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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와 콩코드

김선영 기자공개 2021-01-18 08:43:04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5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쌍용차의 운명은 위태롭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지에만 관심이 쏠린다. 오랜 시간 난관을 겪어온 쌍용차를 인수한다면 그야말로 백기사가 따로 없다.

구조조정 시장에 수년을 몸담은 한 전문가는 쌍용차를 두고 '콩코드'를 떠올렸다.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돈과 시간을 쏟아부은 콩코드가 쌍용차의 현주소가 될 수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콩코드는 1962년 영국-프랑스가 소련을 앞서고자 세계 최초로 제작한 초음속 여객기다. 높은 유지비로 항공사는 적자에 허덕였다. 그러나 두 국가는 협력의 상징이자 기념비를 놓지 못했다. 2000년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를 겪고 난 뒤에야 운행은 중단됐다.

심리학에서도 콩코드는 빈번히 인용된다. 투입되는 돈과 노력이 증가할수록 부정적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 모두 콩코드의 오류라 일컬어진다. 실패를 인정하지 못해 변화가 없으니 매몰 비용만 증가한다.

쌍용차의 두 번째 회생 진입에 시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반신반의다. 이번 M&A가 성공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는 쌍용차의 청산가치가 높아서다. 통상 회생절차에 진입한 기업들은 심판대에 올라 조사위원들로부터 몸값이 매겨진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 정상화 가능성이 크다면 계속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는다. 반대의 경우 남은 자산이라도 팔아 채권단에게 빌린 돈 일부라도 갚아야 한다. 일명 '파산'이다. 쌍용차는 후자에 가깝다.

그럼에도 채권단과 쌍용차가 협상테이블에 앉은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연결된 수많은 협력업체와 목숨줄이 오가는 근로자들. 이 모두를 고려해 쌍용차가 존속할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쌍용차가 위태롭단 소식이 이어지던 지난해 취재 중 만난 업계 관계자는 뜻밖의 이야기를 건넸다. 쌍용차가 가진 생산라인을 활용해 전기차 부품 수주를 받는 구상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쌍용차의 이름은 사라질 수 있으나 경쟁력을 갖출 돌파구로 불가능한 상상은 아니다.

"돈만으로 기업이 사는 것도 아니고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신년 간담회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했던 말이다. 위기를 맞았다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비극적 사례로 회자되던 콩코드도 끝내 돌파구를 찾았다.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가 '콩코드2' 출시를 예고하면서다. 군사적 목적 등으로 판매하기 위해 니치 마켓을 찾아 나선 결과다.

콩코드의 오류도 다시 정의될지 모를 일이다. 위기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동력을 고민하는 것. 지금 쌍용차에 절실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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