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부거래 사각지대 점검]코오롱베니트·엘에스아이, 다시 규제 대상으로?⑮SI·건물관리업체, 사각지대 있다 다시 규제 대상으로…코오롱환경에너지는 매각 조치
박상희 기자공개 2021-02-24 10:01:10
[편집자주]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불리는 사익편취 금지 규정은 2015년 2월 본격 시행됐다. 공정위 레이더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수 기업들이 오너일가 보유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거나 계열사 흡수합병을 통해 지분율을 낮추는 등 지배구조에 변화를 일으켰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6년 만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들이 대거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편입된다.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2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오롱그룹은 200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사인 ㈜코오롱을 중심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생명과학 등을 주요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체제를 확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오롱그룹은 오너일가가 지주 체제 바깥에서 지분을 직접 보유한 계열사가 많았다. 오너일가 직접 소유한 지분율을 기준으로 삼는 사익편취 금지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의미다.코오롱그룹은 수년간 오너일가가 직접 소유한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덕분에 한동안 사각지대로 비켜나 있던 계열사들이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다시 규제 대상 기업으로 분류됐다.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경영 은퇴 이후 설립한 회사도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되는 등 코오롱그룹은 내부거래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이웅렬 전 회장 설립, 아르텍스튜디오도 사익편취 규제대상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코오롱그룹 내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은 ㈜코오롱, 엠오디, 더블유파트너스, 코오롱제약, 아르텍스튜디오 등 5개사다.
오너일가는 ㈜코오롱 지분을 47.60% 가량 보유하고 있고, 코오롱제약 지분도 29.10% 보유하고 있다. 엠오디는 50%를, 더블유파트너스는 100%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수년째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아르텍스튜디오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규제 대상 기업이 됐다. 아르텍스튜디오는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2018년 경영에서 은퇴한 이후 약 1년 여 만에 설립한 회사다. 이 전 회장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2019년 12월 19일 설립 후 두 달여 만인 2020년 2월 코오롱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사익편취 규제는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율(20%)을 기준으로 삼지만, 부당한 내부거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문제될 게 없다. 항균소재 도소매업체인 아르텍스튜디오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항균소재 '슈베일'이 탑재된 엘레베이터 버튼 스티커, 자동차 핸들커버, 미니 크로스백, 자동문 스위치 커버 스티커 등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내부거래는 제로다. 아르텍스튜디오 공시에 따르면 설립 이후 지난해 9월까지 계열사 내부거래는 전무했다.
엠오디는 2019년 말 기준 내부거래 금액이 약 20억원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11% 수준이다. 과거 내부 매출 비중이 상당했지만 2015년 엠오디의 건물관리사업부문을 별도법인(코오롱엘에스아이)으로 분리한 뒤 이듬해 코오롱엘에스아이를 지주사에 팔았다. 그 영향으로 엠오디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으로 분류되지만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을 대폭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코오롱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과 거래 규모 모두 상당하다. 내부거래 비중은 74.63%에 이르고,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규모만 434억원에 달한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코오롱은 사업 지주회사가 아니라 순수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주요 매출이 계열사로부터 받는 브랜드 로열티, 배당 등의 수익원"이라면서 "순수 지주업의 특성 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오롱베니트 내부거래 비중 17.75%, 코오롱엘에스아이 44.22% '위험수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30% 이상(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20% 이상) 보유한 계열사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상장·비상장 계열사'와 ‘이들 계열사가 지분을 절반 넘게 가진 자회사'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확대됐다.
코오롱그룹 계열사 가운데 사각지대에 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새롭게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 기업은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베니트, 환경에너지솔루션(옛 코오롱환경에너지),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 코오롱엘에스아이, 이노베이스 등 6개사다.
이 가운데 코오롱환경에너지는 외부에 매각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워졌다. ㈜코오롱은 지난해 5월 사모펀드인 이앤에프프라이빗에쿼에 보유하고 있던 코오롱환경에너지 지분 80.5%를 약 395억원에 매각했다.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을 고려할 때 위험 수위인 계열사는 코오롱베니트와 코오롱엘에스아이다. 공정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계열사와 연간 거래금액 200억원 이상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 △정상가격과 거래조건의 차이 7% 이상 등 이 가운데 하나라도 포함되면 규제대상에 해당된다.
코오롱베니트는 시스템통합(SI) 업체로 코오롱그룹에서 IT시스템 유지보수 및 구축 등을 담당한다. 2019년 기준 내부거래 규모는 711억원, 비중은 17.75%다. 2017년 매출의 20.33%(846억8300만 원)를 코오롱그룹 국내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전 대비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다.
코오롱베니트는 과거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지주사에 넘기는 등 조치를 취했던 전력이 있다. 이웅렬 전 회장은 2018년 9월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코오롱베니트 지분을 ㈜코오롱에 모두 넘겼다. 이로써 ㈜코오롱은 코오롱베니트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됐고 이 전 회장은 코오롱 지분을 1.91% 더 늘렸다.
코오롱그룹은 당시 거래를 지주사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유상증자라고 설명했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이를 통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던 코오롱베니트는 사각지대 기업으로 분류돼 공정위 감시망을 벗어났다. 다만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다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코오롱엘에스아이도 비슷한 상황이다. 코오롱그룹은 2015년 내부 매출 비중이 컸던 엠오디의 건물관리사업부문을 별도법인(코오롱엘에스아이)으로 분리한 뒤 이듬해 코오롱엘에스아이를 지주사에 팔았다. 이 거래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인 엠오디는 내부거래 비중을 대폭 낮추는 효과를 봤고, 코오롱엘에스아이는 오너일가가 직접 보유하는 지분이 없어 사각지대로 분류됐다.
다만 코오롱베니트와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2019년 기준 코오롱엘에스아이의 내부거래 비중은 44.22%에 이른다. 886억원의 국내 매출 가운데 절반 가량인 391억원을 국내 계열사를 대상으로 올렸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개정된 공정거래법 역시 잘 준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며 내부거래 관리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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