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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SK이노베이션]ITC 패소, 이사회 차원 준법경영 체계 재정비 '요구'②"위원회 관리·감독 기능 강화 혹은 위원회 세분화" 목소리

박기수 기자공개 2021-03-19 09: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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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7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이사회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LGES)과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 패한 사측 경영진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전해진다. 단순히 '졌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는 미국 사법 절차에 대한 대응이 미흡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졌다는 사실에 방점이 찍혔다.

LGES와의 ITC 분쟁 시작은 2년 전인 2019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년 동안 양사는 날선 공방전을 주고 받으며 소송전을 치뤄왔다. 그 중에 SK의 증거 인멸 정황이 포착되면서 ITC는 LGES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영업비밀 침해 행위가 있었다고 국제 판결기관이 결론을 내린 셈이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의 책임은 없을까. 미래 먹거리 사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상황에서 최종판결 후 경영진을 질책하는 것만이 사외이사들의 역할이었을까.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17일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는 준법 경영을 감독하는 의무가 있다"라면서 "SK이노베이션의 패소 원인은 증거 인멸로 사내 준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준법경영을 위해 법조인 출신의 임원 한 명을 준법지원인으로 지정하고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준법지원인은 영업비밀 준수, 부정경쟁 방지 등 회사 경영활동 전반에 대한 준법여부를 상시 점검한다. 이 점검 결과는 연 1회 이사회에 보고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준법지원인은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에게 컴플라이언스 관련 인식도 제고 교육도 연간 2회~13회 진행했다. 또 준법지원인은 13명으로 이뤄진 법무실의 지원을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준법지원인의 활동 결과로 '특이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ITC 소송 패소의 원인으로 증거인멸 정황이 지목되면서 준법지원 시스템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는 향후 이사회 차원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들이 최종 패소 후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글로벌 기준 이상으로 강화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라며 글로벌 전문가를 선임해 완벽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할 것을 주문했으나 보다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있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특히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세분화를 통해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LGES와의 분쟁이 2년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승소, 패소, 일부 승소 등 여러 시나리오를 세워두고 각각 상황에 대해 경영진들이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독려했는 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준법 경영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면 위원회의 세분화와 전문화를 통해 자문 기능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도 국내 재계에서 가장 세분화한 위원회 시스템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통상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의 상장사들은 의무 설치 위원회인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만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SK이노베이션은 두 위원회 뿐만 아니라 전략·Risk 위원회, 인사위원회, 투명경영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 등 총 6곳의 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갖추고 있다. 각 위원회는 사외이사들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감사위원회와 사회공헌위원회의 경우 전원 사외이사로 이뤄져 있고, 나머지 위원회들 역시 3인 중 2인이 사외이사다.


이번 ITC 소송 패소와 관련 있는 위원회로는 감사위원회와 전략·Risk위원회가 꼽힌다. 감사위원회의 경우 이사에 대한 영업보고 요구는 물론 회사에 현저하게 손해를 미칠 염려가 있는 사실에 관한 이사의 보고 수령 권한을 갖는다. 전략·Risk위원회는 단기·중장기 겨영계획과 회사의 주요 리스크 요인을 검토·관리하는 권한을 갖는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2년간 소송을 이어오면서 스스로 문제가 없었는지 끊임없는 내부 진단과 함께 향후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 자문이 있었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유관 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거나 전담 위원회 신설로 사외이사들의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할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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