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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왜 야구단을 포기했을까

김일문 M&A 부장공개 2021-02-08 08:29:12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5일 07:5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SK그룹이 야구단 와이번스를 전격 매각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야구 관련 사이트나 기사 댓글에도 뜬금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번 딜이 다소 당황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야구단 매각이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대기업 계열 야구단의 주인이 바뀌는 사례는 드물었다. 총 여섯 개 구단에서 손바뀜이 일어났지만 대부분 모회사의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재정난으로 인해 운영을 포기한 경우였다. SK라는 국내 굴지의 그룹사가 구단 운영이 힘들었거나 돈이 필요해 야구단을 포기했을리 만무하다.

사실 국내 거의 모든 프로스포츠가 그러하듯 프로야구 역시 기업들에게 상징적인 존재다. 야구단 운영 자체로 돈을 벌기 보다는 기업 이미지를 쌓기 위한 홍보의 수단이거나 그룹사의 위상을 나타내는 도구였다. 핵심 역량이나 주력 사업과는 거리가 먼 트로피에셋(Trophy Asset)의 역할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자타공인 야구광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처럼 오너의 취향으로 뒤늦게 창단한 경우도 있지만 프로야구가 태동한 시점이었던 1980년대 경제 성장기에 대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어 야구단을 만들었다는 점은 이같은 사실의 방증이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출범 원년 멤버는 아니었지만 20년 넘게 구단을 운영하면서 삼성이나 LG, 롯데, 한화, 두산 등과 함께 한국 대표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그렇다면 SK그룹은 왜 야구단을 팔았을까. 그간 사업의 중심이 서서히 이동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 배경을 조심스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SK그룹은 B2C보다는 B2B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6년에는 SK네트웍스내 패션사업을 현대백화점에 넘겼고 비슷한 시기 중고차 사업부문도 사모펀드에 팔았다. 작년에는 직영 주유소 사업을 매각하면서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감지된다.

반면 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와 반도체를 필두로 한 ICT 분야, 물류, 바이오 등 성장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그룹을 지배하는 SK㈜는 단순히 지주회사의 역할 뿐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 전문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스포츠팀을 통해 일반인들로 하여금 기업의 충성도를 끌어올릴 만한 유인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뜻과 같다. 아마도 신세계그룹 정도면 꼭 자신들이 아니어도 야구단을 문제없이 잘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봤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현재의 SK그룹 보다는 유통기업인 신세계가 야구단을 가져가는 것이 시너지 측면에서도 여러모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연달아 달성하면서 '왕조'로 불리며 국내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강팀이었던 SK와이번스를 포기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SK그룹의 결단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 점진적 변화를 통해 색깔을 바꾸고 조금씩 변모해 가는 SK그룹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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