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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人사이드]박철 신한지주 이사회 의장 '아름다운 퇴장'6년 임기 마치고 퇴진, 신한사태 수습·지배구조 안정화 일등공신

고설봉 기자공개 2021-03-08 07:32:22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5일 10:0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6년은 신한금융그룹의 성장과 발전의 역사였다. 그 곁에서 함께 참여하고 미력하나마 일조해서 행복하고 영광스러웠다.”

지난 3일 마지막 이사회를 마친 박철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사진)은 숨을 크게 한번 고른 뒤 이렇게 말했다. 수화기를 통해 건낸 낱말과 낱말 사이에 수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있는 듯했다.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침묵 뒤에 그는 다시 한번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2015년 3월 25일 신한지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그 해 2월 열린 신한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박 의장과 함께 히라카와 유키, 필립 에이브릴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이들은 박 의장과 지난 6년 임기를 수행했고 3월 25일 주총을 마지막으로 이사회에서 물러난다.

2015년 신한지주 이사회는 박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이유에 대해 “한국은행 부총재, 리딩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역임한 경제·금융·경영 분야 전문가로 관련 분야의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다”며 “향후 그룹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돼 추천한다”고 밝혔다.

1946년 생인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뉴욕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8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자금부 정책과장, 비서실장, 런던사무소장 등을 역임했다. 1998년 부총재보를 거쳐 2000년 부총재에 발탁돼 2003년까지 자리를 지켰다.

한국은행 퇴임 뒤엔 한국산업은행과 씨티은행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이 시기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07년 리딩투자증권 대표이사 회장에 올라 2013년까지 조직을 이끌었다.

사외이사로 신한지주 이사회에 참여한 뒤엔 안팎의 신임을 두루 받았다. 이사회에 참여한지 1년이 지난 2016년 3월 24일 신한지주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그를 의장으로 추대했다. 이후 현재까지 5년 동안 박 의장은 신한지주 이사회를 이끌었다.

박 의장에 대한 평가는 안팎에서 모두 긍정적이다. 지난해 3월 26일 신한지주 이사회는 박 의장의 사외이사 4연임 및 의장 재선임을 결정하면서 그의 이사회 활동에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전원이 박 의장을 지지했다.

당시 신한지주 이사회는 “여러 이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사회의 효율적 운영과 합리적 판단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이사회 의장은 다른 이사들보다 더욱 막중한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이사회를 잘 이끌어준 박철 사외이사가 계속해서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사 전원의 동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이 근무하던 6년 동안 기억하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은 '신한 사태'다. 무엇보다 사태 이후 조직을 수습하고 재정비한 한동우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 체제에서 이사회에 합류해 조직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우 회장 체제에서 신한사태 수습이 잘 이뤄졌고 후유증도 있었지만 조직 안정화가 진행됐다”며 “조용병 회장 체제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안정성을 기반으로 실적도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2017년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사회의 역할 변화를 주도한 것도 박 의장이다. 한 전 회장 체제에선 조직 안정화와 재정비를 통해 성장기반을 다지는데 많은 역량을 쏟았다면 조 회장 체제에선 수익성 강화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이 화두였다.

새롭게 수립된 경영전략에 맞춰 이사회의 역할과 전문성, 경영 참여 및 감시 체제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 시기 경제·금융·경영 전문가로서 박 의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의 혜안은 이전보다 더 빛났다. 2017년을 전후해 박 의장의 이사회 내 소위원회 활동도 더 활발해졌다.

'리딩금융'으로 나아가기 위한 신한금융의 외형 확대를 전면에서 도운 것도 그다. 아시아신탁과 오렌지라이프, 네오플럭스(신한벤처투자) 등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데 일조했다. 더불어 글로벌과 디지털로 대변되는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노력도 적극 지원했다. 조 회장 시절에 접어들며 이사회 때마다 관련 안건들이 수없이 많이 올라왔다고 신한금융 성장을 최우선으로 두고 의사결정을 진행했다는 전언이다.

박 의장은 “조용병 회장 체제에서 경영전략의 중심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영토확장이었다”며 “적극적인 경영과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이사회도 한층 더 전문성을 발휘해 조력했다”고 말했다.


신한지주 이사회를 떠나는 박 의장의 발걸음은 가볍다. 무거운 책임을 내려놓는다는 해방감도 있지만 신한금융이 더 나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요즘 금융기관은 그 어디에도 없고 오직 스마트폰 안에만 있는 것 같다”며 “금융사 중에선 신한금융이 환경변화에 맞춰 디지털금융을 선도하고 각종 플랫폼 개발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수익이 많이 난다고 해서 좋은 금융사가 아니다”라며 “ESG 등 가치경영 등으로 금융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제일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신한금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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