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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스템 경영 점검]위기대응 프로세스 어떻게 작동했나①컨트롤타워 해체·계열사 자율경영 전환…단기적 비상체제 한계 명확

김혜란 기자공개 2021-01-26 08:11:04

[편집자주]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은 또다시 총수 부재 상황을 맞았다. 2008년과 2017년에 공백 사태가 있었지만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간 총수의 부재 상황을 경험하고 이를 극복해오면서 시스템 경영을 강화해 나갔던 삼성. 그럼에도 이를 둘러싼 불안의 목소리가 많다. 더벨은 총수 부재 상황을 삼성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살펴보고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2일 15: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총수 사법리스크'로 경영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그때마다 경영쇄신안을 내놓고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경영 공백을 최소화했다.

쇄신안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해온 참모조직을 해체하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오너 소유·경영 틀 안에서 가동되는 독립경영체제는 한계가 명확했고 단기적 조치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았다.

삼성은 시스템으로 경영된다는 말을 듣는다. 총수 부재 상황을 극복한 키워드도 시스템 경영이었다. 하지만 반복된 총수 부재 상황을 비상 대응하는 과정은 시스템에 과부하를 야기할 수 있다.

◇총수 사법리스크에 갇힌 삼성...단기적 실험에 그친 소유-경영 분리

2000년대 들어 삼성은 총수 리스크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했다. 오너 일가에 숱한 의혹이 집중됐고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의혹(2000년)과 '삼성X파일' 사건(2005년)이 연이어 터졌다. 총수 일가가 사법처리 선상에 오르내리며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총수의 법정구속은 피했다.

삼성그룹에 최대 경영 위기가 닥친 건 2008년이다. 그해 4월 고 이건희 전 회장이 차명계좌 논란으로 퇴진하면서다. 2007년 삼성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 차명계좌에 들어있던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고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삼성특검'으로 이어졌다.

특검은 이 전 회장에 대해 배임·조세 포탈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불구속 처리했고 최종적으로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삼성전자 전무였던 이재용 부회장도 증여세를 피하면서 삼성 지분을 물려받으려 했다는 의혹으로 특검팀에 소환됐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삼성은 이 전 회장 기소 직후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며 발 빠르게 대응한다.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을 해체한다는 것을 골자로 했다. '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로 이어지는 삼각편대 경영방식을 각사 자율경영 체제를 바꾸겠다는 의미였다.

오너가 공석이 되자 삼성에는 계열사 독립경영이라는 실험적 체제가 들어선다. 사실 독립경영체제와 집단지도체제를 혼합한 형태에 가까웠다. 각 계열사 이사회·대표이사·주주총회 중심의 자율 경영체제를 기본으로 하되, 계열사 CEO 등으로 구성한 사장단협의회도 별도로 출범시켰기 때문이다. 계열사 간 중복되는 업무를 조율하기 위해서였다. 사장단협의회 산하에는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 인사위원회가 신설됐다.

사실상 오너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이 체제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2010년 3월 24일 이 전 회장이 퇴진한 지 23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회장직에 복귀한 뒤 반도체 부문 등에 수십조원 투자를 단행한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오너가 과감한 결단을 내린 덕분에 삼성은 경쟁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고 메모리 선두업체로서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만든 '미래전략실'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강력한 그룹 통합 조직을 복원해 글로벌 기업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전략기획실과 미래전략실로 수차례 이름을 바꿀 뿐 '황제경영'의 친위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컨트롤타워 해체·계열사 자율경영체제 전환' 공식 되풀이

삼성이 또 다시 총수 부재 상황을 맞은 건 2017년 2월이다. 2014년 이 전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그룹경영을 총괄해온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법정구속되면서다. 삼성 역사상 총수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었다.

삼성은 위기대응 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해야 했다. 2008년과 비교해 상황만 달라졌을 뿐 그룹의 컨트롤타워 해체,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 전환이라는 경영쇄신안이 그대로 되풀이됐다. 대법원이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인 승계 작업이 진행됐다고 인정하자 곧바로 미래전략실 해체를 발표했다.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가 다시 작동됐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에게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란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았다. 이 전 회장 때보다 강력한 쇄신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경영권 불법 승계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하고 무노조 경영 중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진 않았지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그린 '뉴삼성'은 미완의 그림으로 남았다.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대신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는 미래전략실의 후신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업지원TF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바이오의 분식 회계와 증거인멸 작업을 주도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던 2017년 2월부터 1년 동안 권오현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가 가동됐지만 리더십 공백을 온전히 메꾸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사업재편이나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 결정 등 그룹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중대 의사결정이 미뤄지며 경영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오너 없는 삼성'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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