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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 성장통 'AI 윤리' [thebell note]

이광호 기자공개 2021-02-17 08:32:09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6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회 전반에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등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관통하는 기술은 인공지능(AI)이다. AI를 중심으로 한 4차산업혁명 기술의 융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AI는 기술 고도화에 따라 생활, 의료, 금융 서비스 및 자율주행차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AI 챗봇 '이루다'가 대중을 매료시켰다. 개발사 스캐터랩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이루다 서비스를 선보였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카카오톡 대화 100억건과 라인 대화 10억건을 중심으로 제법 사람다운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상담 수준에 머물렀던 기존 챗봇과 달리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루다가 20대 여성의 인격을 설정한 점을 두고 일부 이용자들이 점차 성적인 대화를 유도했다. 음담패설을 캡처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사례가 늘면서 AI 차별·혐오 논란이 불거졌다.

이루다는 출시 2주 만에 75만명이 사용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자취를 감췄다. 스캐터랩은 사회적인 요구 수준에 부합하도록 이루다 알고리즘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화 훈련에 사용한 학습용 문장 데이터 1억 건을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용자들로부터 획득한 카카오톡 대화록 기반 데이터 100억건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논란은 규제로 이어질 조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AI 윤리규범 등을 구체화해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AI 서비스와 관련된 기존의 법체계를 정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AI 윤리 관련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AI 윤리법에 시동이 걸렸다.

당국의 움직임에 벤처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관련 규제가 늘어날 경우 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리 문제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위축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으로 AI 벤처 대표들은 핵심인력인 개발자들의 이탈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로선 좋은 인력을 유지하거나 추가로 유인할 요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AI 벤처에 베팅한 벤처캐피탈(VC)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국내 AI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VC들은 가능성과 역량을 보고 투자한다. 이루다 사태로 인해 투자기업 출구전략과 후속투자 여부 등이 불투명해졌다.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성장통을 겪고 있는 AI 산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방안이 절실한 때다. 시행착오 없는 혁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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