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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수지와 남주혁의 슬기로운 <스타트업> 생활'이 아쉬운 판타지였던 이유스타트업에 대한 높은 관심과 달리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드라마 <스타트업>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20-12-07 11:38:11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7일 10:1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래서 의사들이 의학 드라마 못 본다고 하는구나 싶네요. 스타트업 관련 자문하신 분들 명단도 크레딧에 나오는데… 힘드셨을 듯"

지난 일요일 16부작을 마무리한 드라마 <스타트업>의 방영이 막 시작됐던 10월 중순, 벤처 업계에서 잘 알려져 있는 모 대학 교수 한 분이 페이스북에 위와 같은 짤막한 포스팅을 남겼다. 그 포스팅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댓글들이 달리자, 대체 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 너무 궁금해 오히려 드라마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을 정도다.

사실 스타트업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제작된다고 처음 알려졌을 때, 업계 관계자들은 다소 미심쩍어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기대를 했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다, 이른바 닷컴 기업의 대표들이 TV 짝짓기 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하던 닷컴붐 시기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사회적 관심도까지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유능한 인재들이 투자은행, 컨설팅, 사모펀드, 로펌 등 이른바 고소득 전문직을 선호하던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성취 욕구가 강하고 역량이 우수한 인재일수록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어느정도 펀딩이 완료된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다. 그 정도의 위험을 감내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플랫폼이나 빅테크 기업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취업을 고민한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스타트업>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초기 반응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썩 좋지 않았다. 일반 시청자들도 비슷하게 느꼈는지, 방영되는 내내 5% 내외의 시청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청년 창업이라는 유사한 소재로 올 초에 반영됐던 <이태원 클라쓰>가 5%대의 비슷한 시청률로 시작했다가 17% 수준에서 종영했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역시 올 초 방영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14%대 시청률로 종영된 것과도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스타트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물론, 수지와 남주혁이라는 스타급 배우들, 김해숙, 서이숙, 김원해 등의 안정적인 조연들, 거기에 화사하고 세련된 프로덕션 디자인 등은 그다지 나무랄 것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조한 시청률의 원인은 명확하다.

스타트업의 창업과 성장 과정에서 엮이는 3각 관계 스토리와 이를 풀어가는 연출이 10년도 훨씬 전에 보던 드라마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거기에 비전문가들이 봐도 스타트업이 마주하고 있을 법한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설정들이 몰입을 방해하기까지 했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네트워킹 행사를 상류층 파티처럼 연출한 장면이다.

스타트업을 무대로한 주인공들의 성장과정을 담고자 했으나 아쉬움을 남긴 드라마 '스타트업'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주인공들의 캐릭터 설정을 깊이 있게 구축한 후 3각 관계를 시작함으로써 나름의 개연성을 부여한 <이태원 클라쓰>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채송화 선생 남편 찾기’일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편견을 깨면서, 병원을 무대로 한 연애 드라마들의 틀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슬기로운 의사생활>과도 분명한 간격이 존재한다.

이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가진 미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투자 유치, 창업자들간의 지분 분배, 엑시트 과정에서의 성급함 등 스타트업의 라이프 사이클에서 있을 법한 일들을 잘 취재해 스토리에 녹인 것은 분명 칭찬받을만하다. 거기에 한지평(김선호 분)이라는 굉장히 매력적인 벤쳐투자자 캐릭터를 만들어 넣은 것도 매우 신선했다.

그런 의미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시청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스타트업 소재의 드라마가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의 아쉬움을 넘어서고자 하는 작가와 PD가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트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의사나 변호사들에 대한 유구한 관심만큼이나 꾸준하게 유지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스타트업> 전편: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스타트업>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g5WkwA-U-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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