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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금융권 新경영지도]'조직 대수술' KB국민은행, 장수는 '그대로'임원 80% 기존 담당업무 유지, 종합금융플랫폼사 변화 초점

김현정 기자공개 2021-01-11 07:40:34

[편집자주]

새해를 맞이하면 조직에 크고 작은 변화를 주기 마련이다. 다만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적인 과정이라고 해도 때마다 갖는 의미는 크게 다르다. 한 해 경영전략 초점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신년 조직재편 방향성과 규모가 천차만별로 갈리기 때문이다. 2021년을 맞이해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과연 어떤 변화를 줬는지, 또 그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8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이 ‘그룹-본부-부’ 체제 안에 플랫폼 조직을 편제하는 식의 변화를 꾀했다. 종합금융플랫폼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큰 변화를 준 것이다.

다만 장수 격인 그룹장들의 보직은 일부만을 제외하고 대부분 작년과 똑같이 유지했다. 조직 내 안정성과 연속성을 이어가는 동시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하정 자본시장그룹장(부행장), 김영길 WM그룹장(부행장) 등 3~4년째 같은 보직을 맡는 그룹장이 생기면서 주요 사업부의 전문성도 보다 커졌다는 평가다.

◇19명 중 15명 보직 동일, 조직 '안정성' 방점

국민은행은 2021년을 맞이해 ‘KB형 플랫폼 조직’을 출범시켰으나 기본 틀인 ‘그룹-본부-부’ 체제는 유지했다. 사업 조직(Biz)과 기술 조직(Tech)이 함께 일하는 컨셉의 플랫폼 조직을 8개의 사업 그룹 안에 각각 뒀다. 기존 사업부가 각각 디지털 전환을 함께 도모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각 그룹장들은 모두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그룹 내 소속 부서의 업무를 모두 총괄해야 하는 것이 그룹장으로서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허인 행장 역시 그룹장들에게 플랫폼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전문성과 실무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영업그룹안에 영업플랫폼부가, 개인고객그룹 안에 개인뱅킹플랫폼부·리브플랫폼부·디지털공통플랫폼부·리브부동산플랫폼부·리브모바일플랫폼단이, 중소기업고객그룹 안에 기업디지털플랫폼부가 소속됐다. 기관고객그룹과 스마트고객그룹, 글로벌사업그룹, 자본시장그룹 안에도 각각 기관디지털플랫폼부, 스마트상담플랫폼부, 글로벌플랫폼부, 자본시장플랫폼부가 자리했다.

8개 그룹 내에 각각 배치될 플랫폼 부서들의 장은 각 그룹장들을 도와 '전행'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일조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디지털 전문성을 갖춘 과거 디지털금융그룹이나 IT그룹 쪽 많은 인력이 각 그룹 내 플랫폼 부서장으로 차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장급 인사는 13일 이후 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과거 디지털금융그룹과 협업으로 일을 처리했던 것과 달리, 이젠 아예 한 몸이 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된다”며 “전부는 아니겠지만 플랫폼부장은 IT나 디지털 전문성을 보유한 인력이 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가속화를 필두로 대대적 조직개편이 이뤄졌지만 이를 진두지휘하는 임원진에는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현재 국민은행 임원들(상무급 이상)은 총 19명(준법감시인 제외)인데 이 중 15명이 지난해와 보직이 동일하다.


이재근 영업그룹장, 성채현 개인고객그룹장, 김운태 중소기업그룹장, 우상현 CIB고객그룹장, 김영길 WM고객그룹장, 하정 자본시장그룹장, 윤진수 테크그룹장(지난해 데이터전략그룹장), 한상견 기관고객그룹장, 허상철 스마트고객그룹장, 김태구 여신관리심사그룹장, 최철수 리스크전략그룹장, 강석곤 경영지원그룹장, 김종란 금융투자상품본부장, 명현식 소비자보호본부장, 문영은 정보보호본부장 등이 지난해 보직을 그대로 이어나간다.

소폭의 변동은 있었다. 이환주 전 경영기획그룹장이 지주 CFO로 가면서 지난해 브랜드ESG그룹장을 맡았던 정문철 전무가 올해부터 경영기획그룹장을 맡게 됐다. 브랜드ESG그룹장의 빈자리는 김진영 전 브랜드전략부 부장이 상무로 승진해 맡았다. 이 밖에 조남훈 전 지주 글로벌전략총괄(CGSO)이 올해 은행 글로벌그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룹장들의 보직을 예년과 거의 똑같이 유지한 이유는 코로나19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엄격한 규제로 각종 미팅 및 영업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임원진들도 사실상 적극적으로 발을 넓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그룹장까지 바꾸면 기존 추진 사업에 대한 연속성도 흐려질 수 있다.

실제 예년의 경우는 전혀 달랐다. 지난해의 경우 19명의 임원 가운데 8명 정도(40%)만 보직을 동일하게 유지했다. 올해 80%에 이르는 임원이 담당 업무를 동일하게 가는 것과 상반된다.

