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05일 08:0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의 숙명일까.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 성사로 동시에 두 개의 전투를 이끌어야 한다. 잠시 동지였던 요기요와는 다시 적으로 만나 국내서 점유율 싸움을 해야 하고 아시아 11개국을 두고 글로벌 플레이어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고 이제껏 키워놨는데 다시 시작점에 서 있다.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약 4조8000억원.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글로벌 투자사들이 막대한 차익을 얻는 동안 맨손으로 기업을 일군 김 의장 손에 들린 현금은 없다. 대신 그와 경영진의 보유 지분 약 13%가 DH 지분으로 전환된다. 양사의 합작사(JV)인 우아DH아시아의 이사회 겸 회장을 맡아 아시아 11개국 사업도 총괄한다. 보상은 없는데 책임만 짊어지는 모양새다.
책임도 보통 책임이 아니다. DH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분기부터 2019년 3분기까지 아시아 매출은 DH 전체 매출의 약 47%를 차지했다. 비중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계 기업인 DH는 지난해 안방이나 다름없는 독일 법인을 경쟁사인 테이크어웨이닷컴에 매각했다. 이미 포화한 유럽 대신 잠재력이 큰 아시아와 중동·북아메리카(MENA) 등 신규 시장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어쩜 경쟁자들도 하나같이 쟁쟁하다. 중국 텐센트가 투자한 배달 기업 메이퇀은 지난해 사용자 4억명을 기록, 전세계 배달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했다. 영국의 저스트잇, 네덜란드의 테이크어웨이 등 기존 강자의 위세 역시 만만찮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우버이츠, 그랩, 쿠팡 등도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일본 배달 기업 데마에칸을 인수한 네이버의 목표 역시 아시아 배달 시장 석권이다.
김 의장은 코로나19 전만 해도 베트남과 한국을 직접 오갔다. 우아한형제들이 독자적으로 진출한 베트남 사업을 챙기기 위해서다. 앞으론 우아DH아시아의 거점인 싱가포르를 비롯해 파키스탄·방글라데시·홍콩·필리핀·대만·태국·라오스 등 아시아 11개국을 오간다. 그렇다고 점유율 2위인 요기요가 누구의 손에 넘어갈지 모르기에 국내 사업을 맘 편히 관전할 수도 없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김 의장의 잠이 오지 않는 밤, 아니 잠을 잘 수 없는 밤이 시작됐다." '1등 DNA'를 아시아에 심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떠나 DH 본사인 독일, 우아DH아시아의 거점인 싱가포르는 각각 한국보다 7시간, 1시간 느리다. 무엇보다 그는 이제 아시아·MENA·유럽·미국에 거점을 둔 DH의 주요 경영진이다. 전세계에 안테나를 켜야 하는 글로벌 경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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