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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짜맞은' 이한상 교수, 한국타이어 형제갈등 재점화? 감사 분리선출 후보로 '맞대응', 사내이사 추가 선임 예정

유수진 기자공개 2021-03-02 13:37:54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6일 11: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이사회가 조현식 부회장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 추천에 '맞불'을 놨다. 자체적으로 새로운 후보를 내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펼쳐지도록 판을 짠 것이다. 외형상 조 부회장의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지만 사실상 거부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후보를 내지 않으면 조 부회장이 추천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감사위원에 선임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감사위원이 있는 한국앤컴퍼니는 작년 말 개정된 상법으로 인해 올해 반드시 감사위원 1명 이상을 분리선출해야 한다.

이렇게까지 막으려 했던 이 교수가 주주들의 선택을 받아 이사회에 합류할 경우 봉합된 것으로 보였던 한국타이어가(家) 형제 분쟁이 재점화될 지 주목된다. 일단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놓고 조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표대결을 펼치는 과정에서 양측간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앤컴퍼니 조현식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사장.

한국앤컴퍼니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조 부회장의 주주제안을 포함해 다음달 30일 주총에 올릴 안건들을 확정했다. △정관 변경의 건 △사내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분리선출) 등이다.

눈에 띄는 건 이사회가 분리선출할 감사위원 후보로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조 부회장이 주주제안한 이한상 교수의 이사회 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분리선출)'을 다루는 제6호 의안에는 김혜경, 이한상 등 두 사람의 이름이 모두 올랐다.


특히 회사 측은 '제5호 의안'으로 분리선출 이사 선임 관련 투표방식을 결정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일괄 표결을 통해 다득표자를 선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출석 주주들은 의결권에 '3%룰'이 적용된 상태에서 두 후보 중 한명에게 투표를 하게 된다. 더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감사위원에 선임되는 방식이다.

이사회는 조 부회장의 주주제안 처리 방안을 놓고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하자가 없어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상법 제363조의2(일반조항)에 따르면 의결권 있는 주식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총일 6주 전 서면 등의 방식으로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사회는 주주제안 내용이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는 경우가 아니면 안건으로 상정하고 해당 주주가 원할시 주총에서 의안에 대해 설명할 기회도 줘야 한다.

상장사의 경우 특례조항이 적용돼 6개월 전부터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면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하지만 작년 말 상법 개정으로 상장사 주주는 특례규정과 일반규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조 부회장은 지분 보유 기간이 길어 어떤 조항을 적용해도 상관이 없다. 주총 6주 전까지만 주주제안을 하면 된다. 조 부회장이 주주제안서를 제출한 날짜는 지난 5일이다. 지난해 3월27일 주총이 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13일 전까지만 내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정기 주총은 직전연도의 주총일을 기준으로 6주를 계산한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이사회가 주주제안을 채택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회사가 낸 후보와 주주제안 후보가 주총에서 표대결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조 부회장의 기습으로 당황했던 이사회가 최선의 대응책을 찾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제안을 주총에 올리되 무산시킬 수 있는 장치를 함께 설치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략기획실장인 원종필 상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2명의 재선임도 추진한다. 만에 하나 이 교수가 이사회에 합류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등 5인 체제였던 이사회가 주총 이후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등 7명 체제로 개편될 예정이다.

앞서 이사회는 한 차례 이 교수를 거부했던 적이 있다. 조 부회장은 이 교수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을 추진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문을 먼저 두드렸다. 선(先) 사외이사 선임, 후(後) 감사위원 선임 절차를 밟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추위가 추천을 거절해 분리선출제 활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추위는 이사회와 구성원이 동일하다.

표대결이 예고된 다음달 주총이 한국앤컴퍼니그룹 형제 갈등을 재점화하는 도화선이 될지 주목된다. 최근 재계에는 '대표이사직 사퇴를 통해 경영권 분쟁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던 조 부회장의 입장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조 부회장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도 같은 방식으로 주주제안 하는 등 자신이 뱉은 말과 다소 대비되는 행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 측은 대표이사 사임 시점에 대해 "아직 정확한 일정이 정해진 바 없다"며 "회사 거버넌스 개선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꼭 이 교수가 선임됐으면 하는 입장으로 대표이사직을 걸고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듯한 모습이다.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사퇴 등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 사장의 보유 지분율이 월등히 높아 사실상 뒤집기가 불가능한 만큼 경영권 분쟁은 끝났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형제간 잡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영권 분쟁에 따른 후폭풍 정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 부회장이 추천한 이 교수 역시 "한국앤컴퍼니에 객관적으로 경영권 분쟁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유구조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 경영진을 대체할 세력이나 시도가 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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