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자산운용의 변신]계열사 '통큰 투자'에 글로벌 대형펀드 '불꽃'③보험업계 해외투자 '활로'…한화생명·운용 글로벌인프라 지형도 구축
허인혜 기자공개 2021-01-22 13:05:28
[편집자주]
한화자산운용이 한화 금융 계열사중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 계열사간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키면서 내부거래의 장벽도 사라졌다. 보험사와 증권 계열사 자금으로 대형 펀드를 잇달아 설정, 투자 스타일도 그룹 차원의 전략에 맞춰가고 있다. 한화운용의 변신을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0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자산운용과 한화 금융계열사 간 시너지는 대형 펀드에서 빛을 발한다. 금융 계열사가 큰손 투자자로 나서면서 한화운용은 외부 영업 걱정을 덜어 내고 대형 펀드를 손쉽게 설정할 수 있다. 보험업계 '톱(top)3'로 손꼽히는 한화생명이 대형 투자금을 펀드에 투입하고, 한화증권과 한화손해보험도 같이 따라오는 구조다.보험사의 투자금을 계열 운용사가 유치해 블라인드 펀드를 설정하는 전략은 한화운용만의 독창적인 기법은 아니다. 최근 초대형 생명보험사들은 계열 자산운용사를 통해 대규모 해외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국내 투자의 규모적 한계와 지급여력비율(RBC) 부담감 등으로 보험업계의 해외투자 필요성이 커지면서 업계 최상위권 보험사들과 계열 자산운용사의 협력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금융그룹에서는 한화자산운용이 구심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한화운용, 계열사 '큰손 투자'로 대형펀드 조성…기관영업 부담감 ↓
한화자산운용은 2017년 이후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한화증권의 자금으로 대형 블라인드 펀드를 잇달아 설정하고 있다. 작년 3분기 말을 기준으로 한화생명이 보험 일반계정을 통해 한화운용에 투자한 거래금액 잔액만 4조9000억원에 이른다.
한 펀드당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5000억원 넘는 자금이 계열사로부터 투입됐다. 가장 대표적인 대형펀드는 해외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한화 Global Infrastructure Strategy 전문투자형 사모특별투자신탁' 시리즈다. 1~4호까지 설정된 펀드에는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 4000억~6000억원을 투입했다. 글로벌 공동투자(Co-Investments) 사모펀드와 민간합작사업(PPP) 펀드 등 한화운용의 대형 인프라 펀드가 한화 금융 계열사의 자금으로 설정됐다.
한화운용과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증권이 각각 큰손 역할을 하며 부담감이 낮아졌다. 한화생명 등 투자자 역할의 금융사는 계열사를 통해 안전한 투자가 가능해졌다. 한화운용은 외부 기관영업에 치중할 필요가 없어졌다. 계열사에서 유입되는 자금만으로도 충분히 펀드를 설정하면서다.
대형 자금을 활용한 펀드는 해외 인프라 투자에 집중됐다. 해외 인프라 펀드를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경쟁 우위를 점한다. 해외 인프라 펀드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연달아 설정하는 운용사는 삼성운용이나 한화운용 등 규모가 큰 곳에 국한된다.
◇보험업계 해외투자, 자산운용사 '기관영업 수요' 맞물려
보험사 자금을 계열 자산운용사가 유치해 별도 블라인드 펀드를 만드는 방법은 한화운용만의 전략이 아니다. 보험사가 투자금을 대고 운용사가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하는 전략은 업계 1위 삼성생명과 삼성자산운용에서도 볼 수 있다. 2020년에도 삼성생명과 삼성운용이 같은 전략을 활용해 한 펀드에만 1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대우 등 계열사와 합작해 해외 부동산 펀드에 펀드당 수천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보험사의 계열 자산운용사 운용자산 일임은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AUM) 순위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다. 1월 20일을 기준으로 운용사 AUM 최상위권은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 신한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보험 계열사가 있는 곳으로 이뤄져 있다. 신한운용과 KB운용, 한화운용 등이 계열 보험사의 투자금으로 AUM이 대폭 늘어나 순위를 끌어올렸다.
보험업계의 해외투자 필요성과 자산운용사의 대형 투자자 유치 니즈가 맞물리면서 업계 최상위권 보험사와 계열 자산운용사가 활로를 찾은 것이다.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다 국내 투자에만 집중하기에는 톱3 보험사의 규모와 RBC에 대한 부담감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해외투자 한도가 일반계정 자산의 30%에 그쳐 대형 보험사들은 턱밑까지 한도가 찬 상태였다. 2020년 4월 해외투자 한도가 50%로 확대됐지만 규제 한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결국 한화운용의 변신은 변화하는 보험업계의 움직임에 발 맞춘 필연이었다. 앞으로 계열사와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하는 운용사·보험사와 이미 시너지를 구축하고 있는 금융그룹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내부거래 이슈 때문에 보험사와 운용사의 독립적인 운영을 강조해오던 업계도 최근에는 전략 공유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전사적인 투자전략을 구축하는 모양새도 두드러진다. 삼성 금융계열사와 한화 금융계열사 등이 ESG 투자전략을 전체 금융계열사의 공통 과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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