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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수소사업 자신감 배경은 '밸류체인 구축 DNA' SK E&S, LNG 생태계 구축…고 최종현 회장, 석유 밸류체인 자산 축적

이우찬 기자공개 2021-01-15 10:21:31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3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SK㈜와 SK E&S를 통해 미국 기업 플러그파워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수소사업에 본격 진출한 가운데 그룹의 '밸류체인 DNA'가 주목된다. SK그룹은 LNG, 바이오, 수소 등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사업부문에서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자체 사업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SK그룹은 도시가스 회사에 머물러 있던 SK E&S를 LNG 생산-유통-판매까지 아우르는 LNG 종합회사로 발돋움시킨 경험이 있다. 과거 고(故) 최종현 회장의 석유부문 밸류체인 구축의 경험도 그룹 내부에 면면히 내려오는 사업문화라는 평가다.
SK그룹이 1조6000억원을 투자한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파워'의 액화수소탱크. SK제공

◇수소 생산-유통-판매 원스톱 체인 구축 밑그림

SK그룹은 신에너지로 부각된 수소사업에서 밸류체인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공급까지 하는 밸류체인(Value-Chain) 통합운영이다. 단순히 최종 사용자를 의미하는 엔드유저를 위한 사업을 꿈꾸는 게 아니다.

이번 인수로 SK그룹은 수소사업에서 밸류체인 역량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러그파워는 수소사업 밸류체인에서 차량용 연료전지(PEMFC), 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의 핵심 설비인 전해조, 액화수소플랜트 건설 기술 등 다수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당장 상용차 중심으로 성장하는 수소트럭 시장 공략에 쓰일 수 있다. 액화수소플랜트 건설 기술은 수소의 액화기술 등에서 시너지를 그릴 수 있는 대목이다.


SK그룹은 수소사업추진단을 꾸려 전사적으로 수소사업 밸류체인을 그리고 있다. 이미 SK가스는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를 통해 매년 3만톤의 부생수소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울산 PDH 공장의 프로필렌 생산공정의 부산물로 부생수소가 만들어진다. 전국에 있는 SK가스의 LPG 충전소는 수소충전소로 확장도 예고돼 있다.

SK E&S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들과 협업한다. SK인천석유화학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액화해 유통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일을 핵심으로 하게 될 것으로 전해진다. SK인천석유화학은 수소 에너지의 최대 수요처인 수도권에 인접한 사업장으로 수소의 장거리 운송에 따른 비용 문제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SK E&S는 또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도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또 다른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전국 3000여개 주유소뿐만 아니라 화물차 휴게소인 '내트럭하우스'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수소연료 판매의 거점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LNG서 구축한 밸류체인 DNA

수소사업의 밸류체인 구축 과정에서 SK E&S의 LNG 밸류체인 구축 경험이 큰 자산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LNG 밸류체인 구축은 그룹 최초 원유 밸류체인에 필적한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국내에서 LNG 터미널과 자체 가스전을 보유한 곳은 SK E&S가 유일하다.

SK E&S는 처음 도시가스사업으로 시작된 회사다. 한국가스공사에서 LNG를 구매해 민간에 공급하며, 산하에 지역별 8개 자회사가 중심이다. SK E&S는 도시가스사업은 지역별 과점 시장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발전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회사는 2000년대 중반 광양천연가스발전소를 건설해 전력을 생산해 한국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시장에 전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파주천연가스발전소, 하남열병합발전소, 위례열병합발전소도 운영 중이다.

SK E&S는 LNG를 구매해 전력을 생산하는데서 나아가 직도입하는 데까지 이른다. 해외 가스전 개발에 나선 것은 LNG 밸류체인 구축의 화룡정점이다. 호주 깔디따 바로사(Caldita-Barossa) 가스전에 대한 자원개발투자를 나선 게 대표적이다.

미국의 '프리포트'와 천연가스 액화설비 사용계약을 체결해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연간 220만톤 규모의 셰일가스 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국내에는 보령에 LNG터미널을 GS에너지와 합작해 직접 건설했다. 연간 400만 톤의 LNG를 하역, 저장, 기화, 송출할 수 있는데 50%의 지분으로 연간 200만톤까지 사용할 수 있다.

터미널 구축은 LNG의 특성상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액화상태로 운송해야 하며 국내 터미널에서는 다시 기화해야 에너지로 쓸 수 있다. LNG 터미널 구축은 안정적인 공급과 수요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량으로 꼽힌다. SK E&S는 또 쳔연가스 운반을 위한 선박도 직접 건조해 운영하고 있다.

◇'석유에서 섬유까지'…밸류체인 DNA의 원조

SK그룹의 모태는 1953년 창립한 섬유업체 선경직물이다. 섬유산업으로 출발한 SK그룹은 1970~1980년대를 거치며 석유화학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석유에서 섬유까지'를 천명한 고 최종현 회장의 SK는 1980년대 유공을 인수하며 석유에서 섬유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만드는데 디딤돌을 놓았다. 1987년에는 유전개발에 성공해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 회장의 '석유에서 섬유까지' 슬로건은 이후 석유·화학·에너지·소재 등으로 사업영역이 커지는데 결정적인 구심점이 됐다는 평가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 휘발유, 경유를 만드는데서 나아가 SK루브리컨츠의 윤활유사업, SK종합화학의 화학사업 등으로 가치사슬은 더욱 확장됐다.

최근 SK그룹의 바이오사업에서도 밸류체인 구축 작업을 찾아볼 수 있다. SK바이오팜(신약개발·R&D),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 SK팜데코(의약품 위탁생산·제조 통합법인), SK케미칼(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 등 바이오에서도 밸류체인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LNG에서 밸류체인 구축으로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크게 향상시킨 경험이 있다"며 "최종현 선대 회장의 석유-섬유부문 밸류체인 구축 경험은 비즈니스 문화 저변에 DNA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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