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물적분할+IPO' 조달 공식, 새 트렌드 되나 [Market Watch]대기업부터 중견사업까지 '봇물'…LG에너지솔루션·SK IET·가온브로드밴드 등

이경주 기자공개 2021-01-12 14:30:12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8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기업이 핵심사업부를 물적 분할로 떼내 다시 상장시키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성장을 위해 택한 새로운 조달방법이다. 기존 상장사는 주로 회사채발행이나 유상증자, 메자닌 등을 활용해 성장자금을 마련했다. 다만 회사채는 재무가 악화될 수 있고, 유상증자나 메자닌 발행은 대주주 지분이 희석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물적분할+IPO'는 기존 단점을 모두 상쇄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더불어 모회사 가치상승까지 이끌어 낸다.

◇에코프로비엠이 시초격…IPO 흥행, 효율성 확인

투자은행(IB)업계는 ‘물적분할+IPO' 시초격으로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비엠을 꼽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국내 1위 기업으로 2019년 3월 상장했다. 당시 수요예측에서 대형 흥행을 거뒀다.

에코프로비엠은 코스닥상장사 에코프로가 2016년 5월 2차전지소재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신설한 회사였다. 1998년 설립된 에코프로는 대기환경 사업을 주력으로 했다. 유해가스와 온실가스 저감장치, 대기환경 플랜트 등을 만들었다. 2차전지소재사업은 2003년부터 제일모직에 이차전지용 전해액 유기용매 납품을 시작으로 본격화했다.

전기차용 양극재 사업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12년이다. 그 해 이 소재로 미국 “2012 R&D Award”를 수상했다. 이후 2차전지사업 본격화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는데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당시 규모가 중소기업이라 신용도 열위로 회사채발행은 어려웠다. 유상증자도 힘들었다. 최대주주측 지분율이 2012년 말 기준 19%에 불과했다. 지분율 희석으로 경영권이 불안해 질 수 있었다.

그래서 택한 '물적분할+IPO'는 신의 한수였다. 전기차 수혜사업(2차전지소재)만 하는 에코프로비엠은 투심을 쓸어 담았다. 2019년 2월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988.49대 1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4만2900원)을 크게 초과하는 4만8000원으로 정해졌다. 조달규모는 1100억원대에서 1700억원대로 커졌다. 결국 에코프로는 지분희석과 재무악화 없이도 성장 자금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SK IET이어 LG에너지솔루션까지

후속 사례가 뒤따르기 시작했다. 대기업까지 적용했다. SK그룹 에너지 중간지주사이자 2차전지업체인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4월 소재사업을 물적분할해 SK IET(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SK IET는 지난해 주관사 선정(미래에셋대우)과 상장예비심사 청구까지 마무리했다. 올해 1분기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물적분할+IPO' 사례 정점을 찍은 건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화학이 자사 기업가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전지사업본부를 지난해 9월 물적분할하면서 동시에 IPO를 공식화했다. 올 하반기 공모가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작년 11월 상장한 네패스아크도 같은 케이스다. 2019년 4월 중견 반도체 부품·소재업체 네패스가 테스트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한 회사다. 최근엔 TV용 셋톱박스 중견사 가온미디어도 작년 중순 네트워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한 가온브로드밴드를 상장시키기로 했다.

◇모회사 가치까지 상승 '1석 2조'

재무악화와 지분율 희석만 피하는 것이 아니다. 모회사 기업가치까지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알짜사업'만 상장시켰더니 투심이 몰려 몸값이 천정부지로 뛴 덕이다. 일부 발행사 기업가치는 모회사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모회사 입장에선 자산(자회사 지분)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함께 몸값이 뛰게 된다.

에코프로비엠 시가총액은 8일 종가 기준 4조808억이다. 같은 날 기준 에코프로 시가총액인 1조2923억원의 3배 이상이다. 에코프로 주가는 과거보다 크게 뛰었음에도 에코프로비엠 가치에 못이르고 있다. 에코프로는 물적분할을 결정한 2016년만해도 주가가 9000원대였지만 현재는 5만8000원대다.

에코프로 최근 5년 주가흐름(사진:네이버금융)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전임에도 비슷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 LG화학 시가총액은 현재 70조원으로 물적분할 결정 당시(46조원)보다 무려 24조원 늘었다. 최근 사례인 네패스 역시 네패스아크 상장 이후 주가가 폭등했다. 지난해 10월만해도 주가가 2만6000원대였는데 현재 4만3000원대다.

'물적분할+IPO'가 각광 받고 있는 배경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희석과 재무부담을 피하면서 자회사 뿐 아니라 모회사도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며 “좋은 사업만 떼내 IPO를 하면 다양한 사업이 혼재돼 있을 땐 받지 못했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최근 3개월 주가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