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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채원 '남겨진' 허남권과 존리 [thebell desk]

이승우 자산관리부 부장공개 2020-12-11 13:15:51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0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스스로 정했든 혹은 결정을 당했든(?) 공모펀드 시장의 큰산이 사라진다니 적잖은 충격이다.

강산도 변할 시간, 정확히 15년을 한국밸류운용에서 지켜온 '가치투자' 철학은 우리나라 공모펀드 시장의 근간이 됐다. 이 대표 뿐 아니라 그가 양성한 후배들, 흔히 말하는 '이채원 키즈'는 지금의 펀드 시장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CIO, 김민국·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최웅필 전 KB자산운용 전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 등 그가 뿌린 씨앗은 울창한 숲이 됐다. 이들 외에도 자칭 혹은 타칭 이채원 키즈는 넘쳐난다.

이 대표는 펀드를 통해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 첫 가입자가 아직도 환매하지 않고 고객으로 남아 있는 걸 보면 이채원에 대한 무한 신뢰는 소름 끼칠 정도다. 금융의 기본인 '신뢰'를 정확히 구현해 냈다. 이는 한국금융그룹, 특히 김남구 부회장의 금융 그리고 조직운용 철학과 맞닿았다.

집요함과 성실함은 여의도 바닥 사람이면 다 안다. 자녀가 좋아하는 가수를 연구하면서 팬이 됐고 이후 엔터테인먼트 섹터 투자까지 나선 건 유명한 일화다. 지기 싫어하는 승부근성은 엄청난 양의 독서와 기업 탐방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이채원이라는 이름은 공모 주식형 펀드의 역사가 됐다.

물론 오점도 있다. 경제와 산업의 큰 물결을 오롯이 읽어내지 못하면서 기회비용을 많이 치렀다.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기피가 그랬고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신산업에 대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 가치투자의 본질이자 존재 이유인 주가수익비율(PER)과 주당순자산비율(PBR)에 대한 집착이 낳은 필연적 결과다.

그러면서 영광의 자리를 신흥 매니저들에게 많이 내어 줬다. '제가 물러날테니 이제 가치주가 뜨지 않겠냐'는 자책 섞인 유머는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묻어난다.

세월이 흐르고 사람도 바뀌는 게 순리지만 이 대표의 퇴장은 우리 금융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퇴장이 곧 공모펀드 시장의 운명과 오버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등과 함께 고사위기 공모 주식형 펀드 시장을 그나마 지탱해주는 인물 중 한명이었다.

이제 공모펀드를 누구도 살려낼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와 절망감이 그 오버랩의 핵심이다. 이채원이라는 네임밸류를 포기하는 고육지책을 쓰는 한국금융그룹도 공모펀드 비즈니스에 대한 전략적 선택을 한 게 아닐까.

그래서 남겨진 또 다른 큰산이자 스타 매니저인 존리 대표와 허남권 대표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혹은 이채원 키즈 중 새로운 스타가 등장해 주식형 펀드 부활을 이끌어 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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