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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팔로우온 투자파일]SV인베, 올리패스 '인공 유전자' 신뢰 베팅 통했다2013~2017년 네차례 157억 집행, 지분매각 수익 누적 426억

박동우 기자공개 2021-03-04 12:52:13

[편집자주]

벤처투자 활황이 그칠줄 모르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연간 벤처투자 규모는 4조원을 훌쩍 넘었다. 일시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벤처기업 몸값도 덩달아 올랐다. 유례없는 현상에 벤처캐피탈의 투자 방정식도 바뀌고 있다. 여러 기업에 실탄을 대기 보다는 똘똘한 투자처에 잇따라 자금을 붓는 팔로우온이 유행이다. 성공할 경우 회수이익 극대화가 보장되는 팔로우온 투자 사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2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피투자기업은 마냥 순탄한 행보를 이어가지 않는다. 시련의 순간이 찾아온다. SV인베스트먼트도 포트폴리오사의 어려움을 지켜보며 근심에 빠졌던 적이 있다. 하지만 핵심 기술의 우수성을 눈여겨보며 동반자 관계를 이어갔다.

SV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올리패스는 '신뢰 베팅'이 통한 사례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157억원을 지원했다. 한때 해외 기업과 맺은 라이선스아웃(기술 수출) 계약이 해지되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인공 유전자를 만드는 플랫폼 기술의 가치와 범용성을 믿었다.

기다림은 달콤한 열매로 돌아왔다. 작년부터 올해 2월까지 지분 매각을 진행하며 426억원가량 확보했다. 해외 임상 동향과 주가 흐름을 감안하면 추가 회수 성과를 둘러싼 기대도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세포막 투과·단백질 결합 우수' RNA 주목, 팔로우온 화답

올리패스는 2006년 문을 연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회사를 차린 정신 대표는 미국 제약사 셰링플라우(Schering-Plough), 한일그룹 부설 한효과학기술원 등을 거치며 연구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태평양(지금의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 몸담으면서 관절염 신약 '아셀렉스'를 개발한 주역이다.

정 대표가 창업한 건 '리보핵산(RNA) 간섭'을 활용한 치료제 영역이 팽창할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특정 RNA가 다른 RNA에 결합하면서 질환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생성되는 걸 통제하는 접근법에 기대를 걸었다. 모든 인간 유전자를 타깃으로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어 파이프라인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

올리패스와 SV인베스트먼트가 연을 맺은 시점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올리패스가 외부 자금 조달을 추진했다. 바이오 섹터의 유망 기업 발굴을 경영 기조로 설정한 SV인베스트먼트가 올리패스를 주목했다. 인공 유전자 'OliPass PNA'를 만들어낸 성과가 돋보였다. 양이온성 지질을 갖춘 덕분에 세포막을 통과해 단백질과 달라붙는 특성이 다른 인공 유전자보다 뛰어났다.

회사의 경쟁력을 살핀 뒤 '2011 KoFC-KVIC-SV 일자리창출펀드 2호'로 첫 투자를 단행했다. 전환사채(CB)와 보통주에 24억원을 투입했다. 올리패스는 글로벌 회사들을 겨냥해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마케팅을 전개했다.

2014년 하반기에 70억원을 팔로우온(후속 투자)했다. 기존 재무적 투자자(FI)였던 에스텍파마의 구주를 매입했다. 일부 신주도 사들였다. 때마침 미국 기업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와 유전자 치료제 라이선스아웃(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도 이뤘다.

SV인베스트먼트는 올리패스의 성장성이 뚜렷하다는 확신을 품었다. 자연스럽게 기업공개(IPO)가 1~2년 안에 이뤄질 거라는 기대감도 조성됐다. 2015년에 '한·중 바이오·헬스케어 펀드'로 23억원을 더 베팅하면서 올리패스의 2대 주주 지위를 굳혔다.

◇위기의 순간에도 '2대 주주' 지위 유지, 투자 열매 맺어

근심을 겪은 순간도 있었다. BMS와 맺었던 프로젝트 계약이 2015년 10월에 해지됐다. BMS의 신약 개발 전략이 바뀐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장외 시장의 시가총액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IPO 논의도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SV인베스트먼트는 올리패스의 사업을 신뢰했다. 인공 유전자를 제조하는 플랫폼 기술이 유효한 만큼 자체적인 파이프라인 R&D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펀드의 만기를 감안하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회수를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올리패스는 시련을 딛고 R&D에 매진했다. 비마약성 진통제 'OLP-1002'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2017년 전임상을 마무리하고 유럽에서 임상 1상을 준비하면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 올리패스는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SV인베스트먼트가 어김없이 우군으로 나섰다. 40억원어치를 인수하며 힘을 실어줬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157억원을 지원했다. 신주, 구주, CB 등 다양한 자금 집행 방식을 접목했다. 5개의 펀드로 나눠 실탄을 부은 덕분에 투자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도 거뒀다.

팔로우온의 과실을 따는 과정은 '현재진행형'이다. 2019년 올리패스가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투자금 회수를 모색했다. 작년에 지분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216억원을 챙겼다. 2020년 2월에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21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지금까지 투자금(157억원)의 2.7배인 426억원가량을 거둬들였다.

현재 △2011 KoFC-KVIC-SV 일자리창출펀드 2호 △2014 SV-성장사다리 Gap Coverage 펀드 △SV 한·중 바이오·헬스케어 펀드에서 29만8457주의 보통주를 갖고 있다. 'SV Gap-Coverage 펀드 2호'와 'SV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펀드 2호'로 보유 중인 CB 물량은 전환권이 행사되지 않은 상황이다.

올리패스 관계자는 "SV인베스트먼트는 자사의 인공 유전자 기술과 비전에 공감하며 꾸준하게 자금을 지원해준 벤처캐피탈"이라며 "클럽딜마다 신규 투자사를 소개해주는 등 파이프라인 임상을 이어가는 데 많은 힘이 돼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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