래 하지 못한다. 애당초에 어떤 위치에 가게 된 이유가 그 이치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디까지가 용인되는 범위일까. 법률적으로 가장 중요한 대목은 해당 사외이사의 비선 교신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켰는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회사 내부인이고 최대주주인 최고경영자에 대한 정보의 전달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키기는 어렵고 손해를 입증하는 것은 더 어렵다. 물론, 충실의무 위반 인정은 반드시 손해가 발생해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회장 비선 사외이사의 행동은 위법하지만 법률적인 책임을 발생시키기는 어렵고 해임건의나 향후 후보결격의 근거가 되는 정도일 것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자본시장법이 규제하는 내부자거래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특히, 이미 내려진 결정을 미리 알려주는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일은 흔히 일어난다. 그러나 이미 내려진 결정도 세상에 공표되기 전까지는 자본시장법 상의 미공개 중요정보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끝으로, 위와 같은 법리는 회장의 비선 사외이사뿐 아니라 헤지펀드 추천으로 선임된 사외이사, 소수주주, 노조, 시민단체 추천으로 선임된 사외이사가 자신을 추천해 준 그룹에게 하는 행동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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