KB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도 많이 하다 보니 직원과의 소통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도 있듯이 어려운 시기에는 조직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작년 리딩뱅크 성과 이끌어낸 일등공신 '보은'

보직을 지킨 임원들의 면면도 주목된다. 우선 이재근 이사부행장은 그동안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치며 재무전략에 능통한 전문가로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이다. 지난해부터는 약 1000여개 점포관리를 총괄해야 하는 영업그룹장 역할을 하고 있다. 영업그룹장은 업계에선 야전사령관으로 통한다. 업무 범위 자체가 방대하고 은행의 가시적인 성과와 직결돼 무거운 보직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영업그룹장에 오름과 동시에 이사부행장을 담당하고 있다. 이사부행장은 부행장들의 의견을 한데로 조율해 이사회에서 피력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요하는 자리다. 특히 행장, 상근감사와 함께 등기임원으로 분류돼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성채현 부행장이 총괄하는 개인고객그룹은 산하에 플랫폼부서가 5개나 소속됐다. 개인고객 대상 영업의 디지털화 작업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개념의 개인고객그룹과는 결이 다른 국면이 펼쳐질 전망이다. 최근 하나은행(디지털리테일그룹)과 우리은행(영업/디지털그룹) 등도 비슷한 행보를 걸어가고 있다.

성 부행장은 국민은행 비서실장, KB금융지주 HR총괄 상무를 거쳐 국민은행 소비자브랜드전략그룹 전무로 근무했다. 지난해부터 지주에서 개인고객부문을 지원하는 개인고객총괄도 겸직하고 있다.

김운태 부행장은 대표적 영업통이다. 처음엔 조그만 장한평역지점의 지점장을 거쳐 스타타워기업금융지점장, 강남역종합금융센터장 등 굵직한 곳에서 높은 성과를 올렸다. 대전·충남지역영업그룹대표 등까지 역임한 뒤 지난해부터 중소기업그룹을 맡고 있다. 김 부행장도 지주에서 SME부문장을 겸직 중이다.

우상현 부행장은 CIB그룹장을 맡고 있다. 국민은행의 IB 역사는 지난 2003년 금융자문팀이 신설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우 부행장 역시 그 출발점에 함께 있던 인물이다. 투자금융부장과 구조화금융부장, IB사업본부장을 거쳤다. 국내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해외에서 다양한 CIB 실적을 올린 것으로 평가 받는다.

김영길 부행장은 2019년부터 WM그룹장을 역임 중이다. 올해로 3년차 같은 보직을 맡고 있다. 김 부행장이 프라이빗뱅킹(PB)과 연을 맺은 것은 2007년 송도PB센터장으로 임명될 때부터다. 이후 스타시티PB센터장, PB사업부장, 강남스타PB센터장, IPS본부장 등 PB관련 부서에서 10여년을 종사했다. 은행 내에서 '자산관리통'으로 통하는 이유다. 지난해 코로나발 시장 변동성 확대에 발맞춰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투자 상품 공급에 성과를 냈다는 평을 받는다.

하정 부행장은 자본시장그룹장을 이어나간다. 국민은행에서 자금 및 트레이딩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3년 전 국민은행이 국내 시중은행 사상 최초로 해외에서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던 게 그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평가된다. 2018년 자본시장본부장으로 올라섰고 지금껏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 부행장, 김 부행장, 하 부행장 모두 각각 지주에서 CIB총괄, WM/연금부문장, 자본시장총괄을 겸직 중이다.

◇디지털·IT·데이터전략 통합 '테크그룹' 주목

이번 국민은행의 조직개편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그룹은 테크그룹이다. 테크그룹은 디지털금융그룹, IT그룹, 데이터전략그룹 등으로 분류된 기능들을 하나로 통합한 곳이다. 다만 단순한 조직 통합이 아닌 사업조직과 기술조직이 함께 일해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플랫폼 조직 형태로 구축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 테크그룹의 수장은 2019년 4월부터 지난해까지 데이터전략그룹장을 맡은 윤진수 부행장이다. 삼성전자 출신인 윤 전무는 삼성SDS에서 데이터분석사업 상무를 역임했다. 2013년 삼성전자 조직개편 당시 신설된 조직인 빅데이터센터를 총괄했다. 이후 현대카드 상무를 거쳐 국민은행으로 왔다. 지난해 금융에 특화한 한글 자연어 학습 모델인 ‘KB 알버트’ 개발과 마이데이터 사업자 예비허가 등에 성과를 냈다.

이 밖에 정문철 전무는 올해부터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의 '키'를 쥐었다. 재무와 IR을 도맡으며 전반적인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새로운 임무를 시작하게 됐다. 지난해 브랜드ESG그룹장으로서 다소 미지의 세계였던 ESG를 국민은행에 자리잡게 한 공이 컸다는 평을 받는다.

조남훈 글로벌사업그룹 전무는 지난해까진 지주에서 글로벌전략총괄(CGSO)을 담당한 인물이다. 2017년 KB증권에서 글로벌사업본부장을 맡다 2018년 지주 글로벌전략총괄로 자리를 옮겨 3년을 보냈다. 올해부터는 은행 글로벌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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